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본 팬픽은 TV아니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뒷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본편의 결말에 대해 밝히고 있으므로, TV판 원작을 먼저 감상한 다음에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앞서 포스팅한 「전학생 마도카」와는 주인공 시점을 달리하는 연작이므로 이쪽을 먼저 읽고 본작을 감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문은 백합(Girl's Love) 요소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장르/요소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하십시오.
-원문 출처 : http://punpunpun.blog107.fc2.com/
분량이 많은 관계로 번역문은 몇 부분으로 나누어 올라갑니다.
-다른 사이트나 게시판, 블로그 등으로의 전재는 금지합니다.
~아침~
꼬옥…….
에헤헷,
따끈따끈해.
아직 호무라는 안 일어났으니까 마음껏 끌어안는다.
좀 더 부비부비하고 싶지만 너무 움직이면 깰지도 몰라.
꼬르륵~~
아, 배가 꺼졌네.
그래도 괜찮아.
지금은 호무라한테서 떨어지기 싫어.
호무라가 잠을 깨도 절대로 안 놓을 거야.
오늘은 학교도 쉬는 날이고, 둘이서 느지막하게 일어나면 돼.
후훗….
아침부터 이렇게 행복한 기분이라니.
앗, 어라라….
호무라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
벌써 잠 깼나?
뭐, 그렇게 간단히는 못 일어날 걸.
계속해서 자는 척하기로 했다.
……이대로 자는 척하고 있으면 또 머리 쓰다듬어 주려나?
두근두근.
호무라 손가락이 뺨을 콕콕 누른다.
간질간질한 게 기분 좋아.
내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려나 본데….
지금은 패스.
자는 척 자는 척.
계속 이러고 있음 포기하고 다시 잠들지도 몰라.
호무라하고 침대에서 느긋하게 있고 싶단 말이야.
그렇지만 호무라는 억지로라도 날 깨우려나 보다.
팔을 못 쓰게 하려고 꼭 끌어안았더니,
얽힌 손을 풀려고 손을 움직인다.
그 정도로는 안 풀리지롱.
양손으로 단단히 꽉 둘렀거든.
이번에는 허리를 써서 몸을 돌리더니 팔을 풀려고 했다.
무심결에 더 꼭 끌어안고 동작을 막았다.
호무라 : ……마도카, 너 잠 깼지!
쳇, 들켰네.
호무라 : 깼으면 이 손 놔.
마도카 : (……도리도리)
더 잘래….
고개를 젓고는 그대로 호무라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절대로 일어나게 안 놔둘 거라고 시위를 했다.
……호무라~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호무라 : 알았으니까 마도카는 더 자고 있어.
난 아침 준비 하게.
마도카 : …….
밥은 아무래도 괜찮은데.
그런 것보다 호무라랑 느긋하게 있고 싶다니까.
'하아…' 하고 나지막이 한숨소리가 들리자 나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조였던 팔을 늦추자 호무라도 힘을 뺐다.
헤헷, 드디어 포기했구나.
호무라가 내 턱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기분 좋아~
좀 더 해 달라고 목젖을 울렸다.
마도카 : 우웅~~ 꼬르르르~
그러자 호무라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인다.
간질간질….
마도카 : 우웅~~ 꼬르르르~
간질간질….
마도카 : 우웅~~ 꼬르르르~
다음은 목 아랫부분을 쓰다듬어 주었다.
간지러워서 무심코 고개를 저었다.
간질간질~
마도카 : (……부르르르)
간질간질~
마도카 : (……부르르르)
이번에는 호무라 손가락이 목 뒤쪽으로 가더니…
사락….
마도카 : ?!(흠칫)
방금 그거 뭐지?
엄청 간지러워서 그만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어버렸다.
그 틈에 호무라는 몸을 데굴데굴 굴려 이불에서 빠져나간다.
아차!
재빨리 호무라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지만 헛수고였다.
'해냈다!'는 표정으로 호무라가 이쪽을 보며 씨익 웃었다.
뭐야, 무지 열받잖아.
마도카 : 언니 약았어!
호무라 : 내가? 잠자는 척하고 있던 누군가가 아니고?
마도카 : 피이~~
휴일이니까 좀 더 자도 되잖아!
호무라 : 안 돼. 휴일이라고 게으름 피웠다간 몸이 둔해져서 안 움직여요.
