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본 팬픽은 TV아니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뒷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본편의 결말에 대해 밝히고 있으므로, TV판 원작을 먼저 감상한 다음에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앞서 포스팅한 「전학생 마도카」와는 주인공 시점을 달리하는 연작이므로 이쪽을 먼저 읽고 본작을 감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문은 백합(Girl's Love) 요소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장르/요소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하십시오.
-원문 출처 : http://punpunpun.blog107.fc2.com/
분량이 많은 관계로 번역문은 몇 부분으로 나누어 올라갑니다.
-다른 사이트나 게시판, 블로그 등으로의 전재는 금지합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나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을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좀처럼 결심이 서질 않는다.
~호무라네 집~
마도카 : 호무라, 다음 토요일에 시간 있어?
호무라 : 글쎄. 특별히 예정은 없는데?
마도카 : 그럼 둘이서 어디 나가 볼래?(생긋)
호무라 : 그래, 좋아.
마도카는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마도카 : 아니. 딱히 정한 데는….
호무라 : 그럼 적당히 거리를 쏘다녀 볼까?
마도카 : 응!
좋아, 이건 나한테 주는 상으로 하고 다녀오자.
서둘러 집에 돌아가 외출할 준비를 했다.
.
.
.
~Y현 W시~
휴일을 이용해 길을 떠났다.
마도카 : 돌아왔어….
기차를 타고서 여기까지 3시간 이상.
멀리까지 오느라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역에 내려서는 시골길을 버스로 달려 집 근처까지 간다.
딱히 그립다거나 하는 기분은 안 든다.
얼마 전까지 익숙하게 다니던 장소니까.
그래도 난 안심했다.
고향에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날 테니까.
다행이야.
역시 난 여기 살고 있었어.
집에서 제일 가까운 정류장까지 20분 정도 버스를 탔다.
자, 이제 집까지 다 왔으니….
마도카 : 어쩐지 긴장되네.
초인종을 누른다.
조금 있다가 문이 열렸다.
-네에, 누구세요?
안에서 엄마가 나오셨다.
……어라?
이 사람이 엄마?
나는 엄마를 잘 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 지낸 기억도.
그런데 왜?
전혀 우리 엄마라는 기분이 안 들어.
마도카 : 저, 그게… 저는….
여성 : 아아, 친구구나. 안으로 들어오렴.
마도카 : 네?
역시 엄마가 아닌가.
……그럴 리가.
여기는 틀림없이 내 집인데.
여기 말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철저히 조사해 보는 수밖에.
안내를 받으며 집 안을 걷는다.
응, 역시 우리 집이야.
여기서 지낸 기억이 있는 걸.
얘기를 들어 보니 내 또래 여자애가 집에 있는 모양이다.
그애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왜 이런 처지가 됐는지 설명을 들어 보자.
미닫이문을 열자 일본식 방이 나왔다.
마도카 : 여, 여기는…?
여성 : 향은 여기 있단다.
방 안쪽에는 불단과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에는 나와 머리 길이가 비슷한 소녀가 찍혀 있었다.
마도카 : 그런…….
사진 주인 이름은 '시미즈 유이(清水由衣)'라고 한다.
올 여름에 도쿄에서 자취를 시작했다가 그만 세상을 떠난 모양이다.
사인은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데…….
'시미즈'?
엄마 성명은 시미즈 유카(清水由佳).
내 이름은 카나메 마도카.
어……? 나랑은……
아무 연관도 없다.
죽은 유이라는 아이는 대체 나하고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단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그녀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
집을 떠나 혼자 지내면서 미타키하라 중학교에 다녔다.
터울이 많이 나는 남동생이 있고….
마도카 : 저, 카나메 마도카라고 해요.
유이가 저에 관해서 뭔가 얘기한 적이 없나요?
모친 : 글쎄… 딸애랑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좀 더 연락을 하고 지냈으면 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마도카 : 그런가요….
더 이상 캐묻는 건 가혹한 짓이다.
향불을 피우고, 나는 집을 나왔다.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돌아갈 곳을 잃어버렸다.
