유적 조사에 나선 아틀리 교수의 부름을 받고 고대유적에 도착한 위트와 클레스는 각지의 유적을 돌아다니며 '우샤스의 보석'을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4개의 보석을 전부 모으면 틀림없이 멋진 일이 생길 거야!


※우샤스(Ushas) :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새벽의 여신.

「남극탐험」이나 「왕가의 계곡」 시리즈처럼, 1980년대 중후반 코나미의 MSX용 게임들 중에는 탐험·모험을 주제로 한 타이틀이 곧잘 눈에 띈다. 본작 역시 그 흐름을 잇는 작품이다.

남극을 일주하며 각국 기지를 방문하는 평화적(!)인 게임. 이녀석의 후속작이 바로 그 유명한 「몽대륙 어드벤처」.

두말이 필요없는 퍼즐 액션의 명작! 한 번 들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멋들어진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액션과 퍼즐, 그리고 독특한 감정 시스템
플레이어는 기본 능력치가 다른 주인공 두 명을 조작해 5개의 유적을 탐험하게 된다. 게임 방식은 적을 쓰러뜨리면서 나아가는 진행형 액션과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퍼즐 게임이 혼합된 형태로, 각 유적은 4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모두 클리어하고 보물을 지키는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유적으로 갈 수 있다.

스테이지 곳곳에 있는 코인을 모아 능력치를 올리고 체력도 회복할 수 있다. 세상은 돈이 최고야!

각 스테이지마다 보스가 기다리고 있다. 쉬운 녀석은 쉽고, 어려운 녀석은 욕 나오게 짜증난다.
신전에서 보물 조각을 얻으면 유적 보스 출현. 공격을 피하면서 몸 밖으로 돌아다니는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본작의 중요한 특징으로 캐릭터의 감정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변화하는 '희로애락 시스템'을 들 수 있다. 4가지 감정을 나타내는 한자가 새겨진 패널을 먹으면 공격 형태나 능력치, 배경음악까지 변화하고, 특수한 능력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스테이지 끝부분에 있는 장벽은 특정한 감정상태일 때만 열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패널을 찾기 위해 맵을 돌아다니는 것(= 삽질)도 플레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감정에 따라 게임화면·메뉴화면에서의 표정이나, 스테이지를 시작할 때의 대사도 달라진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공식적으로 치트가 가능하다는 것. 「그라디우스2」나 「메탈기어」 등의 다른 코나미 게임팩을 2번 슬롯에 꽂고 시작하면 이어하기 가능, 체력 2배와 같은 추가기능이 지원된다. 워낙 난이도가 높은 게임인지라 도중에 좌절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구제책으로 봐 줄 수도 있겠지만… 「파워플 프로야구」나 「위닝 일레븐」같은 최근 인기작에서도 변함이 없는 코나미의 행패를 보면 역시 '팬들 상대로 돈 뜯어내기'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이녀석은 다른 팩과 함께 꽂아야만 진엔딩을 볼 수 있다.
그렇다, 돈나미의 신화는 이미 20년 전부터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던 것이었다!


▷추억담 - 잊을 수 없는 최고의 BGM
한 치의 실수가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진행. 플레이어의 실수를 유도하는 교묘한 적 배치와 트랩, 짜증나는 보스전. 치트를 쓰지 않으면 이어하기도 불가능… 쉬워빠진 요즘 콘솔게임들에 비하면 '악독하다'는 형용사가 딱 어울리는 난이도이다.
그런 게임을, 중간에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을 수없이 억누르며 강제세이브와 게임팩 치트에 의지해 기어이 엔딩을 본 이유는 오직 하나, '모든 BGM을 듣기 위해'.
3채널짜리 MSX 기본 음원만을 사용했으면서도 풍성한 멜로디와 또렷한 음색으로 게임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사운드! 짜증나는 길찾기와 수많은 삽질도 음악 하나로 모두 용서할 수 있다.


USAS - JUBA RUINS
플레이어를 무아지경으로 몰아가는 Stage 2의 BGM. PSG 시절의 사운드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트랙 중 하나.