치잇, 이대로는 소용없겠어.
뭔가 좋은 방법이…….
그래!
마도카 : 언니랑 더 자고 싶은데…☆
호무라 : 귀여운 얼굴로 부탁해도 안되는 건 안돼!
귀여운 얼굴도 안 통하나….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호무라 : 그래도 졸리면 마도카는 계속 자고 있어.
마도카 : ……호무라 바보오….
그런 게 아닌데….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심술쟁이.
호무라 : 일어났으면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와.
마도카 : …호무라 꼭 엄마같아.
야속한 기분이 들어서, 세수를 하고는 호무라 곁에 찰싹 붙어 다녔다.
식사 준비에 방해되니까 비키라고 했지만, 그런 거 상관없다.
호무라도 싫지는 않은 얼굴이니 그냥 이러고 있자.
결국 나도 아침 준비를 거들면서 계속 함께 있었다.
호무라&마도카 : 잘 먹겠습니다.
마도카 : 에헤헷, 배가 고프니까 무지 맛있다~
호무라 : 나보다 먼저 일어났지…?
마도카 : 응. 5시 정도.
배에서는 계속 난리였지만 신경 안 썼다.
호무라 : 1시간이나 일찍?!
얘길 했으면 아침 더 빨리 만들었을 텐데….
마도카 : 그럴 줄 알고 일부러 안 깨웠지롱~(오물오물)
호무라 : ……얘도 참.
마도카 : 달걀 맛있다♪
뭐, 괜찮아.
빨리 일어나면 그만큼 호무라랑 같이 나들이할 시간이 많아지니까.
호무라 : 마도카, 돈은 충분해? 어디로 갈지는 일단 주머니를 확인하고 나서 정하자.
돈이라….
지난번 Y현 다녀오면서 꽤 많이 썼다.
마도카 : 별로 없어. 가능하면 돈이 안 드는 쪽이 좋겠는데.
호무라 : 알았어. 그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할까?
마도카,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으음~
돈 많이 안 들이고 놀 수 있는 장소라면….
.
.
.
~공원~
우리는 시민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했다.
옛날에 엄마한테 배운 적이 있어서 나름 잘 쳤다고 생각한다.
마도카 : 무지 재밌었어~~♪
호무라 : 하아, 하아…….
호무라는 라켓을 잡아 본 게 처음인가 보다.
체육을 잘하는 호무라한테 이기다니 자랑거리가 될 거야.
호무라가 계속 지면서도 끈질기게 승부를 거는 덕분에
2시간 내내 열심히 뛰어다녔다.
힘들어 보이는데 기분전환이라도 시켜 줄까.
가방에서 하얀 냅킨과 상자를 꺼냈다.
마도카 : 도시락 먹고 기운 내 호무라.
호무라 : 으으~~
냠!
마도카 : 후훗, 여기 차도 있어.
호무라 : 고마워….
마도카 : 호무라가 자신만만한 거 보고 나도 모르게 열심히 쳤나 봐.
호무라 : 마도카 꽤 잘하던데? 솔직히 의외였어.
마도카 : 엄마한테 배운 거야. 옛날에 배드민턴을 하셨대.
옛날 생각 난다…….
호무라 : …….
'엄마'라는 건 진짜 우리 엄마 얘기.
그때 기억이 남아있는데도 여전히 엄마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 만들어진 이 세계에서는 날 기억 못하겠지.
벌써 한참 전에 잊어버렸을 거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
앞으로는…… 타인으로 살아가게 될 사람.
만약에 서로 얼굴을 마주하더라도 틀림없이 못 알아볼 거야.
그래도 나만은 절대 우리 가족을 잊지 않겠어.
서로의 연이 끊어진다 해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해도.
날 여기까지 키워 주고 사랑해 준 사람들을 어떻게 잊겠어.
이렇게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단단히 기억하는 거야.
마도카 : 다음에 또 하자♪
호무라 : 가능하면 사양하고 싶어.
후훗, 호무라는 이제 싫은가?
아쉽네.
호무라 : 이제 그만 갈까?
마도카 : 뭐? 벌써?
호무라 : 응. 충분히 쉬었어.
얼른!(꼬옥)
마도카 : 으, 응.
호무라가 내 손을 붙잡는다.
