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새로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사촌동생네 방문.
-컴을 왜 바꾸게?
-너무 느려! 부팅도 느리고 인터넷도 기어다녀. 나 방학하면 동영상 강의 들어야 되는데.
-그거 땜에 컴을 새로 사? 평소에 잘 썼으면 느려질 일도 없잖아. 일단 상태나 한번 보자.
전원을 넣으니 'XXXX.XXX 파일이 깨졌습니다' 경고창이 수십 개씩 난무하며 초기화면 뜰 때까지 5분 넘게 소요. 익스플로러 누르니 초기창 뜨는 시간 5분. 뭐 하나 클릭할 때마다 하드가 비명을 질러대는 꼴이 심상치 않다.
0. 우선은 바탕화면에 너저분하게 널린 바로가기 아이콘부터 정리. 빠른 실행에 끼워넣고, 한 폴더에 몰아 프로그램 메뉴에 올리고...
이름이 수상쩍은 폴더가 눈에 띄어 열어보니 장미향기가 코를 찌르는 스캔본과 txt 파일들이 GB 단위로 바탕화면에 떡하니!!
-얌마! 들키면 어쩌라고 여기다 이렇게 내버려둬?! 그리고 이 컴 너네 오빠(현재 군 입대중) 거잖아!
-엄마아빠 컴맹인데 뭐. 나밖에 볼 줄 모르니까 괜찮아. 오빠도 군대 가기 전에는 야한 거 잔뜩 받았으니까 나한테 뭐라고 못 해.
-아, 그래... -_-;;
일단 위험한 물건들은 안 보이는 구석으로 살짝 치워놓고...
티격태격한 끝에 '이 상태라도 정리만 잘 하면 아직 쓸만하니 새 컴은 오빠가 제대하는 석 달 후에 생각해 보자'고 설득 성공. 그렇다곤 해도 포맷하고 윈도우 새로 깔기는 귀찮으니까(CD도 안 가져왔고) 평소에 써먹던 방법과 청소 프로그램으로 땜빵을 시도.
1. 제어판에서 쓸데없는 프로그램 삭제. 안 지워지는 녀석은 탐색기에서 폴더째로 Shift + Del. 이렇게 100여개를 날려버렸는데도 여전히 수십 개가 삭제 불능. 제어판에서 지우고 나서 재부팅하니 멋대로 사이트 이동 + 알아서 다시 깔리는 녀석까지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제어판에서 [삭제] 클릭 → '삭제를 위해서는 보안용 암호가 필요합니다' → 아무거나 쳐 봤더니 '암호가 맞지 않습니다' → '암호를 분실하신 경우에는 관리자용 번호를 발송해 드리오니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어쩌라고?
2. 다음은 레지스트리. 최적화 프로그램을 돌리자 꼬인 레지스트리 400여개 발견. 벅벅대는 정리기를 보며 편집기로 수동삭제는 애저녁에 포기.
3. 쓸모없거나 손상된 액티브X 삭제. 그나마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을 안 했다니 다행.
정말이지 한국 사이트는 이거 깔라고 안 하는 데가 더 찾기 힘들다니까.
4. 인터넷 자료실을 뒤져 보안용 프리웨어 설치. 정밀검사 시작하자마자 상태표시창이 온통 빨간색으로... 40GB짜리 하드에 빈 공간이 절반인데, 거기서 나온 각종 악성코드가 1000개를 훌쩍 돌파. 뭐야 이거... 무서워... =_=;;
이 단계에서 새벽 1시. 결국 치료버튼 눌러놓고 모니터만 끈 채 그냥 취침.
5. 아침. 모니터를 켜자 치료는 끝. 혹시나 해서 보안검사 다시 돌려 보니 새로운 감염목록 추가. 깊숙이 짱박혀서 무안리젠되는 녀석도 있는 모양이다. 역시 프리웨어의 한계인가.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디스크 조각모음 실행. 학교 갔다와서 작업 끝난 거 보면 알아서 끄겠지.
일단 하루저녁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그냥 싸악 밀고 다시 처음부터 까는 게 나았으려나? 차라리 그냥 새 컴을 사라고 하는 게...
근데 어느 쪽이 되든 다시 불려와서 하루종일 윈도우 깔아줘야 하는 처지는 변하지 않는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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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양군 at 2007/12/12 14:51Commented by 킬러퀸 at 2007/12/13 02:57
Commented by 별소리 at 2007/12/15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