USAS - Ending Theme
중학생 시절, 우연히 들어간 오락실의 해적판 퍼즐게임에서 흘러나오던 것이 바로 이 곡. 그 후 PC통신에서 작품의 원래 제목을 알게 되고, 지금 이렇게 게임을 클리어하고 후기를 쓰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시라도 이 멜로디를 잊은 적은 없다.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하고 모든 보석을 모으면 대망의 엔딩! 멋진 음악에 걸맞은 감동적인 내용… 이려나?

4개의 보석은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하나로 합쳐졌다. 두 사람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신전으로 들어가, 신전 중앙에 모셔진 새벽의 여신 우샤스의 상 앞에 섰다. 이마의 홈에 보석을 꽂아넣자….


그 후, 새로 발견된 우샤스에 관한 자료를 아틀리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샤스의 상은 고대문명이 개발한 핵폭탄의 기폭장치였다. 그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우샤스의 보석으로,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석을 넷으로 나누어 각지에 봉인해 두었던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
.
.
뭐… 20년 전 게임이니까…. -_-)ず~


----------------------------------------------------------------------------------
Commented by 양군 at 2007/02/13 02:04
헉 소리 나올법한 반전이군요(...)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7/02/13 20:40
음악과 전혀 동떨어진 생뚱맞은 엔딩입지요. -_-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7/06/24 18:01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엔딩이군요. 크허헛. 코나미센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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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기장, 훈련소 최하층, 클리어 특전인 숨겨진 던전까지 완전 정복. 짜증의 극치인 숨겨진 던전 최종보스는 500만원짜리 빛의 호부를 처발라서 해결.
레벨을 저렇게 올렸는데도 졸개들 원샷에 황천으로 가는 게임시스템은 대체... 이런 것까지 전작에서 이어받을 필요는 없잖아. 제작진이 게임 밸런스를 잘못 맞춘 걸 어째서 플레이어가 떠안아야 하는 거냐. 이런 것도 전통이라고 우길 생각이라면 당장 시리즈 접어라 세가.


숨겨진 던전을 제패하면 나타나는 종언의 비석.
-제물신을 멸하고 수많은 마물을 쓰러뜨리고, 결국 자기 자신마저도 초월한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쿠사'라는 칭호를.-

크아아악! 이딴 거나 받으려고 그 뻘짓을 한 게 아니란 말이다!! 내 80시간!! -_-++ 


공략은 없지만 대사 번역이라도 필요한 사람은 여기로.

http://mine1215.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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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사이트에 게재했던 글을 옮겨오면서 일부 수정.
필자가 전작인 「용과 같이」를 플레이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작과의 연관성이나 개량점 등의 비교는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부 고유명사의 표기는 발매사의 공식 표기나 한글 외래어 표기 방침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1년 전, 조직의 후계자 자리와 사라진 100억엔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은 카무로쵸(神室町)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 중심에 서 있었던 키류우 카즈마(桐生一馬)는, 지금은 사랑하는 여인이 남긴 딸 하루카와 함께 조용히 생활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 하루카와 함께한 성묘길에 또다시 참극이 벌어지고 만다. 1년 전의 사건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는 조직, 전국제패를 부르짖으며 관동에 전쟁을 선포한 '관서의 용' 고우다 류우지(鄕田龍司). 그리고 일련의 사건 뒤에는 베일에 싸인 외국계 조직의 그림자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관서로 향하는 카즈마. 20여년의 세월을 오가며 음모와 배신, 증오와 사랑이 뒤얽히기 시작한다.





▷리얼한 가상공간 + 자유로운 플레이
게임 내용은 크게 나누어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스토리와 이벤트를 진행해 나가는 어드벤처 파트, 그리고 플레이 도중에 마주치는 거리의 불량배들이나 스토리상 출현하는 적들과 대결을 벌이는 전투 파트로 나뉜다.
기둥이 되는 메인스토리가 있으면서, 그와는 별개로 서브이벤트와 미니게임이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어 스토리 진행에 얽매이지 않아도 다양한 게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메인스토리는 대부분 동영상으로 자동진행되며, 실제로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 전투 파트는 게임을 시작할 때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엔딩을 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특정 위치나 점포에서 발생하는 서브이벤트는 스토리가 진행되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함에 따라 계속 추가되는데, 메인스토리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경험치와 돈,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을 얻을 수 있고 그 양도 엄청나기 때문에(100개 이상!) 완전정복을 위해서는 메인스토리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서브이벤트는 길거리 양아치와의 싸움이나 물건 심부름같은 자잘한 것에서부터 무술수련, 복수 대행, 인명구조에 이르기까지 그 성격과 볼륨도 가지각색. 시류를 반영해서인지 한류스타를 패러디한 것도 있어서 눈길을 끈다.
거리 사람들과 친해지면 전투시에 아이템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몇몇 이벤트와 전투화면의 연출·대사는 확실히 청소년 이용불가 수준.