무슨 이유인지 급히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락을 서둘러 정리하고 호무라 손에 이끌려 종종걸음을 친다.
도대체 왜 그러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아니, 이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모양새다.
설마, 마수?
마미 선배 말이 생각났다.
지금 마법소녀가 싸우고 있는 존재.
호무라가 마수의 기척을 눈치챈 거라면….
내 손을 잡고 있던 호무라 손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떡해….
난 마법소녀가 아니니까 호무라한테 방해가 되면 안돼.
언제든지 달릴 수 있게 준비를 해 놓자.
그러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호무라가 도망치려고 하던 건 마수가 아니었다.
-마로카~~~!!
등 뒤에서, 혀짤배기 어린아이 목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에 반응해서 뒤를 돌아보자…….
모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어린 소년과, 그 손을 쥔 여성.
마도카 : 탁군……
……엄마?
앗…… 나… 멋대로 소리가….
혹시 저 두 사람이 내 가족?
반가운 나머지 두 사람 쪽으로 달려나갈 뻔했다.
하지만 엄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발밑은 얼어붙었다.
엄마는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을 뿐.
그렇구나…… 이제 엄마는 날 기억 못하는 거야.
호무라의 손이 느슨해졌다.
알고 있었어.
가족이 날 잊어버린 걸.
그러니까 내 손을 끌고…….
타쓰야 : 마로카, 마로카~~
준코 : 잠깐, 얘도 참… 타쓰야!
엄마가 탁군 손에 이끌려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싫어…….
이런 일 당하고 싶지 않아.
나는 기억하는데 가족들은 날 잊어버리다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엉겁결에 호무라를 돌아보았다.
가자!
눈짓으로 재촉한다.
다리가 후들거려 움직이지 않는다.
날 데리고 여길 떠나 줘.
빨리…… 엄마랑 탁군이 오기 전에 빨리.
호무라는 내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말했다.
호무라 : 괜찮아 마도카…….
내 눈을 조용히 바라본다.
호무라 : 사람은 뭐든지 그렇게 간단히 잊어버릴 순 없어….
그렇게 말하고, 호무라는 바로 앞까지 온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호무라 : 안녕하세요. 지난번엔 커피 잘 마셨습니다.
준코 : 그, 그래….
타쓰야 : 마로카~~!
탁군이 나한테 손을 뻗었다.
어라… 탁군?
날…….
마도카 : ……탁군.
준코 : ?!
호무라 : 이쪽이 전에 말했던 마도카예요.
준코 : 얘가….
'전에'?
호무라, 우리 엄마랑 만났어?
호무라 쪽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져, 나는 엄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도카 : 아……
처음 뵙겠습니다….
준코 : 아, 그래… 안녕….
역시 엄마는 날 기억 못하는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준코 : 타쓰야랑은 아는 사이니?
마도카 : 네, 그러니까… 그게…….
탁군은 어째선지 날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안 잊어버렸을까….
준코 : 그쪽 친구하고 둘이서 같이 놀아 준 거야?
마도카 : 그, 그런 셈이네요.
준코 : 그랬구나. 고마워….
……아니, 잠깐.
엄마는 오른손을 이마에 얹고 머리를 저었다.
준코 : 아냐 아냐. 그게 아니란 말이지.
마도카 : 네?
준코 : 너랑, 나랑, 타쓰야랑 애 아빠랑…… 넷이서…….
마도카 : 네, 네에?
준코 : 그러니까… 으음….
크으~~ 뭔가 여기까지 딱 올라오는데… 아아, 생각이 안나…!!
아우 짜증나~~~!!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냉철하고 멋있는 엄마가 이렇게 감정을 대놓고 표현할 때가 있다니.
그런 광경이 옛날하고 달라진 게 없어서.
거기에 이끌리듯이 엄마도 나를 보며 웃었다..
반가워요…… 엄마.
엄마도 날 기억해 줬구나.
우린 이렇게 함께 웃으면서, 친한 친구같이 지내는 사이였어.
준코 : 아하하하… 그래 맞아. 이거야, 이런 느낌. 너하고는 대충 이런 사이였지?
뭐라고 할까. 전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미안.
마도카 : 후훗, 괜찮아요. 저도 마찬가지니까… 킥킥….
준코 : 거짓말 하긴. 내 얼굴 보고 깜짝 놀랐으면서!
