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2」로 대전게임 붐이 일기 전, 슈팅은 액션과 더불어 1980~90년대 초중반까지 오락실의 주류를 이루던 장르이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버튼 연타 - 파워업 - 탄막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주류 스타일'이 확립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중에서 「다윈 4078」은 유기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디자인과 변형 시스템, '진화'라는 요소를 도입한 색다른 작품으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게임은 적을 쓰러뜨리고 아이템을 모아 파워업하며 진행하는 전통적인 스타일. 대공·대지공격이 나뉘어져 있고, 적탄에 맞아도 한방에 죽지 않고 최소형태로 '퇴화'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특정한 적을 격파하면 파워업 아이템이 출현한다. 진화는 총 10단계이며, 일정시간 동안 아이템을 얻지 못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잠시 후에 1단계 퇴화.
각 스테이지 끝에는 거대보스전. 똑같이 생긴 녀석이 공격패턴만 바뀌어 계속 등장한다.

진화할수록 기체 면적도 커지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적기와 충돌하면 파워업에 상관없이 즉사하므로 적이 많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적탄에 맞으면 요렇게 쪼그라든다. 이 상태에서 다시 공격당하면 사망.

몇몇 적기는 데미지를 준 다음 포획해서 대지공격에 쓸 수도 있다.


평범하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기체 디자인이 조금 특이한 슈팅게임' 정도로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도 적었듯이, 본작을 다른 슈팅과 구별짓게 해 준 요소가 있다면 바로 '진화'! 뜬금없이 제목에 '다윈'을 갖다붙인 센스야 뭐… 20년 전 물건이니 그렇다 치고.

총 10단계로 이루어진 진화 과정에는 몇 가지 돌연변이가 존재하는데, 특정 단계에서 파워업 지속시간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건을 맞추기가 의외로 까다롭고, 스테이지 구성과 적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초보자들에겐 도박에 가까운 플레이가 되기도 하였다.
아래는 가장 많이 알려진 패턴 두 가지.

스테이지 도중에 폭발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적기. 타이틀 화면에 나오는 바로 그녀석이다.
폭발하는 순간에 접촉하면 요상한 공 모양(?)으로 변이. 적탄에 맞아도 무적이지만 공격이 분산되기 때문에 전투력은 절망적인 수준.

막대기 레이저(KUES)까지 진화한 다음 시간을 끌어서 1단계 퇴화. 그리고 나서 파워업 아이템을 먹으면 돌연변이가 시작된다.
최종형태. 지면에 비치는 그림자가 수상하다. 이대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여기서 적탄에 맞으면…

숨겨진 최강의 돌연변이체 거대박쥐 등장. 공격범위, 스피드, 파워 모두 최고. 게다가 적탄에 맞아도 무적!
그러나 파워업 아이템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번에 최소형태로 쪼그라들고 만다.

나름대로 평이 괜찮았는지 파워업과 진화 시스템을 추가·개량한 후속작 「슈퍼 리얼 다윈」이 등장하지만… 여기저기서 꽤 오랫동안 볼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녀석은 몇몇 오락실에 소리소문 없이 들어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발매된 지 20년도 넘은 오래된 물건이고, 당연히 화려한 그래픽이나 매끈한 캐릭터, '몰아치기 한방'같은 요즘 게임의 대세와는 한참 동떨어진 작품이다. 동네 오락실을 기웃거리던 코흘리개 꼬맹이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먼지쌓인 골동품을 끄집어내 감상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도 그 시절을 몸소 겪으면서 간직해 둔 '추억'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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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양군 at 2007/05/11 07:07
옛 슈팅 게임이라면 1942와 갤러그, 트윈비... 정도 기억나네요.
탄알을 따라가는 미칠듯한 반사신경(...)으로 그나마 원코인으로 꽤 오래즐긴건 트윈비로 기억하네요'ㅡ';;;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7/05/12 01:09
옛날 오락실 슈팅들은 미칠듯한 동체시력과 반사신경보다는 꾸준한 반복플레이를 통한 암기와 몸에 밴 자연스러운 조작을 필요로 했지요. 당시 어렵다고 소문난 게임들은 1코인 클리어까지 몇천 / 몇만원씩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기본이었고.
'콘솔판으로 연습 → 오락실 제패'라는 요즘의 게임 스타일과 비교해 보면 플레이어들의 호주머니를 훑어가기에는 오히려 옛날 오락실 게임들이 더 악랄했는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양군 at 2007/05/13 23:15
이식을 했지만 퀄리티의 차이로 감이 틀려져 고생하는 경우도 있었죠.(-_-);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7/06/27 15:27
뜬금없는 얘기지만 다윈4078의 MSX판의 이식도는...뭐 뷁이었습니다만 당시 이식작들의 레벨을 생각하면 비교적 상위레벨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_- 전 잘 하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저 알딸딸한 BGM은 꽤 좋아했었네요. 그러고보면 데이터이스트의 발상은 늘 신선했어요 음...-_-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7/06/28 03:55
MSX판 본 적 있어요. 색상이 좀 많이 심심하긴 해도 느낌은 그럭저럭 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_^a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