소중한 가족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저 멍하니 발걸음을 옮겼다.
그 가족은 나한테 무슨 존재였을까.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지낸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집 딸이 아니다.
내가 있을 곳은 거기가 아니야.
마도카 :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남았어…….
진짜 우리 가족은 어디 있지?
모두들 어디로 간 거야?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엄마…….
.
.
.
~미타키하라역~
역에서 나오자 이미 밤 늦은 시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이럴 때 누군가 함께 있어 주었으면.
마도카 : ……호무라.
호무라 얼굴이 떠올랐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마도카 : 호무라?!
거기에는 부드러운 표정을 한 마미 선배가 서 있었다.
마미 : 안녕?
마도카 : 마미 선배?
어째서 이런 시간에?
마미 :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계속 기다렸어.
마도카 : 저한테… 얘기?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옥상에서 얘기했을 때도 나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마도카 : 하나도…… 모르겠어.
마미 선배랑 다들 어떻게 저에 관해 알고 있어요?
나는……
나 혼자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마미 : …….
마미 선배는 그저 조용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도카 : 죄송해요. 다른 사람들이 나쁜 게 아닌데…
지금은 뭐가 뭔지 모르게 돼서….
마미 : 일단 우리 집에 갈까?
따끈한 홍차 타 줄게.
~마미네 집~
마미 : 조금은 기분이 가라앉았니?
마도카 : 네.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시 냉정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혼자 집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다.
지금은 누구라도 좋으니까 곁에 있어 줘.
마미 : 후훗, 나도 홍차한테 신세 많이 지고 있어.
슬프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음을 달래주거든.
마도카 : …….
이 사람도 힘든 일이 많았구나.
온화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그런 느낌이 든다.
어쩐지 호무라하고 닮은 분위기를 마미 선배한테서도 느꼈다.
쉽사리 다가서기가 어렵다고 할까…
어딘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그런.
마미 : 솔직하게 물어볼게.
카나메는 자기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니?
마도카 : 내… 정체?
…혹시, 마미 선배는 전부 다 알고 있는 걸까?
마미 :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마도카 : 마미 선배는 제가 누군지 아세요?
마미 : …….
마도카 : 가르쳐 주세요.
마미 : 그래….
나도 너에 관해서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야.
그래도 최근 며칠 동안 너에 대해 조사해 봤어.
정말로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부모님은 계시는지.
왜…… 그런 일을?
마미 : 넌 호적상으로는 틀림없이 존재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네 가족이나 부모님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마도카 : 그럴 수가…….
마미 : 차림새나 분위기를 보니 오늘은 고향집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다녀온 모양인데….
마도카 : 네.
마미 : 괜찮으면 그 얘기를 들려줄래?
오늘 있었던 일을 마미 선배에게 이야기했다.
마미 : 그렇구나. 네가 모르는 낯선 가족이…….
마도카 : 아니오, '모른다'기보다는…
'기억은 하지만 이 사람은 아니야'라고 해야 하나….
마미 : 과연, 그랬구나.
대강 사정을 알겠어.
마도카 : 저에 관해 알아내셨어요?!
마미 : 아니, 아직 거기까지는…….
역시 엄마랑 가족들과는 다신 만날 수 없는 걸까.
마미 : 카나메는 지금 진실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힌트를 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너는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아야만 해.
그게 어떤 일이라도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니?
마도카 : 전 아빠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만에 하나라도 그럴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받아들이겠어요.
마미 : ……
알았어.
조금 긴 얘기가 될 테니까 천천히 들으렴.
방금 전까지의 부드러운 눈빛이 아니라…
그저 담담한 말투로 이 세상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마법소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마수와 싸우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 존재.
마미 선배와 호무라, 사야카는 그렇게 마수와 싸우고 있다.
실제로 '마법'이란 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총이나 리본이 나오는데 믿을 수밖에 없잖아.
마도카 : 마법소녀하고 우리 가족이 관계가 있어요?
마미 : 글쎄… 그 부분은 나도 확실한 증거를 갖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억을 조작하거나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마도카 : 설마 가족들이 그 마수라는 것들한테….
