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본 팬픽은 TV아니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뒷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본편의 결말에 대해 밝히고 있으므로, TV판 원작을 먼저 감상한 다음에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앞서 포스팅한 「전학생 마도카」와는 주인공 시점을 달리하는 연작이므로 이쪽을 먼저 읽고 본작을 감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문은 백합(Girl's Love) 요소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장르/요소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하십시오.
-원문 출처 : http://punpunpun.blog107.fc2.com/
분량이 많은 관계로 번역문은 몇 부분으로 나누어 올라갑니다.
-다른 사이트나 게시판, 블로그 등으로의 전재는 금지합니다.
그 후로 사흘 정도가 지났다.
사야카랑 마미 선배는 변함없이 다정하게 대해 준다.
하지만 아케미와는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아케미는 한 번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다.
이따금씩 이쪽을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역시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하러 가야 할까.
그치만 어쩐지 미안한 걸….
나는 아케미에 관해서 아무것도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내 보자.
아케미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점심시간~
나는 도시락통을 안고 아케미가 앉은 책상으로 갔다.
마도카 : 저기….
호무라 : 마, 마도카?!
그냥 이름으로 불렀어?
마도카 : 어?
마도…??
우리 둘, 이름으로 편하게 부르는 사이였어?!
그랬구나. 기억을 못 했더니 충격을 받은 눈치였고.
그래도 갑자기 그렇게 부르면 깜짝 놀라잖아.
호무라 : 으응, 그러니까… 카나메…?
그녀는 쑥스러워하며 다시 내 성을 불렀다.
마도카 : …….
최근 며칠 동안 그녀에게 받은 인상은 '냉철하고 멋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딘가 수줍어하는 게….
마도카 : 후훗….
호무라 : 뭐가 우스워?
마도카 : 아케미는 사야카 보고는 '미키 사야카'라고 무뚝뚝하게 부르면서.
맞아.
무슨 이유인지 아케미는 사야카를 성까지 함께 다 부른다.
뭔가 놀이나 게임이 아닐까 했는데, 원래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마도카 : 나랑 얘기하면 왜 그렇게 당황할까?
호무라 : 왜냐니….
마… 카나메가 갑자기 말을 걸어서 조금 놀랐을 뿐이야.
마도카 : 아, 혹시… 내가 생각하는 거 방해한 거야?
호무라 : ……아니.
말 걸어 줘서 기뻤어…….
마도카 : 정말? 용기 내서 말 걸어 봤는데, 잘 됐다! 에헤헷~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아케미도 나한테 신경을 써 주고 있었구나.
기분이 좋다. 더 빨리 얘기해 봤으면 좋았을 걸.
마도카 : 괜찮으면 오늘 다 같이 점심 먹을래?
둘이서 얘기도 더 해 보고 싶은데.
호무라 : 알았어. 카나메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아케미는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들고, 둘이 함께 내 책상으로 간다.
마도카 : 아까는 갑자기 이름으로 불러서 깜짝 놀랐어.
호무라 : 멋진 이름이라 머릿속에 남아있던 게 그만 무심결에 나와버렸어.
마도카 : 아… 고, 고마워.
사실은 그게 아니겠지.
아케미는 틀림없이 날 기억하고 있다.
……역시 미안해진다.
호무라 : 괜찮으면 이름으로 불러도 돼?
마도카 : 그럼 나도 '호무라'라고 불러도 돼?
호무라 : 응, 당연하지!
마도카 : 잘 부탁할게, 호무라.
호무라 : 마도카…….
단 한순간이었지만……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뭔가 생각이 날 것 같은…….
자리로 돌아와서 사야카에게 보고했다.
마도카 : 에헤헤, 꼬셔 왔어.
사야카 : 와아, 굉장한데! 난공불락 전학생을 한방에 낚다니.
호무라 : …….
사야카 : 그럼 난 마미 선배랑 먹고 올 테니까 오늘은 둘이서 먹어.
마도카 : 어? 다 같이 먹는 거 아니야?
사야카 : 모처럼 꼬셔 왔으니 둘이서 사이좋게 드시라 이거지.
호무라 : 괜히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돼.
사야카 : 너도 지금까지 마도카랑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지냈잖아.