마도카 : 헤헷, 그랬던가?
준코 : 그치만 네가 '처음 본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마도카 : 네, 맞아요.
미안, 엄마.
난 선택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그걸 찾았기에 난 지금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지켜봐 주세요.
당신 딸이 가는 길을, 앞으로도 계속.
준코 : 그런가….
하지만 타쓰야랑 놀아 주었으니 다음엔 제대로 답례를 해야겠는데.
시간 나면 둘이서 우리 집에 놀러 오렴. 요즘은 토요일에는 쉴 수 있으니까.
마도카 : 알았어요.
호무라 : 고맙습니다.
준코 : 후훗,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또 보자.
…아, 그래그래. 깜빡 잊고 말 안 했네.
너, 그 리본 엄청 잘 어울린다. 누가 골라줬는지 센스 만점인데!
마도카 : …….
바보…….
엄마는 웃으면서 탁군과 함께 자리를 떴다.
탁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바이바이.
마도카 : 후후… 자기가 자길 칭찬하네….
바보같아. 정말…….
콘크리트 바닥에 눈물이 떨어진다.
마도카 : 흑…….
호무라는 아무 말 없이 날 안아주었다.
마도카 : 잊지 않고…
기억해 줬어…….
엄마도…… 탁군도…… 날 잊지 않고…….
호무라 : 응…….
마도카 : 이젠 없는데…
예전에 있던 진짜 난 이제 어디에도 없는데…….
흐흑……
으아아아아아…………!!!!
나는 가족의 연(緣)이 갖는 무게를 깨달았다.
호무라가 날 잊지 않았던 것도 틀림없이….
무엇 하나 남김없이 변해버린 이 세계에서
내 소중한 것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오늘은 만족이다.
호무라는 우리 엄마를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은 엄마가 날 잊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나 보다.
혹시 호무라는 전부 다 알고 있을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도, 과거에 빈 소원도…….
호무라 : 고마워 마도카.
다시는 가족이랑 만날 생각이 없었는데,
널 보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마도카 : …….
가족을 만나러 갈 거구나.
호무라도 나 말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어.
힘내 호무라.
그치만 어째서일까?
호무라, 조금 쓸쓸해 보여….
.
.
.
~밤, 호무라네 집~
오늘 밤도 거리낌 없이 호무라 이불로 들어갔다.
호무라 : 오늘도 같이 자는 거네.
마도카 : 이제 와서 뭘 새삼스레… 헤헷.
오늘도 따뜻해~
호무라를 막 끌어안으려던 그때였다.
호무라 : 마도카…
괜찮아?
마도카 : 뭐가?
호무라 :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나랑 같이 보내도 괜찮아?
마도카는 가족을 택할 수도 있잖아.
난…… 이제…… 괜찮으니까.
호무라, 뭔가 착각하는 거야?
그 말투를 들으면 나랑 호무라가 같이 못 있게 되는 줄 알겠잖아.
마도카 : 내가 스스로 선택했어.
가족을…
정말로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을.
그러기 위해서 난 여기 있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호무라랑 계속 함께야.
훌쩍….
호무라 : 거짓말… 넌…….
호무라는 내가 사라지는 줄 아는구나.
마미 선배가 그랬던가. 호무라가 나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몰라.
모든 사실을 알면 내가 사라져 버릴까봐.
마도카 : 거짓말 아니야.
약속했잖아. 계속 함께 있는다고.
날 꿈이나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는 변함없이 여기에 있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호무라가 외롭지 않게 쭈욱 곁에 있을 거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거기니까.
호무라 : 마도카… 흑…….
아아아……
으아아아아아…………!!
마도카 : ……언제나 둘이 함께야.
호무라는 내 품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법소녀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래도 내 정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안 가르쳐 줬다.
언젠가 호무라와 내가 진짜로 가족이 되었을 때.
그때까진 비밀로 해 두자.
침대 곁에 리본 2개가 놓인 것이 보였다.
마도카 : …….
나는 리본을 손에 쥐었다.
……이러면 됐어.
리본은 묶여서 하나가 되었다.
.
.
.
~종업식~
오늘로 2학기가 끝난다. 이제부터는 겨울방학.
호무라와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늘어서,
나는 두근두근하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할지 생각했다.