환락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온갖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술집 아가씨들과의 이벤트, 단란주점 경영이나 호스트 실습같은 '어른의 시간'을 보내며 대리체험의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고, 지하투기장에서 수많은 강적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수련해 온 각종 기술을 시험해 봐도 좋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 때문에 스토리 번역집을 뒤적이기가 귀찮다면, 미니게임을 하나 붙잡고서 진득하게 파고들어 보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다.

볼링이나 게임센터같은 건전한 놀이에서 단란주점이나 호스트 체험까지…
수많은 즐길거리가 플레이어를 유혹한다.

블랙잭이나 룰렛은 그렇다 치고, 마작과 일본장기는 규칙을 모르니 대다수 한국인 플레이어들에겐 그림의 떡.
실제 기기를 그대로 재현한 슬롯머신. 중독성이 엄청나더라는 모 필진의 체험담을 듣고는 손도 안 대고 패스….

게임의 주무대가 되는 카무로쵸(神室町)와 소우텐보리(蒼天掘り)는 각각 도쿄와 오사카의 실제 거리를 모델로 삼아 정밀하게 제작된 가상공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캬바레나 전당포에 이르기까지, 현지 업소의 협찬을 받아 점포 인테리어는 물론, 판매하는 물품 목록까지 세세하게 재현되어 있다.

X·O, 잭 다니엘, 경월 그린(!)… 어른에게는 친숙한 고유명사들.
몇몇 비밀상점에서는 전투에 쓰이는 연장도 남몰래 팔고 있다.


실제 도시를 모델삼아 정밀하게 3D로 재현된 게임공간, 자유로운 플레이, 각종 미니게임들과 서브이벤트…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 그 중에서도 드림캐스트를 기억하고 있는 유저라면 무언가가 떠오를 법도 하다.

70억엔이라는 거액이 투입된 초대작 프로젝트.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후 세가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제작이다.

수행을 통한 기술 습득이나, 전투시 버튼 조작으로 이후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QTE 배틀 시스템 등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플레이하면서 제일 인상깊었던 요소라면, 다분히 영화를 의식한 연출이나 다양한 서브이벤트도 아닌, 주인공의 행동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주변인물들을 꼽고 싶다.
길거리에서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벌렁 넘어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 한참 이쪽을 노려본 후에 다시 제 길을 간다. 이벤트가 벌어져 부상이나 출혈상태로 이동중일 때는 주변에 모여들어 '피가 철철 나잖아!', '영화 찍는 거야?'라는 식의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 이벤트가 일어나는 지점에서는 부근 행인들의 대화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는 경우도 있다.
제자리에 뻣뻣하게 서서 자동인형처럼 똑같은 대사만을 되풀이하는 대다수 일본식 RPG/어드벤처의 엑스트라에 비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행동패턴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주변장치 하나라도 극중 무대에 현실감을 느끼며 몰입하는 데에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진부한, 그렇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일부 내용과 등장인물은 전작인 「용과 같이」에서 이어지는 부분도 있으나, 기본적인 스토리는 본작만으로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으며,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게임 도입부의 회상신을 통해 대강의 줄거리와 인물관계를 파악하고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주1)
줄거리 자체는 지극히 단순한 편. 여기저기에 반전과 복선을 깔아 놓고 극적인 효과를 노리지만, 조금만 진행해 보면 이후 전개가 훤히 내다보인다. 온갖 드라마와 미스터리·반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유치하다며 코웃음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무언가 한 가지에 -힘이든 사랑이든, 심지어 '조직의 규율'이라도- 자신의 전부를 걸고 미련스럽도록 우직하게 달려가는 사내들의 모습은, 한 시대를 풍미한 「북두의 권」이나 「영웅본색」의 로망을 아련히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이런 작품들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팬이라면 큰 거부감 없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이사항은 일본을 무대로 하는 작품이면서도 한국계 폭력조직인 '진권파'가 전체 줄거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들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진권파는 스토리의 중심에서 플레이어의 앞길을 가로막는 두터운 장벽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다.
한국인이 적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민족감정 운운하며 색안경을 쓰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애시당초 「용과 같이2」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고, 무엇보다도 픽션이다. 범죄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중국계 마피아들처럼, 이들의 존재는 작품의 스케일과 이후 복선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 특유의 '한(恨)'이라는 정서 -물론 과장·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를 게임 속에서 살펴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있는 경험이다.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한 도입부 동영상.