이참에 이것저것 할 얘기도 많지 않아?
호무라 : ……고마워.
사야카 : 그럼 내 의자 써.
그렇게 말하더니 사야카는 자기 도시락을 가지고 나가버렸다.
사야카랑 호무라는 별로 안 친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인 모양이다…….
호무라&마도카 : 잘 먹겠습니다.
마도카 : 헤헷, 배가 꼬르륵거려.
호무라 : 그러게.
저기, 마도카.
마도카 : 왜?
호무라 : 여기로 전학오기 전엔 어느 동네 있었어?
마도카 : 어디였더라… Y현 W시.
호무라 : 그래… 꽤 먼 곳에서 왔네.
형제는 있어?
마도카 : 응, 있어.
호무라 : 그렇구나.
마도카 : 에헤헤~ 어느 쪽으로 보여?
호무라 : 어느 쪽??
마도카 : 언니/누나? 아님 동생?
호무라 : ……누나지?
마도카 : 와아! 어떻게 알았지?
호무라 : 동생은 남자 아니야?
마도카 : 맞아. '탁군'이라고…….
어…? 이상하네.
탁군 얼굴이…… 생각이 안 나.
안개처럼 흐릿하게 얼굴이 가려져서….
나 어떻게 된 거지?
호무라 : 왜 그래?
마도카 : 아니…… 아무것도….
화제를 살짝 바꿔 보자.
마도카 : 그럼 다음 퀴즈.
이 도시락 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은?
호무라 : 글쎄…….
호무라는 내 도시락을 들여다본다.
토마토, 달걀부침,
렌지로 데운 냉동식품 그라탱, 햄버그, 찐만두,
파슬리, 양배추.
호무라 : 이거 아니야?
호무라는 달걀부침을 가리킨다.
마도카 : 응. 잘 맞히네.
호무라 : 공들여 부친 걸 보면….
마도카 : 굉장해! 역시 호무라는 머리가 좋구나.
호무라 : 그,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야….
~집에 가는 길~
마도카 : 호무라 굉장해! 나에 관해서 뭐든지 다 맞히잖아!
사야카 : 뭘 말이야?
마도카 : 우리 가족이라든지,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사야카 : 조심해야겠네. 이녀석이 널 계속 쫓아다니며 스토킹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호무라 : 무슨 쓸데없는 소릴. 그냥 어쩌다 맞은 거야.
역시 호무라는 나랑 어딘가에서 만난 적이 있는 걸까?
호무라를 보았다.
어딘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도카 : 호무라? 무슨 일 있어?
호무라 :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마도카 : 혹시라도 고민거리 있으면 뭐든지 말해 줘.
아, 오늘 막 친구가 됐는데 너무 친한 척 하나?
어쩐지 호무라하고는 처음 얘기하는 거 같지가 않아서….
슬쩍 넘겨짚어 본다.
정말로 만난 적이 있다면 뭔가 반응을 하겠지.
마도카 : 그럴 리가 없는데.
호무라 : …….
마도카 : 나도 먼 데서 왔고, 호무라도 전혀 다른 데서 왔잖아.
사야카 : 전생에서 이별한 친구라든가?
마도카 : 그럴지도 모르겠네. 헤헷~
호무라 : 마도카는 시인 소질이 있나 봐. 후훗~
마도카 : 뭐야~ 그렇게 웃을 거 없잖아.
아니야….
호무라는 왜 숨기고 있을까?
결국 호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마도카 : 그럼 이만. 난 이쪽이거든.
사야카 : 아아, 내일 봐 마도카~
호무라 : 내일 봐.
마도카 : 바이바이~
사야카, 호무라와 헤어졌다.
두 사람은 다른 길로 멀어져 간다.
틀림없이 두 사람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마도카네 집~
여전히 생각이 안 나.
나하고 호무라는 분명 어디선가 만났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이 너무 멀어져서 기억이 안 난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겠어.
할 수 없지.
엄마한테 유치원이랑 초등학교 앨범을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마도카 : 어디 보자… 전화 전화.
삑 삑….
익숙한 손놀림으로 집에 휴대폰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사무적인 응답 메시지가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어라라… 잘못 눌렀나?