마미 : 그건 아닐 거야.
너나 가족한테 뭔가 피해가 있었다면, 기억을 바꾸거나 하는 귀찮은 짓을 녀석들이 할 리가 없지.
마도카 : 그럼 도대체….
마미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닐지도 몰라.
그래도 제일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얘기해 볼게.
마미 선배 말로는, 예전에 난 마법소녀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법소녀가 된 나는 '마녀의 소멸'을 소원으로 빌었다.
마녀란 마법소녀가 타락한 모습으로, 지금 말했던 마수와 비슷한 존재.
마법소녀는 힘을 다 쓰거나 절망에 빠지면 마녀로 변한다.
세상을 구하는 존재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악으로 변하는 세계.
나는 그런 세계를 새롭게 바꾸었다고 한다.
마녀를 멸하는 '개념'이 되어 이 세상에서 소멸했다.
마미 : 말하자면 신과도 같은 존재야.
마도카 : 설마, 제가 그런 일…….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
있을 곳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내가,
세상을 바꾸는 존재였다니 믿을 수 없다.
마도카 : 무엇보다, 전 지금 여기 있어요.
사라지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이 세계가 새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면…
어째서 마미 선배는 그걸 기억하고 있죠?
마미 :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아케미는 잊지 않고 있었어….
마도카 : 호무라가?
마미 : 나나 미키…… 네 친구들도 모두 널 잊어버렸어.
어째서 그애만이 기억하고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어쨌든, 아케미 말로는 네가 이 세계를 재구성했다나 봐.
어떻게 해서 네가 여기에 실체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어.
오늘 만나고 온 가족은 틀림없이……
카나메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모순을 메우기 위해서, 제일 적당해 보이는 인물의 기억을 계승한 결과일 거야.
혼자서 산다든가, 같은 학교라든가… 지금처럼 네가 존재하기에는 딱 맞는 조건이지?
마도카 : 그런 거 이상해요. 저한텐 진짜 가족이 있는데 왜 일부러….
마미 : …….
그렇게 말하자 마미 선배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몇 초 후에, 나는 그 침묵이 뜻하는 바를 이해했다.
나는 원래부터 이 세상에 없는 게 되니까…….
아빠도… 엄마도… 탁군도 날 기억하지 못해?
'모순을 메운다'는 건 그런 뜻이었어?
내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일부러 거짓 기억까지…….
마도카 : 마미 선배는…….
……마미 선배도 호무라 말을 믿어요?
난 믿을 수 없다.
아무리 호무라가 한 얘기라도 못 믿어.
진짜 나는 이 세상에 없고…
신이 됐다니….
마미 : 네가 맨 그 리본…… 아케미랑 완전히 똑같다는 거, 알고 있니?
마도카 : 네?
머리에서 리본을 풀어 바라본다.
엄마한테 받은 리본.
마미 : 아케미가 맨 리본…… 너한테 받은 거래.
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을 새로 만든' 너한테서….
마도카 : 아…… 아아……!!
언젠가 호무라가 말했어.
'이 리본은 친구한테 받은 거'라고.
나 말고 이 리본을 매는 사람이 또 있다니, 우연치고는 너무 심하잖아.
이제야 알았다.
호무라가 날 알고 있던 이유를.
처음 만나는 느낌이 들지 않은 건 그런 사이였기 때문이야.
세상이 바뀌기 전, 나와 호무라는 마법소녀가 되어 함께 싸우는 동료였다.
마도카 : ……호무라…….
좀 더 빨리 알아야 했어…….
호무라밖에 없었는데.
이 세상에서 나랑 이어져 있는 건.
그랬으면 나…… 호무라하고 처음으로 얘기했을 때 고맙다고 제대로 인사를 했을 텐데.
'기억해 줘서 고마워'라고.
'이런 날 소중하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라고.
마미 : …….
홍차 새로 타 올게….
마미 선배가 홍차를 새로 따라 주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마도카 : 그러면, 마미 선배는 왜 저에 관해서 조사했어요?
