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에 유럽연합의 방북단과 동행했을 때, 북한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서 서울로 온 적이 있다. 모델처럼 아리따운 승무원이 군용인 듯한 진공팩에 든 땅콩을 나누어 주었다.
일단 공해상으로 나왔던 옛 소련제 기체는 당시 갓 완공된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북한 비행기가 내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공항에서는 한국 취재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 불빛에 떠오른 새 터미널을 창 너머로 바라보고는 승무원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헤어질 때, 실례를 무릅쓰고 오늘 밤 숙박지를 묻자 '이대로 조국으로 돌아갑니다'라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평양과 서울 사이는 도쿄에서 나가노 정도의 거리이다. 같은 민족이 반도 남북으로 갈라져 헐뜯고 싸우는 부조리. 도탄에 빠진 현대사의 뿌리를 되짚어 보면 일본 또한 적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전한 양국관계를 위해서는 먼저 어두운 과거를 마주보아야 한다.
한일합방 100년을 맞아 칸 나오토 수상이 담화를 발표했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국가와 문화를 빼앗은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를 표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한국 대통령도 담화 내용에 만족했다고 한다.
사죄로 시작되는 관계는 이제 그만 끝을 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식민통치를 하고, 민족의 긍지를 상처입힌 사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보수파가 또다시 '사죄외교'를 들먹이고 나선다면 발전할 관계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북으로 돌아간 그 승무원은 남쪽의 발전상을 어떻게 전했을까. 아니, 소리내어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북쪽의 독재자 때문이지만, 한반도의 역사에 깊이 관여했던 국가로서 이 땅의 장래를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두 나라가 손을 맞잡고 새로운 100년을 엮어나가기를 바란다.
웬만해서는 울리지 않는 집 전화가 아침부터 시끄럽다. 주섬주섬 일어나 전화를 받아 보니
”안녕하세요. 농협입니다. 저희 창구에 놓고 가신 현금카드가 발견되어... 어쩌고저쩌고~”
보이스웨어 돌린 듯한 어눌한 발음에, '현금카드'니 '신상정보'니 하는 뻔한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이쯤 되면 생각해 보고 자시고도 없지.
전화 끊고 나서 시계를 보니 8시 56분. 뭐?? ⊙_⊙;;
금융기관 사칭을 하려면 영업시간 정도는 체크를 해야지. 요즘엔 서머타임도 안 하는데. 중국에서 전화 건다고 시차 적용했나? 근데 중국은 한국보다 서쪽에 있잖아. 설마 지구 반대쪽으로 돌아왔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_-)ず~
취업을 비롯해 잡다한 문제들은 한시름 놓았고, 오랜만에 인사 겸해서 동생과 고모네가 있는 인천을 다녀오기로 했다.
중간에 어찌어찌 이야기가 나와서 동생, 고모부와 함께 강화도로 밤낚시하러 출발.
산동네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탁 트인 길을 달리니 시원시원. 출발할 때는 날씨도 쨍하니 괜찮았고.
미리 체크해 둔 저수지와 낚시터를 돌아다녀 봤는데, 고모부 왈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낚시 분위기가 안 난다'고.
바람도 슬슬 강해져서 낚시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물이 요동을 친다.
몇 군데를 헤매다가 적당한 포인트 발견. 수심도 적당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이라 물도 잔잔. 오늘은 여기로 결정!
...하려는 순간 시커멓게 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번개벼락을 동반한 폭우 시작. 뻑하면 빗나가던 일기예보가 이럴 때는 칼이라니. T_T
허겁지겁 차 안으로 대피하여 비를 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비옷이나 우산같은 전문장비도 없고, 인원도 셋(초짜 둘 포함)이나 되는지라 이 상태로는 무리.
다시 다른 낚시터를 알아봤지만 주말이라 수상좌대는 전부 예약종료. 잠깐 개나 싶으면 다시 비가 쏟아지니 도통 자리를 잡을 수가 있어야지.
결국 저녁때까지 강화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밤낚시는 포기.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나 들러서 따끈한 커피 한잔.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경치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공들어간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다.
압권은 카페 입구에 적혀있던 안내문.
「카페 분위기와 기물 안전을 위해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오오 이거시 어른의 방침!
현직 주방장이 손수 만든 해물파전의 위엄.jpg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파전과 막걸리. 돌아오는 길에 재료를 사다가 지지고 볶고 뚝딱!
2차는 과일+카나페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밤이 깊고 새벽이 되어서도 비는 안 그치고... 아침에 도로 젖은 상태를 보니 거의 밤새 내린 모양.
그리고 폭우 다음날은 거짓말같이 쨍쨍. 어제의 그 삽질은 다 뭐였단 말인가. OTL
혹시나 해서 수로를 돌아다녀 봤지만 비가 많이 와서 물이 탁해지고 유속도 빨라져 오늘도 낚시는 무리.
낚시는 못했지만 시원하게 드라이브 하고 맛난 거 먹으며 주말 잘 놀았으니 그리 나쁘진 않았다고 할까. 오랜만에 동생이랑 고모네도 봤고.
탄탄한 구성의, 생각 깊은 문학적 영화 좋아함
엉성한 구성의, 뻔한 내용에 구름잡는 낭만주의 영화 싫어함
Orcinus orca. 현존 수중 동물 중 가장 강한 종. 바다 코끼리, 백상아리, 심지어 고래 같은 초대형 동물까지 사냥해 먹는 등,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유일무이한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회 활동과 사냥을 하는 등 끈끈하고 지능적인 조직력까지 보인다. 같은 종이면서도 어느 지역 어느 무리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행동 패턴과 사냥 습관, 식습관 등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각 범고래의 무리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해, 각 무리마다 독특한 언어와 행동 양식을 만들어 대를 이어 전수한다.
지능적, 조직적, 독창적 문화. 당신의 영화 취향은 이런 범고래의 특징과 비슷합니다.
* 탄탄한 지능, 냉혹한 현실주의자
기본적으로 구성이 탄탄한, 현실적인 영화를 선호. 아무리 창의적인 영화라고 하더라도 개연성 없는 엉성한 영화는 싫어함. 일반적으로 비주류 영화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대중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생각 깊은, 잘 짜인 구성이라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 독창적 문화와 행동 패턴
생각이 깊고 문학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 그러나 다소 가볍더라도 창의적이고 참신하다면 OK. 아무리 잘 짜여진, 현실성 출중한 영화라 하더라도 뻔한 주제와 결말이어선 안 됨. 남들보다 쉽게 질리는 편이라 어영부영 정해진 공식대로 흘러가는 영화를 지극히 혐오한다.
당신은 젊고 지적인 영화 취향으로 거의 평론가 급에 속하는 까다로운 영화 관객입니다. 좋다는 영화보다 싫다는 영화가 더 많은 편으로, 거장의 작품이라도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면 가차없이 욕을 하는 오만방자한 취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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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내용이나 어설픈 해피엔딩 싫어하고, 남들이 영화 추천해 달라면 시원시원하게 권할 만한 작품이 별로 없는 게 내 취향과 얼추 맞는 듯.
참고로 본인이 군소리 안 하고 끝까지 본 영화 중 대부분은 스탠리 큐브릭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