이번엔 제대로 확인하자.
다시한번 집 전화번호를 확인하며 차근차근 입력한다.
마도카 : (됐어, 이번엔 틀림없이.)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마도카 : 왜…
어째서 안 걸려……?
집 전화번호는 틀림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엄마한테 메일로 해 보자.
내용은……
-------------------------------
엄마, 잘 지내셨어요? 이쪽은 별일 없어요.
옛날 일을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유치원이랑 초등학교 앨범을 받아 보고 싶은데.
시간 날 때 이쪽으로 보내 주세요.
-------------------------------
됐다. 이걸로 끝.
이제 엄마 메일 주소를 치면….
주소록 버튼을 눌렀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주소록에 등록된 메일 주소가 없습니다.
그럴 수가….
왜 주소가 하나도 없어?!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탁군 얼굴도 기억이 안 났어.
엄마 아빠 얼굴도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해서 생각이 안 나.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불안감이 닥쳐왔다.
마도카 : 어째서?
…맞아, 사진.
휴대폰 앨범에 온 가족이 찍은 사진이 있을 거야.
데이터 폴더를 찾아 보자.
중앙 버튼을 누르고 데이터 폴더를 클릭한다.
-데이터 폴더 안에 데이터가 없습니다.
마도카 : 거짓말…!!
아니야, 틀림없이…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아빠, 엄마, 탁군 사진도 넣어 다녔는데.
마도카 : 왜……
어쩌다가 이런 일이…….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휴대폰으로 착신이나 메일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엄마라면 걱정이 된다면서 하루에 한 번씩은 메일이나 전화를 하실 텐데.
마도카 : ……뭐야.
이런 거 너무 이상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안에 짓눌려 버릴 것만 같았다.
텅 빈 방에는 나 혼자.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고 싶어도 연락할 수단이 없다.
호무라도, 사야카도…… 연락처도 집도 모른다.
방 구석에 무릎을 감싸고 쪼그려 앉아 생각했다.
설마… 이젠 아빠랑 엄마를 못 만나는 거야?
그때, 호무라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이유가 뭘까. 어째서 다른 사람도 아닌 호무라가.
보고 싶어.
호무라가 나에 관해서 알고 있으니까?
아니…… 아니야.
나도 호무라를 알고 있다.
이럴 때에 누구보다도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날 지켜주고…
곁에 있어 주었다.
그런데… 왜……?
마도카 : 호무라…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
.
.
~아침~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나 보다.
얼굴을 씻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집에 가고 싶어….
하지만 두렵다.
거기에는 내가 돌아갈 장소가 없을 것만 같아서.
그러니까 부디,
나한테 조금만 용기를 주세요.
~학교~
호무라 :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마도카 : ……응.
수학이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진도가 빨라서….
호무라 : 그랬구나….
사실은 거짓말.
혼자 있는 게 두려웠다.
좋지 않은 일만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니까.
호무라 : 그럼 오늘 우리 집에 올래?
마도카 : 정말? 괜찮아?
호무라 :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마도카 : 와아~! 고마워 호무라.
'누군가와 함께'가 필요했다.
외톨이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호무라 : 집에 가는 길에 케이크라도 사 갈까?
마도카 : 헤헷, 공부할 땐 당분이 중요하지?
호무라 : 그래.
지금은 내 직감을 믿자.
제발 나와 호무라가 이어져 있기를…….
.
.
.
~상점가~
호무라 : 아는 사람이 여기 빵집 단골이라서….
마도카 : 와아~ 근사하다! 아는 사람 누구?
호무라 : 학교 선배야. 다음에 소개할게.
마도카 : 응.
혹시 마미 선배 얘기인지도.
마미 선배도 호무라를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호무라 : 나는 이 타르트로 할래. 마도카는?
마도카 : 우웅~ 어디 보자…….
아, 미안. 잠깐… 손 좀….
호무라가 추천하는 걸로 골라 줘.
그대로 가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제 호무라네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을 했나?
만약에 내가 착각한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져서.
호무라라면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화장실에서 돌아오니 호무라가 계산대에서 케이크를 받고 있었다.
마도카 : 기다렸지~
호무라 : 마도카, 지금 네….