마미 : 만약에 네가 정말로 신이라면 세상에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르거든.
네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조사해 두면 무슨 일이 있을 때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그렇구나.
마미 선배는 내가 신이 되어서 할 일을 게을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혹시 나, 지금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건가?
마도카 : 제가 일을 안 하면 어떤 일이 생겨요?
마미 : 마녀가 태어날 거야.
우리들 마법소녀가 악의를 품고 사람들을 습격하게 돼.
마도카 : 그럴 수가…….
그럼 호무라도 언젠가…….
마미 : 그래도 아직은 다른 마법소녀들이 마녀가 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아마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겠지.
마도카 : 다행이다….
호무라가 마녀가 되면 어쩌나 했다.
마미 : 그리고 너한테서 마력이 전혀 안 느껴지는 걸.
지금 카나메는 신이 만들어낸 분신이 아닐까 생각해 봤는데… 그녀도 마법소녀인 건 마찬가지니까.
마법을 사용했다면 틀림없이 마력을 느꼈을 거야.
나한텐 그게 없다…… 고.
마미 : 이미 개념이 된 카나메가 이 세상에 간섭할 힘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네가 정말로 '카나메 마도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마도카 : 저는…… 가짜인가요?
마미 : 적어도 아케미는 그런 일엔 신경 안 쓰는 모양이니까 안심해도 돼.
그거…… 좋아해도 되는 거야?
마미 : 일단, 우리는 네가 어떤 경위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어.
네가 신과는 별개인 존재라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는 없으니까.
만약에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꼭 우리한테 알려줘.
아케미가 마녀가 되는 건 너도 싫겠지?
마도카 : 알았어요.
마미 : 후훗, 고마워.
그럼 딱딱한 얘기는 여기까지.
마미 선배 눈에 평소처럼 온화한 빛이 돌아왔다.
마미 : 차 한잔 더 할래?
마도카 :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
고맙습니다. 마미 선배 덕분에 후련해졌어요.
마미 : 그럼 다행이네.
솔직히, 아직도 전혀 모르는 일이 잔뜩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가족들을 찾는다고 해도 그쪽에서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 괴로울 뿐이야.
마미 : 오늘은 늦었으니까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마도카 : 네? 그래도 괜찮아요?
마미 : 이럴 땐 누군가 함께 있어 줄 친구가 필요하지 않아?
마미 선배…….
마법소녀가 어떤 건지 난 아직 잘 모르지만,
틀림없이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도카 : 에헤헤, 솔직히 혼자 있는 건 외롭다고….
마미 : 그래. 나도 오랫동안 혼자 지냈지만, 아직도 가끔씩 외로울 때가 있어.
마도카 : 마미 선배도?
마미 : 그럼. 게다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까 친구도 애인도 못 만들고.
마도카 : ……힘든 일이군요.
마미 : 다른 세계에선 너도 마법소녀를 했을 텐데.
마도카 : 그런가? 듣고 보니 그렇네요.
나도 마법소녀가 될 자격이 있었구나.
그거 굉장하지 않아?
호무라랑 함께 이 세상을 지켰다니….
후후… 기분 좋은데.
나한테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리가 있었어.
마도카 : 근데 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마미 : 글쎄, 그건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스스로도 상상이 안 가.
가족도 친구도 있고, 아무것도 부러운 게 없었는데
어떤 소원을 빌어서 마법소녀가 됐을까?
마미 : 많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자자.
이불 깔아 놓을 테니 천천히 샤워하고 나오면 돼.
마도카 : 고맙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왜 나는 여기에 있을까.
어째서 호무라 혼자서만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마도카 : 하아…… 아무것도 모르겠어.
일단, 마미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한 사람이라도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안심이야.
샤워를 끝내고 나와 머리를 말린다.
마미 선배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나도 마미 선배가 깔아 준 이불에 누웠다.
가만 생각해 보니, 혼자 살면서 이불을 여벌로 갖고 있는 게 좀 이상한데.
누가 자러 오는 사람이 있나?
