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이리 좋은데 그냥 들어가기가 아까워서' 들른 공원 산책로. 오랜만에 평지 코스로 가고 있으려니 입구부터 길가에 주욱 늘어선 사람들. 무슨무슨 봉사단이라고 잔뜩 적힌 조끼에 어깨띠에… 휴일이라고 무슨 행사라도 하나?
잠시 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진행요원이 지나가며 일반인은 길가로 붙으라고 통제를 하고, 멀거니 서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열렬히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흐음, 장애인 마라톤 대회라. 이런 행사에 자원봉사단이 나와서 도와주는 거야 훌륭한 일인데, 암만 봐도 중고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중간중간에 섞여 있던 게 신경쓰이더란 말이지. 시험공부를 하다 나왔는지 손에는 요약문제지가 들려 있질 않나, 농땡이 피고 있는 애들한테 '들키기 전에 빨리 자리로 와'라고 다그치는 엄마도 있었고. 봉사활동 점수 따러 나온 것일 테니 굳이 캐물을 필요도 없었지만.

바람에 눈처럼 날리는 벚꽃잎을 보고 눈오는 날 강아지마냥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아이들. 벚꽃 구경하러 여의도다 어디다 찾아다니며 날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군.

넓은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이쪽에서도 무슨 과학회 주최인지 만들기 대회가 한창이다. 오손도손 모여앉아 점심 먹는 가족들, 자리가 좁아라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람이 안 나오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

공원 호수 여기저기에 설치된 분수대. 수면에 설치된 풍차모양 조형물이 한가롭게 돌아가고… 점심시간 물쇼는 여름이 되면 볼 수 있다.

뜬금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낯선 형아에게 멋진 포즈로 모델이 되어 준 이름모를 꼬마. 똘망똘망한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돌아가는 길가에 활짝 핀 개나리와 벚꽃. 흥에 겨워 되는 대로 여기저기 찰칵.


활짝 갠 하늘, 선선한 바람, 시원한 공기. 뉴스화면에 나오는 그런 봄날씨를 즐기며 잠시 오후 산책.
걸어서 2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다른 데도 아닌 서울시내에서.
강동구는 좋은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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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