마도카 : 내가 뭐??
호무라 : 네 케이크도 샀으니까 그만 가자.
마도카 : 응♪
뭐지? 호무라가 뭔가 말하려다 만 거 같은데…….
~호무라네 집~
마도카 : '임의의 세 자리 정수에서 백 자리·십 자리·일 자리 수를 각각 더한 합이 3의 배수이면 그 수는 3으로 나누어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시오'…….
무슨 소리야?
호무라 : 예를 들어, 111에서 각 자리 숫자를 더하면 3이 되지?
3, 6, 9라든지 해서 3의 배수가 되면 그 수는 3으로 나누어 떨어진다는 거야.
마도카 : 111을 3으로 나누면… 아, 정말! 37로 딱 떨어져.
신기하다! 어떻게 되는 거야?
호무라 : 그걸 증명하라는 거잖아?
마도카 : 하나도 모르겠어.
호무라 : 스스로 생각 좀 해 봐.
마도카 : 호무라 매정해~(털썩!)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책상 위로 엎어졌다.
말 그대로 '두 손 들었다' 상태.
그래도 호무라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다.
마도카 : 수학 너무 어려워~ 산수까지만 하면 안 될까?
호무라 : 그야, 사회에서 꼭 필요한 능력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렇게 따지면 의무교육 중에 필요한 과목이 거의 안 남잖아.
끝까지 이수해도 교사나 강사가 될 게 아니면 도움이 안 되는 걸.
마도카 :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힘이라….
나한텐 뭐가 있을까…?
어쩌면 난 외톨이일지도 모른다.
그런 나라도,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자신이 편안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데….
호무라 : …….
마도카 넌 그냥 지금 그대로 있으면 돼.
마도카 : ……응.
고마워 호무라.
천천히 생각해 볼게.
호무라 : 이해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앞으로 얼마 동안은 해답을 찾지 못할 것 같다.
호무라 말처럼 그냥 이대로 있는다고 해도 저절로 편안해지진 않겠지.
그래도 호무라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게 정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대로도 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있을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호무라 : 조금 쉬면서 케이크라도 먹을까?
마도카 : 네에~♪
일단 지금은 호무라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
호무라 : …….
마도카 : 으응~~ 이거 맛있어!
호무라 : 후훗, 마도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계속 호무라랑 함께 있고 싶어….
혼자서는 외롭단 말이야.
혼자 그 집에 돌아가는 건 싫어.
마도카 : 이런 케이크를 먹을 수 있으면 매일이라도 호무라네 집에 오고 싶은데.
호무라 : 양과자는 가끔씩 먹으니까 맛있는 거야.
게다가 매일 먹으면 칼로리가 신경쓰여서 제대로 맛도 안 날 걸?
마도카 : 윽….
그런 얘길 하려던 게 아닌데….
호무라 : 그, 그래도 마도카가 좋다면 언제든지 놀러 와.
마도카 : 정말? 와아~!
에헤헤, 그럼 또 놀러와야지.
잘 됐다.
귀찮게 하는 게 아니었음 좋겠는데.
호무라도 자기 시간이 있는데 밤 늦게까지 있으면….
호무라 : 뭔가 둘이서 놀 만한 게 있으면 좋겠다.
마도카 : 장기나 체스로는 호무라한테 못 이길 거 같아.
호무라는 나보다 머리도 훨씬 좋고 운동도 잘하니까.
솔직히 뭘 해도 승산이 없어 보여.
호무라 : 미키 사야카하고는 옛날에 뭐 하면서 놀았어?
마도카 : 으음…… 어? 옛날?
호무라 : …….
그러고 보니 마도카는 최근에 전학왔지?
마도카 : 으, 응…….(힐끔)
아마 다른 학교에 있었겠지.
지금같은 상황에선 그런 기억 전부가 의심스럽다.
마도카 : TV게임이라면 조금 할 수 있어.
호무라 : 그럼 둘이서 할 만한 게임이라도 사 둘까?
마도카 : 응, 그거 하자.
옛날에 엄마가 사다 주신 게임으로 함께 놀았던 적이 있다.
……틀림없이 할 수 있어.
.
.
.