마초의 로망이라면 역시 맨주먹 크로스 카운터!


주1 : 이것은 현지 일본인, 또는 일본어를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고급 능력자에 한정된 경우. 회상신에 관해서는 이후 가이드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플레이 감상 - 불만점 요약
오랜 세가 팬으로서의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냉정한 시각에서 평가하자면, DVD를 내던지며 '내 돈 돌리도!'를 외치고 싶어지는 형편없는 작품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기의 명작이라며 치켜세우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엔딩을 본 후의 솔직한 기분.
여기서는 플레이하면서 불만스럽게 느꼈던 사항들만을 대강 정리해 본다.

1. 신경쓰이는 로딩
본작은 2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후일 발매된 베스트판은 1장). DVD 2장이라는 대용량의 많은 부분은 이벤트 동영상과 전투신에 사용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로딩시간이 의외로 만만치 않아서 기본적으로 5초 이상, 길 때는 10초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옵션에서 이벤트 무비를 OFF로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이것도 동영상 자체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읽어들인 다음 재생 도중에 SKIP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든 로딩시간의 압박은 피할 수 없다. 10초도 안 되어 끝나는 졸개들과의 길거리 전투에서 로딩으로 20초씩을 잡아먹는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
이미 하드웨어적으로 완숙기에 다다른 PS2라는 게임기에서, 세가 정도의 제작사라면 지금까지의 게임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으로 보다 쾌적한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2. 수는 적지만 심각한 버그
특정한 이벤트나 지점에서 어느 조건이 만족되면 버그 때문에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주로 서브이벤트가 뒤엉켜서 발생하는 문제들인데, 게임상에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다시 로드하거나 최악의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특정 모드에서는 진행 도중에 100% 클리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수십 시간 동안 여기에 매달렸던 플레이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도 하였다.

3.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은 진행
수많은 서브이벤트와 미니게임을 내세워 '자유로운 플레이'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서브이벤트는 스토리 중간중간의 공백시간에 짬을 내서 몇십 개씩 한꺼번에 해치워야 하기 때문에, 심할 경우 스토리나 서브이벤트 어느 한쪽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러운 진행과는 거리가 먼 '동영상 → 이벤트'의 단순반복작업이 되어버린다.
스토리 동영상은 숫자도 많은데다 재생시간도 길며(SKIP으로 넘어간다 해도 로딩시간만은 어쩔 수 없다), 서브이벤트 역시 그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긴 시간을 들여 몇 번이고 반복플레이를 할 작정이 아닌 이상은 공략집 등을 참조하며 최적화된 일정한 패턴으로 클리어해 나갈 수밖에 없다.

미션 목록에 한가득 쌓인 서브이벤트를 꾸역꾸역 해치우고 있노라면, 일요일 밤이나 개학 전날에 밀린 숙제를 정신없이 휘갈기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된다.

4. 시간의 부재
실제 일본의 밤거리를 보는 듯한 배경. 과장되지 않은 캐릭터 디자인과 자연스러운 주변인물들. 본작이 선사하는 공간감(= 비주얼)은 흠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현실세계를 구성하는 '시공(時空)'에서 한 축을 이루는 '시간'을 배제해 버린 탓에, 제작진이 공들여 재현한 가상공간의 실재감은 헝클어지고 만다.

