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비롯해 잡다한 문제들은 한시름 놓았고, 오랜만에 인사 겸해서 동생과 고모네가 있는 인천을 다녀오기로 했다.
중간에 어찌어찌 이야기가 나와서 동생, 고모부와 함께 강화도로 밤낚시하러 출발.
산동네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탁 트인 길을 달리니 시원시원. 출발할 때는 날씨도 쨍하니 괜찮았고.
미리 체크해 둔 저수지와 낚시터를 돌아다녀 봤는데, 고모부 왈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낚시 분위기가 안 난다'고.
바람도 슬슬 강해져서 낚시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물이 요동을 친다.
몇 군데를 헤매다가 적당한 포인트 발견. 수심도 적당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이라 물도 잔잔. 오늘은 여기로 결정!
...하려는 순간 시커멓게 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번개벼락을 동반한 폭우 시작. 뻑하면 빗나가던 일기예보가 이럴 때는 칼이라니. T_T
허겁지겁 차 안으로 대피하여 비를 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비옷이나 우산같은 전문장비도 없고, 인원도 셋(초짜 둘 포함)이나 되는지라 이 상태로는 무리.
다시 다른 낚시터를 알아봤지만 주말이라 수상좌대는 전부 예약종료. 잠깐 개나 싶으면 다시 비가 쏟아지니 도통 자리를 잡을 수가 있어야지.
결국 저녁때까지 강화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밤낚시는 포기.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나 들러서 따끈한 커피 한잔.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경치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공들어간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다.
압권은 카페 입구에 적혀있던 안내문.
「카페 분위기와 기물 안전을 위해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오오 이거시 어른의 방침!
현직 주방장이 손수 만든 해물파전의 위엄.jpg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파전과 막걸리. 돌아오는 길에 재료를 사다가 지지고 볶고 뚝딱!
2차는 과일+카나페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밤이 깊고 새벽이 되어서도 비는 안 그치고... 아침에 도로 젖은 상태를 보니 거의 밤새 내린 모양.
그리고 폭우 다음날은 거짓말같이 쨍쨍. 어제의 그 삽질은 다 뭐였단 말인가. OTL
혹시나 해서 수로를 돌아다녀 봤지만 비가 많이 와서 물이 탁해지고 유속도 빨라져 오늘도 낚시는 무리.
낚시는 못했지만 시원하게 드라이브 하고 맛난 거 먹으며 주말 잘 놀았으니 그리 나쁘진 않았다고 할까. 오랜만에 동생이랑 고모네도 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