케이크를 먹고 나서 다시 호무라한테 수학을 배웠다.
세 자리 숫자를 문자로 바꾸는 등의 힌트를 받아 가까스로 풀 수 있었다.
마도카 : 아아, 그래서 3으로 나누어 떨어지는구나!
굉장해~ 증명하는 거 재밌다!
솔직히 말해서 감동했다.
원래 수학이 싫은 건 아니었고, 문제가 풀리면 당연히 기분좋다.
호무라 : 결국 오늘은 한 문제 풀고 끝이네?
마도카 : 응? 아앗, 벌써 시간이….
호무라 : 그만 집에 가야지? 저녁 시간 늦잖아.
그러고 보니 호무라한테는 나 혼자 산다는 얘길 안 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화제로 나오는 게 싫었기에, 그 이야기는 피하기로 했다.
다음번엔 제대로 말해야지.
마도카 : ……응, 그렇네.
오늘 고마웠어 호무라.
또 놀러올게….
호무라 : 그래, 기다릴게.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제 혼자 있는 건 싫어….
달칵.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션을 내려간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
하다못해 호무라 전화번호랑 메일 주소라도 받아 놓을 걸.
그렇지만 이제 와서 물어보러 돌아갈 용기는 없다.
내일 물어보면 되지…….
가로등이 있다지만, 지금은 밤길을 홀로 걷는 게 괴로웠다.
입구를 나서며 호무라가 있는 방을 올려다본다.
저 창문을 열고… 날 불러 줬으면…….
마도카 : 하하하… 그런 뻔뻔한 얘기가 어딨어…….
그만 하고 가자…….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 차도를 건너려는 순간
호무라 : 마도카~~~~!!
베란다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힘껏 내 이름을 부르는 리본을 맨 소녀가 있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나는 쪽을 돌아본다.
…호무라.
어째서?
눈꺼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날 불러 줬어….
호무라는 그대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호무라가 오기 전에 눈물을 닦아 놓자.
이유가 어찌 됐든,
지금은 1초라도 더 호무라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마도카 : (…호무라.)
숨을 헐떡이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마도카 : 왜 그래 호무라?
호무라 : 하아… 하아…….
저녁 먹고 갈래?
저녁?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다.
기쁜 나머지 다시 눈물이 나올 뻔했다.
마도카 : 정말? 괜찮아?
호무라 : 아, 으응….
마도카 : 에헤헷, 그럼 저녁도 신세지고 갈까?
호무라 : 집에서 혼나지 않아?
마도카 : 그건…….
지금 가족 이야기를 꺼낼 만한 용기는 내겐 없었다.
마도카 : 아빠한테 연락하면 괜찮을 거야.
호무라 : 그래…….
미안.
언젠가 꼭 사실대로 말할게.
그러니까 그때까진 네 곁에 있게 해 줘.
~호무라네 집, 부엌~
마도카 : 갑자기 호무라가 불러서 깜짝 놀랐잖아.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
감자껍질을 벗기면서 살짝 호무라 얼굴을 본다.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호무라 : 그랬구나… 미안.
호무라는 왜 날 저녁에 초대했을까?
설마 혼자 있는 게 외로워서?
그렇다면…… 좋겠는데.
마도카 : 감자껍질 다 벗겼어.
호무라 : 그럼 그릇 안에 넣어 줄래?
마도카 : 이러고 있으니까 어쩐지 재밌다. 헤헤~
호무라 : 마도카가 재미있다니 다행이네.
마도카 : 평소에 제대로 요리 만들어?
호무라 : 혼자 있을 땐 그냥 적당히 때워.
마도카 : 응응, 나도 그래.
호무라 : 마도카는 온 가족이서 같이 먹지 않아?
마도카 : 으응… 아빠도 엄마도 안 계실 때가 있어든.
그럴 때는 그냥 슈퍼에서 반찬거리 사다 먹어.
미안. 거짓말이야.
호무라 : 마도카는 요리 잘해?
마도카 : 엄마가 '여자는 요리를 잘해야 인기가 좋다'고 해서….
아…….
나, 우리 엄마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마도카 : 아직은 그런 거 잘 모르겠는데.