그치만 아까 애인은 없다고 했잖아.
…이런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물어보자.
지금은 그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마음속으로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
.
.
~???~
훌쩍훌쩍……
훌쩍훌쩍…… 훌쩍훌쩍……
-우는 거야?
안 좋은 일 있었어?
-응.
아빠도…… 엄마도……
날 잊어버렸어….
-그렇구나….
하지만 우리가 그걸 원했잖아.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걸.
바랐다고?
이런 결말을, 내가?
-지금 생각나게 해 줄게.
.
.
.
~호무라네 집?~
마도카 : 나도 같이 싸울래!
호무라 : 안돼. 어떻게 해서 널 계약시키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겠다고?
마도카 : 지금까지 한 번도 못 이겼다면서….
호무라 : 그건 싸우는 도중에 네가 큐베랑 계약을 해서….
거짓말.
어떤 마녀인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호무라 혼자서는 못 이기는 상대야.
마도카 : 과거의 나도 그런 걸 바라진 않았어!
호무라가 혼자서 목숨을 내던지겠다면, 난… 나는…….
호무라 : 마도카…….
…네가 그런 애라는 거 잘 알아.
그래도…… 이건 내가 바랐던 일이야.
내 소원은 '너와 새롭게 만나는 것'이었어.
다시한번 널 만나서, 마도카를 지킬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싶다고.
호무라는 내 등을 꼭 끌어안았다.
마도카 : …호무라……?
호무라 : 제발… 마도카…….
내가 널 지킬 수 있게 해 줘…….
이젠 끝내고 싶어….
만약에 내가 널 지켜낸다면, 마지막으로 네 웃는 얼굴을 보여줘.
'고생했구나'라고 날 칭찬해 줘….
그 말을 듣기 위해서…… 난…… 지금까지 버텨 왔으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호무라가 짊어진 운명의 무게를 생각하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직 내가 구원받는 것만이 호무라에게 구원이 된다면…
난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생각해 봐…… 마도카.
틀림없이 무언가 있을 거야.
호무라도 나도 함께 구원받는 기막힌 마법같은 방법이.
그래…!
내가 전부 다 끝내버리면…… 더 이상 호무라가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
.
.
꿈은 모습을 바꾸어, 다른 장소로 옮겨갔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닥쳐왔다.
그래도 난 지지 않고 앞을 향해 달린다.
모든 것을 끝내버릴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도카 : 호무라?!
하늘을 나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어릿광대처럼 생긴 인형을 향해 화기를 쏘아대고 있다.
마녀 또한 물러서는 기색이 없이 호무라를 향해 마법탄을 연이어 발사한다.
조금씩 호무라가 열세에 몰리고 있었다.
마도카 : 제발, 이제 그만! 그만해!
왜, 어째서 이렇게까지….
이런 거 싫어…… 호무라….
발푸르기스의 밤이 쏜 화염탄 한 발이 호무라에게 명중했다.
소녀의 몸이 무서운 기세로 하늘을 가른다.
마도카 : 호무라?!
공격을 받고 날아간 호무라가 지면에 처박혔다.
그녀가 쓰러진 곳을 향해 내달린다.
호무라 손을 잡았다.
손목 위로는 온통 긁힌 상처고, 어깨에는 출혈이 심하다.
이대로는 얼마 못 견딜 거야.
마도카 : 기다려… 지금 도와줄게…… 큐베.
큐베 : 마도카, 드디어 계약할 마음이 들었어?
마도카 : 어떤 소망이라도 들어준다고 했지?
큐베 : 물론이지. 너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라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룰 수 있어.
좋아…….
이제 그만 끝내자.
나는 모든 마녀를 소멸시킬 거야.
이러면 호무라도 다른 마법소녀들도 구원받을 수 있어.
하지만 이 세상은 완전히 변해버리겠지.
나도 무사하진 못할 거고.
그래도…
…난 지키고 싶어.
지금까지 노력했던 모두의 소망을.
사야카처럼 절망에 빠져서, 소원을 빈 자체가 잘못이라니…
그런 거 절대 인정 못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낼 거야.