사례1 :
모든 복선과 비밀이 밝혀지고, 엔딩을 향한 직선대로만이 남아있는 최종장. 지인들과 비장한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 대결장소로 출발하려는 순간,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서브이벤트 관련 전화메시지들.
-야호~ 지금 ○○○ 앞인데, 둘이서 어디 안 갈래요?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다, 점장. 오늘 비번인 거 아는데, 오랜만에 오신 단골이 너 없으면 그냥 가겠단다. 미안하지만 근무표 바꿔서 출근해 줘야겠다.
-아저씨가 강아지를 찾아다 줘서 다들 좋아해요. 오늘도 같이 산책 다녀왔어♪

사례2 :
총 4회로 구성된 모 이벤트.
-새로 온 아이가 모두랑 잘 어울리질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보육원 건물이 낡아서 비가 새는데, 수리비가 모자라네요.
-지난번 건물 수리비가 터무니없이 나왔어요. 어쩌면 좋죠?
-전임 원장님이 복귀하셔서 떠나게 됐습니다. 반년 동안이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건물 수리부터 공원 건설까지 하루 안에 책임집니다! 저희 건축사를 애용해 주십시오.
실제 시간으로 10분 정도면 한번에 몰아서 해결 가능한 4회짜리 보육원 이벤트.

「셴무」에서 시도했던 날짜와 시간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서브이벤트는 발생 후 2~3장이 경과하기 전에 해결해야 함', '연속된 이벤트는 1장마다 하나씩만 진행이 가능' 정도의 기준만 세우고 적용시켰더라면, 저런 어색한 사태는 크게 줄어들고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상공간의 리얼함을 내세우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현해낸 게임에서, 시간의 리얼함을 표현하는 것이 무리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모든 서브이벤트가 14~15장 이전까지 깔끔하게 해결되고, 나머지 시간은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메인스토리와 시간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자유로운 서브이벤트를 즐기며 동시에 메인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배려해 주는 제작진의 구성력이 아쉽다.


▷가이드북에 관한 유감
불법복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현재 한국의 게임시장은 -일부 PC용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고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작은 시장에서, 텍스트·음성까지 공들여 한글화한 작품들조차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현재는 정식발매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설명서와 껍데기만 한글화해 내놓는 '무늬만 현지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토리 관계상 본작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데, 일본판에서는 이들의 음성을 일본인 성우가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한국인 플레이어가 듣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이를 고려하여 정발판에는 한국인 성우가 새로 더빙한 '제대로 된 한국어 음성'이 수록되었다. 또한 게임 텍스트의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메인스토리 대사 번역과 서브이벤트 공략이 수록된 가이드북(지도 포함)이 별책으로 포함되어 있다.
완벽 현지화가 어려운 사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가이드북에는 2% 이상의 부족함이 있다. 스토리 부분의 주요 대화를 -관서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살려- 전부 번역해 놓고서 정작 게임의 기초지식이랄 수 있는 전작 회상신의 내용은 고스란히 빼먹었다거나, 이벤트 공략을 게재하면서 원제목과 번역 제목을 함께 싣지 않아 무슨 이벤트인지 확인할 수 없는 등,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 플레이어들이 기본적으로 의지하게 될 안내서로서는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부 페이지가 누락된 건에 대해서는 공식 사이트에서 신속히 해당 페이지를 재배포하여 별 탈 없이 수습된 모양이지만.
정식발매에 들어간 노력과 수고가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마무리도 깔끔하게 지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을 접하지 못한 플레이어를 위해서 게임 도입부에 「용과 같이」의 내용을 축약한 회상신이 제공되지만, 아쉽게도 가이드북에는 이 부분의 대사가 전혀 번역되어 있지 않다.

[姙婦]를 [책임져!]라고 의역한 것까진 좋은데, 옆에 원래 일본어 제목도 없이 번역한 제목만 덜렁 적어놓으면 어떤 이벤트인지 알 수가 있나.
[漫畵家] → [영화감독]처럼 아예 엉뚱한 제목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총평
굵직한 스토리와 갖가지 이벤트, 화끈한 격투 액션, 다양한 각종 미니게임들이 한 타이틀로 버무려진 종합선물세트.
'게임에 지친 어른들을 위해'라는 헤드카피처럼, '변성기도 안 지난 얼라들이 마왕을 때려잡고 세계를 구한다'는 식상한 이야기에 질려버린 20대 이상의 남성 플레이어에게, 환락가를 배경으로 성인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본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도 분명 있지만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는 평론가나 리뷰어가 아니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과 텍스트에 치어 멀뚱멀뚱 '감상만 하는 게임'이 아닌, 플레이어가 자신의 의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갑다.