호무라 : 마도카는 지금도 충분히 귀여워.
숨겨진 팬클럽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래… 엄마도 똑같은 말 하셨어….
마도카 : …그런 거…… 절대로…….
팬클럽이라니… 그런 거…… 있을 리가 없는데.
엄마…….
다행이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서.
톡… 톡….
호무라 : 양파가 눈에 쓰려서 그래?
호무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고 있다.
마도카 : 아니…… 엄마하고도 비슷한 얘기 했던 거 같아서…
조금 그리워져서…….
아, 당근껍질 너무 많이 벗겼나 보다. 미안.
호무라 : 그건 괜찮은데….
아…… '그리워져서'… 는 실수했나?
같이 안 사는 게 들킬지도 몰라.
화제를 바꾸자.
마도카 : 있잖아 호무라, 계속 신경쓰였던 건데.
호무라 : 뭐가?
마도카 : 그 리본, 내 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
호무라 : ?!
드, 듣고 보니 확실히 꼭 닮았네.
호무라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혹시 이 리본이 나하고 호무라 추억이 담긴 물건?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이건 엄마한테 받은 건데.
마도카 : 그거 어디서 산 거야?
호무라 : 그러니까…… 이건 산 게 아니고…
선물받았어.
아……
그럼 설마……
우리 엄마한테?
호무라 : 친구한테.
……뭐야.
마도카 : ……그랬구나.
…으응, 그런 거였어…….
조금은 만화같은 전개를 기대했는데.
그래도 같은 리본을 몸에 지니고 있다니, 마치….
마도카 : 같은 리본을 짝으로 매고 있으니까 애인처럼 보여서 좀 부끄러운데. 헤헷~
호무라 : 애, 애인?!
마도카 : 응. 여기 거울 좀 봐.
부엌에 달린 거울 앞에 둘이 나란히 섰다.
같은 리본을 맨 두 소녀가 거기에 비친다.
애인… 아니,
……'자매같다'는 게 정직한 감상.
서, 설마.
호무라 : 내가 언니?
마도카 : …똑같은 생각 했네.
호무라와는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
신기해라.
방금 전까진 그렇게 외로웠는데.
마도카 : 호무라 동생인가? 그것도 괜찮겠다…….
호무라 : 자매가 별로 안 닮았다.
마도카 : 피이~ 어차피 난 호무라같은 미인이 아니라서요~
호무라 : 난 마도카가 귀엽고 예뻐 보이는데.
마도카 : 귀, 귀엽다고…?
호무라 : 그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호무라도 참….
마도카 : 그, 그건 좀 심하고.
호무라 : 앗, 그런가?
마도카 : 뭐야, 호무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호무라 : 농담 농담. 귀엽다고 한 건 정말이니까 화내지 마.
마도카 : …….
결국 호무라 말에 휘말려서 은근슬쩍 넘어가 버렸다.
살짝 약오르는데.
그래도…… 이런 즐거운 시간 오랜만이야.
정말로 호무라가 내 언니였으면.
그러면 계속 함께 지낼 수 있는데…….
.
.
.
호무라&마도카 : 잘 먹겠습니다.
둘이서 만든 스튜를 숟가락으로 떠 입으로 가져간다.
호무라&마도카 : 앗뜨뜨…!
마도카 : 헤헷, 불어서 식히지 않으면 뜨겁네.
호무라 : 아으… 마도카가 먹는 거 보고 나도 덥석 먹어버렸잖아.
마도카 : 뭐? 나 땜에?
호무라 : 그래. 혼자 먹을 땐 찬찬히 식혀서 먹는 걸.
마도카 :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한 호무라가 잘못한 거 아니고?
호무라 : 그건….
둘이서 같이 만든 거니까….
먹을 때도 같이 맛보는 게 좋잖아.
가슴속이 점점 따스하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호무라가 너무나 고마운 말을 해 주니까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그런 칙칙한 분위기가 되지 않게 나도 호무라를 놀려 줘야지.
마도카 : 호무라 있잖아….
사실은 되게 귀엽다?
호무라 : 무, 무슨…!
마도카 : 사야카라든지 다른 애들 앞에서도 그런 모습 보이면 더 많이 친해지지 않을까?