늘 나한테 힘을 주는 호무라한테 보답을 하고 싶어.
마도카 : 있지, 호무라.(소근소근)
호무라 : 왜?
마도카 :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호무라 : 지금은 딱히 없는데.
마도카 : 그래….
그렇겠지. 호무라는 필요없는 물건은 거의 안 사니까.
'이거 갖고 싶어', '저게 좋겠다' 하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
집에 가면서 골라 볼까….
.
.
.
~방과후~
호무라 : 저기, 마도….
마도카 : 미안. 오늘은 먼저 집에 가 있어. 잠깐 일 끝내고 금방 갈게.
호무라 : 알았어.
~잡화점~
사야카 : 이거 괜찮지 않아?
목도를 들고 붕붕 휘둘러 본다.
사야카 : 그녀석한텐 딱 맞을 거 같은데.
마도카 : 사야카가 갖고 싶은 거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
사야카 : 목도만……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알았다니까.
손으로 뭐 만드는 건 생각해 봤어?
마도카 : 우웅~ 뜨개질 같은 거? 지금부터 하기엔 너무 늦고….
사야카 : 과자는?
마도카 : 만들어 본 적 없어… 사야카는?
사야카 : 없는데.
이것도 꽝인가.
사야카 : 마미 선배라면 가르쳐 주지 않을까?
.
.
.
~마미네 집~
마도카 : …일이 그렇게 돼서요.
마미 : 알았어. 가르쳐 줄게.
그런데 어떤 걸 만들려고?
그래…… 크리스마스니까…….
마도카 : 케이크라면?
사야카 : 괜찮겠다! 근데 너무 시간 걸리는 거 아니야?
마미 : 해가 질 때까진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마도카 : 헤헷, 그럼 부탁할게요.
호무라한테는 늦게 간다고 문자를 보내 놓자.
부엌에 달콤한 향이 피어올랐다.
마미 선배가 지시하는 대로 재료를 섞는다.
사야카 : 생각해 봤어? 크리스마스인데도 친구를 위해 케이크를 굽는 우리들은 얼마나 헌신적인가!
마도카 : 사야카랑 마미 선배까지 도와줘서 고마워요.
마미 : 후훗, 카나메를 위한 일인데 신경 쓸 필요 없어.
마법소녀한테 크리스마스같은 거 별 느낌도 없는 걸.
사야카 : 마미 선배, 마도카 앞에서 그 얘긴…!
마도카 : 괜찮아 사야카. 나 전부 다 아니까.
사야카 : 마도카….
마도카 : 사야카나 선배가 열심히 뛰고 있는 거….
사야카 : ……그랬구나.
마도카… 고마워.
네가 노력해 준 덕분에 우린 마녀로 변하지 않게 됐어.
정확히는 '내가' 한 건 아닌데….
사야카 : 나, 스스로 원해서 마법소녀가 됐으면서 그걸 엄청 후회한 적이 있어.
전부 잘못이라고, 몽땅 다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네가 세상을 바꾸지 않았으면 나 마녀가 됐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고마워, 마도카.
마도카 : 사야카…….
이 말을 들으면 그애들도 기뻐할까.
친구 소망을 지켜줬다는 얘길 어딘가에서 듣고서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워한다면 좋겠는데.
마미 : 이제 굽기만 하면 끝이야.
마도카 : 생각보다 빨리 만들었네.
사야카 : 기다리는 동안 카드라도 할까!
.
.
.
~돌아가는 길~
집을 향해 길을 걷는다.
얼른 호무라 얼굴이 보고 싶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케이크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조심.
오늘은 유난히 더 추운 느낌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호무라 번호야.
마도카 : 여보세요.
호무라 : 마도카? 지금 어딨어?
마도카 : 2번가 서점 앞인데….
호무라 : 그럼 그대로 역까지 와 줄래?
마도카 : 응… 알았어….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무슨 일이지?
일단 역으로 가 보자.
여기서 많이 멀지도 않아.
역 앞 육교가 보였다.
하얀 코트를 입은 호무라가 시계탑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케이크가 쓰러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언덕길을 내려간다.
마도카 : 기다렸지~
호무라 : 후훗, 딱 맞게 왔네. 그럼 갈까?
마도카 : 간다고?
호무라 : 저기….