어서 오십시오, '잠들지 않는 거리' 카무로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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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어른 모신 술자리에서 만취 사망.

뭘 먹고 체했는지 신년예배도 못 가고 초저녁부터 혼수상태.

한 해가 오고 가는 사흘 동안을 내내 이불 속에서 지내고 오늘에야 겨우 제정신 차리다.
정초부터 액땜 한번 거하게 하는군.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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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
파워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 시리즈의 매력은

1. 부대 구성은 물론, 작전시간에서 강하 포인트, 기체 선택이나 탄약 종류에 이르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짜맞추어 나가는 다양한 전략/전술의 묘미.

2. 쭉빵 미녀들이 무더기로 등장! 입맛따라 취향따라 골라잡자!

별로 친해 보이지 않는 이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캐릭터성과 게임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고 있다는 것.
여기에 하나를 더 들자면 바로 음악! 피비린내와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즈풍 BGM이 파워돌의 변치않는 상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시리즈 중에서 최초로 접한 작품인 PD4. 처음 오프닝을 보고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락부락한 로봇들이 나와 총질을 해대고, 폭탄과 미사일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이런 거라니.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오프닝 동영상을 틀어대던 기억이 난다.
이후 파워돌의 예전 작품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플레이하면서 시리즈의 배경음악을 차분히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수많은 곡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트랙을 대강 추려 보면


PD1의 BGM인 'Day Break(Arr.)'. 제목 그대로의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근데 이건 전쟁게임이라고!


PD2 DASH 오프닝 'NOSTALGIA'. 하이햇이 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일본 웹을 헤집고 다니며 간신히 찾아낸 것이니 불평하는 건 사치.


PD3 오프닝. 게임환경이 DOS에서 윈도우로 바뀌면서, 전작까지의 미디음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색이 추가.
게임 본편의 완성도나 평가는 별개로, PD3의 음악과 오프닝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PD4 브리핑 화면(초반). 출격을 앞둔 긴장된 분위기를 제대로 전해주는 트랙. 브리핑 화면에서 무한루프로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작전개시] 버튼에 손이 가더라.


PD5 오프닝. 변함없이 영상과 잘 어울리는 멋진 곡이지만 게임 자체는….


덤으로 PD5X 오프닝 영상. 이녀석은 플레이해 보질 않았으니 노 코멘트.


파워돌의 O.S.T.는 PD1~3까지 모두 4장(OVA 사운드트랙과 드라마CD 제외)이 발매되었지만, 10년도 넘은 오랜 물건인데다 그나마도 발매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현재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PD4의 사운드트랙이 결국 발매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추가사항 :
2007년에 발매된 파워돌5+5X에는 특전으로 O.S.T.가 동봉되었는데, 여기에는 PD5, 5X 및 PD6의 BGM들이 수록되어 있다.
파워돌2 컴플리트 박스(2008)에도 선곡 + 신곡 사운드트랙인 「POWER DoLLS2 SOUND SELECTION」이 동봉.
파워돌1 리메이크판(2009)의 O.S.T.는 원 작곡자의 개인 레이블에서 발매. 원곡의 어레인지가 BGM으로 사용되었다.
여전히 PD4는 시리즈 가운데 유일하게 사운드트랙이 없는 타이틀로 남아있다. T_T


작곡자 소개 :
사이토오 히로토(齋藤博人).
코가도 스튜디오에 소속하면서 파워돌, 시퀀스 팔라디움, 라세츠 등의 음악과 사운드트랙을 담당.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나 여전히 코가도와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최근 작품인 「팔레 드 렌느」나 「POWER DoLLS1」에서도 음악을 맡았다. 
다른 회사의 -지명도가 어느 정도 있는- 작품은 「베르윅 사가」 정도? 경력에 비해 업계에 널리 알려졌다고 하기엔 무리일지 모르겠지만(일본에서는 PC게임 자체가 비주류이므로), 어쨌거나 일부 열성팬들에게는 '齋藤神'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게임은 꽝이지만 음악담당이 齋藤神이라 샀다'는 농담같은 이야기도 나돌 만큼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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