호무라 : 쓰, 쓸데없는 소릴?!
아니, 어쩌면 나보다도 사야카랑 훨씬 더 친한 게 아닐까?
사실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의외로 교류가 있을지도.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공기가 흐르는 것을 전부터 느끼고는 있었다.
조금 분한데.
마도카 : 그치만 호무라 귀여운 모습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도 기분좋은데? 헤헷~
지금, 한순간이었지만……
호무라가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웃었다.
저렇게 웃는 모습 처음 봤어.
마도카 : 앗, 호무라 웃었다.
호무라 : 이 정도야 평소에도 웃는 걸.
마도카 : 어쩐지 엄청 드문 광경 같은데.
호무라 : 마도카가 스튜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마도카 : 뭐, 뭐야! 귀엽다고 하면 뭐든지 다 용서가 될 줄 알고?
호무라 : 딱히 놀리거나 할 생각은 없는데….
마도카 : 지금 그 얘기 절대로 거짓말!
호무라 : 후후… 들켰으니 어쩔 수 없네.
마도카 : 크으~~ 어린애같다는 거 평소에 얼마나 신경쓰는데!
……즐겁다.
미타키하라에 오고 나서 가장 즐겁다고 생각한 건, 틀림없이 지금 이 순간이다.
……그렇지만.
호무라는 나를 알고 있는데,
나는 호무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
조금 더, 아니 더 많이 호무라를 알고 싶어.
마도카 : 있지, 호무라는 혼자 살면서 외롭거나 하지 않아?
호무라 : 갑자기 무슨 얘길 하나 했더니… 매일매일이 나름대로 바쁘니까 별로 외롭거나 하진 않아.
마도카 : 그래? 호무라는 대단하네.
호무라 : 처음에는 나도 좀 불안하고 그랬어. 지금은 익숙해지기도 했고.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면 나도 외롭지 않게 될까?
아니, 그렇지 않아.
내 경우는 아예 가족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모르니까.
외롭고 어쩌고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마도카 : 가족들이랑은 안 만나?
호무라 : 그러고 보니… 한동안 못 봤네.
호무라는 먼 곳을 보는 듯한 눈빛을 했다.
뭔가 괴로운 일이라도 생각난 걸까?
호무라 : 마도카도 가족이랑 있는 동안은 시간을 소중히 쓰는 게 좋아.
언제 못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마도카 : 응… 정말로…… 그 말이 맞아.
설마 정말로 못 만나는 날이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
.
식사를 끝낼 무렵에는 시계가 8시 반이 다 되어 있었다.
호무라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젠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호무라가 말하게 만들면 미안하니까 설거지가 끝나면 먼저 얘기해야겠다.
지금이라면 혼자 있더라도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아.
호무라 : 마도카, 사과 먹을래?
부엌에서 호무라 목소리가 들렸다.
마도카 : 사과? 깎아 줄 거야?
호무라 : 으응….
호무라는 리모콘으로 TV를 켜고는 동물 특집을 하는 곳에서 채널을 멈추었다.
마도카 : 앗, 멍멍이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귀여워…♡
호무라 : 지금 깎아서 가져갈게.
마도카 : 응♪
잠깐, 집에 간다고 해 놓고 계속 눌러앉아 있어도 괜찮아?
설마 호무라, 내가 계속 있어 주길 바란다거나…?
그치만 좀 전엔 혼자서도 안 외롭다고 했으면서.
TV를 보면서 호무라를 기다리고 있었더니, 사과를 담은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호무라 : 여기, 다 깎았어.
마도카 : 와아~♪
사과토끼 예쁘다!
호무라는 손재주도 좋구나.
먹는 게 아까울 정도야.
마도카 : 먹어도 돼?
호무라 : 응.
마도카 : 잘 먹겠습니다~♪ 냠~!
호무라 : (…오물오물)
아삭아삭한 감촉과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마도카 : 맛있어.
호무라 : 응.
신기한 일이다.
어제는 두번다시 가족과 못 만날 것 같다며 그렇게 울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고마워 호무라.
나, 결심했어.
다음에 시간을 내서 고향집에 가 볼래.
그리고 이런 답답한 기분을 싸악 풀어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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