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면 풍물구경보다 맛난 음식!
인 나와 친구들은 어딜 가더라도 구경보다는 그 동네 먹을거리를 먼저 찾곤 한다. 특별한 음식이 없다면 재료를 싸들고 가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이번 목적지는 경기도 양평의 중미산 국립휴양림.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지역으로, 서울과도 가까워서 주말이나 휴가철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저녁에 서울을 출발,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도착하니 이미 한밤중. 산 속이어서 공기가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국립휴양림의 시설은 인터넷 신청자 중에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만 이용 가능. 예전에는 선착순 접수라서 부지런히 체크만 하면 당첨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지금같은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고.(텐트를 이용할 경우는 여전히 선착순 방식) 3년 만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건 예약 취소로 나온 빈 방을 친구녀석이 운좋게 바로 접수해 놓은 덕분.
집 안팎은 100% 원목이고, 안에는 콘도처럼 냉난방과 취사도구 및 침구, 화장실 완비. 2층은 다락으로 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잘 수 있다. 밤이라 보이지 않지만 위성방송용 접시안테나도 달려 있다.

짐을 정리하고 재빨리 저녁 준비. 숯에 불이 올라 달궈질 동안, 탁자에 밑바탕과 양념거리들을 펼쳐놓은 다음 고구마는 은박지로 잘 포장.



이번의 주메뉴는 모처에서 입소문을 듣고 구입한 특제 돼지목살·갈비와 수제 소시지. 은근한 숯불에 잘 익혀서 사악 뒤집으면 네모난 철망자국이!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도 일품. 준비해 간 6인분을 세 사람이 저녁밥과 함께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신나게 먹고 있는데 9시가 지나자 눈이 내리기 시작. 처음엔 금방 멎을 것 같더니 나중에는 함박눈이 되어 펑펑 쏟아지는 통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방으로 대피했다.

고기 굽는 동안 숯불에 묻어놓았던 고구마와 밤을 개봉. 불이 꺼지지 않도록 눈을 맞으며 고생한 친구 덕분에 먹음직스럽게 노릇노릇 잘 익었다. 따끈한 방바닥에 둘러앉아 '맛있다'를 연발하며 정신없이 까먹고 있는 중.


새벽에 눈이 그친 후 바깥 풍경.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거니는 맛이란….



아침에 문을 열어 보니 완전히 은세계. 어젯밤엔 눈 온다며 좋아해 놓고, 꼬불꼬불 비탈길을 체인도 안 감은 자동차로 내려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
차에 쌓인 눈이 얼어붙는 바람에 쓰레받이로 긁어내고, 창문에 뜨거운 물을 들이부어 녹이고 아침부터 생난리.

통나무집의 전체 모습. 나중에 돈 벌면 요런 별장 하나 지었음 좋겠네….

지난밤의 폭설이 거짓말처럼 맑게 갠 하늘. 눈이 온 뒤라 날씨도 따뜻.

중미산의 명물 천문대. 청정지역인 이 일대의 밤하늘은 여름이면 맨눈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맑다. 옆동네 유명산 휴양림은 냇물에 가재도 서식.

서울 돌아오는 길에 시원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씩. 땀 뻘뻘 흘리며 뚝딱 해치우고 나면 배고픔도 취기도 싸악~


놀러갔다 오는 길엔 꼭 들르는 이 식당. 알고 보니 인터넷에서도 유명한 맛집이라고.


명승고적이나 특산요리도 좋지만, 자리를 살짝 옮기는 것만으로도 평소에 자주 먹던 음식도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산 속 통나무집에서 별을 보며 불가에 둘러앉아 먹는 밥맛(+ 술맛)이란… 크아~!
자연휴양림은 전국 곳곳에 많이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


국립 자연휴양림 관리소 : http://www.huyang.go.kr/index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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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