호무라가 로터리 쪽을 가리킨다.
낯익은 차가 한 대….
조수석에서 얼굴을 내민 탁군, 엄마…… 안쪽에는 아빠도 있다.
모두들….
호무라 : 어제 준코 아줌마 만났어.
괜찮으면 오늘 같이 파티 하자고 하셔서.
엄마가…?
뒷좌석 문을 열고 둘이 차에 올라탔다.
준코 : 야아~ 너희들 오늘은 예정 없었니?
호무라 : 마도카 말고는 같이 지낼 사람도 없어요.
토모히사 : 저런, 이렇게 미인인데 아깝잖아.
준코 : 마누라가 눈 시퍼렇게 뜬 앞에서 중학생한테 작업질이야!
토모히사 : 하하, 설마 그럴 리가.
타쓰야 : 마로카~~
탁군이 내게 손을 뻗는다.
그 손을 잡아 주었더니 '꺄아꺄아' 하면서 좋아했다.
역시 하나도 안 변했어.
아빠도… 엄마도.
다행이야.
마도카 : 그런데 저희가 파티에 끼어도 괜찮아요?
준코 : 뭐어?
마도카 : 크리스마스는 연말에 가족끼리 지내는 소중한 날인데….
가족…….
아무리 발버둥쳐도 난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
준코 : …….
토모히사 : 후훗, 이 사람은 떠들썩한 걸 좋아하거든.
여럿이 모여서 시끌벅적 놀고 싶다잖아….
아빠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슬쩍 보았다.
엄마가 아빠한테 '고마워요……'라고 속삭인 것 같았다.
호무라 : 그렇게 된 거니까 오늘 저녁은 신세지자.
마도카 : 응♪
~마도카네 집~
…드디어 돌아왔어.
나 돌아온 거야!
어렸을 적에, 길을 잃어서 엄마가 찾아주실 때까지 집에 못 왔던 적이 있다.
그때와 똑같은 기분.
마음속으로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로 눈길이 갔다.
아마도 아빠가 만드셨을 멋진 요리가 가득 놓여 있었다.
마도카 : 굉장해…….
토모히사 : 호무라도 도와줬단다.
그런 거야?
호무라 얼굴을 본다.
호무라 : 오늘 수업 끝나고 너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때 뭔가 말하려고 했지.
아…….
마도카 : 의자가 3개밖에 없어…….
호무라 : …….
그야 당연하지.
내 자리가 있을 리가 없잖아.
토모히사 : 이거면 될까?
접이의자 2개가 자리에 놓였다.
마도카 : 고맙습니다….
호무라하고 같은 의자면 나쁘지 않네.
호무라 : 마도카….
모두 함께 테이블을 둘러싸고 자리를 잡았다.
준코 : 그럼 준비 됐지? 다들 음료수 들었어?
마도카 : 잠깐만요!
준코 : 왜 그러니 마도카?
마도카 : 저, 호무라한테 선물하려고 케이크 만들었어요.
호무라 : 그래서 수업 끝나고 다른 데 갔구나?
마도카 : 마침 파티 자리니까 모두 함께 먹을까 하고.
괜찮아 호무라?
호무라 : 물론이지.
마도카 : 지금 꺼낼게.
봉지에서 케이크가 든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호무라 : 열어도 돼?
마도카 : 응♪
호무라가 꺼낸 것은 둥글고 커다란 초콜렛 케이크.
그 위에, 리본을 맨 두 새하얀 소녀가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호무라 : 이건….
마도카 : 나랑 호무라.
헤헷, 화이트초콜렛으로 만들었어.
토모히사 : 이거 대단한데! 마도카는 솜씨가 좋구나.
딸 자랑을 늘어놓는 아빠를 보니 살짝 부끄럽다.
마도카 : 사실은 친구들이 도와줬어요.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 호무라한테 보여주려고.
그래.
이건 내 메시지가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호무라 곁을 지킬 거야.
언제 어느 때라도 내 곁에는 너뿐이야.
호무라 : ……
잘 만들었다….
정말로… 먹는 게 아까울 만큼….
호무라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나도 만족했다.
준코 : 그럼 진짜로 준비됐지?
다들 잔 들고!
자아, 시작하자.
새로운 가족이 모두 함께, 즐거운 연회를.
언젠가 끝을 맞이할 그날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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