죽음보다 가혹한 운명을 짊어진다 해도.
소원을 막 빌려고 할 때,
그 순간…… 호무라가 내 손을 잡았다.
마도카 : 호무라……?
희미하게 눈을 뜨고, 억지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호무라 : 정말…… 너란 애는… 콜록….
또 그렇게 날 외톨이로 만들 거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못됐어…… 진짜……
크흑……!!
마도카 : 호무라, 그만! 더 말하지 마!!
호무라가 텔레파시로 말을 걸었다.
-그래도 있잖아, 지금은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어떤 세계에 가더라도 변함없이 네가 있으니까.
같은 교실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널 만나는 게 낙이었어…….
'이번엔 어떤 마도카를 만나게 될까' 하고 상상하면 가슴이 부풀고……
마음이 엇갈려도 넌 언젠가는 반드시 날 이해해 주니까.
그렇게 너랑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고…… 기뻐서….
그러니까…… 부탁이야.
날 잊어버리더라도……
다시 내 친구가 되어 줘.
이럴 수가.
호무라가 나랑 만나는 걸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니….
내가 자기를 잊어버려도 나랑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나는…
모두 다 끝내버리겠다면서……
호무라 마음은 전혀 알아주지 못했다.
미안…… 미안해.
호무라…….
이대로 내가 소원을 빌면
아마 나는 사라져 버리겠지?
그럼, 혼자 남겨질 호무라는?
지금까지 고생했던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싫어…….
이렇게 상처입도록 싸웠는데…
친구 한 사람도 구할 수 없다니…….
그렇게는 안 돼.
다시는 호무라를 슬프게 하지 않을 거야.
마도카 : 큐베, 내 소원을 들어줘!
내가 바란 소원, 그것은….
마도카 : 마녀가 없는 세상에서 호무라 곁에 있는 것.
큐베 : 마녀가 없는 세상?!
마도카, 그건 두 가지 소원을 한꺼번에 비는 게 돼.
'마녀를 없애는 것'과 '그렇게 된 세상에서 호무라를 만나는' 건 각자 성질이 다른 소원이거든.
마도카 : 그러니까 난 미래의 나한테 소원을 맡기는 거야.
호무라가 만날 또 다른 내가 마녀를 없애 달라고!
큐베 : 다른 차원에 있는 마도카가 그 소원을 빈다는 보장이 없어도?
마도카 : 나는 틀림없이 그렇게 빌 거야. 마녀의 존재를 없애달라는 소원을.
호무라는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큐베 : 만약에 네가 그 소원을 빈다고 치자.
그러면 넌 가족이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너를 잊어버린 세계에서 살아야 해.
네가 구하려고 하는 아케미 호무라조차 널 기억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
그래도 넌 그 소원을 빌겠다는 거야?
마도카 : 그건 호무라도 지금까지 겪었던 일이야.
그러니까 마찬가지. 상관없어.
그래도.
호무라라면 날 기억해 주지 않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은 기억해 줄 거야.
그런 기분이 들어….
난 다시한번 호무라를 만날 거야.
다른 사람들이 전부 기억하지 못한대도,
호무라마저 날 잊어버린다고 해도…….
나는 마법소녀가 되었다.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모든 마력을 발푸르기스의 밤에게 쏟아부어… 파괴했다.
마녀를 쓰러뜨리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정신이 들자, 나는 호무라 옆에 쓰러져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언젠가 나도 마녀가 되겠지.
낌새를 알아차린 호무라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호무라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마도카 : 언젠가… 마녀가 나타나지 않는…… 그런 날이 오면…
그때는…… 날 기억해 줘… 호무라.
미안해, 미래의 마도카.
가혹한 운명을 떠넘겨서….
이건 내가 멋대로 빈 소원이야.
호무라를 구하고 싶다… 그 마음에 거짓은 없어.
하지만 호무라가 나랑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도 호무라와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내가 이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그 마음만은 너도 마찬가지잖아?
함께 지켜보자.
너와 나, 모든 우리들이, 두 사람이 가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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