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 96-7X0X9X8X
복무기간 : 26개월(1996.8.22.~1998.10.21.)
입대장소 : 육군 제2훈련소(논산훈련소)
반팔 입고 입대해서, 다음 기수가 쓸 월동장비 준비해 놓고, 깔깔이 입고 수료.
6주 동안에
여름-가을-겨울을 모두 체험하다. -_-
병과 / 주특기 : 통신 / 1744(암호운용)
훈련소 적성검사에서 어쩌다 보니 희귀주특기인 암호운용이 걸렸다. 덕분에 인성검사 다시 하고, 가족사항 인적사항 신원조회 들어가고, 기무사 간부랑 면접도 보고.
면접 첫 질문 - "학교에서 데모 해 봤냐?"
당당하게 대답 - "해 봤습니다. 등록금이랑 이것저것 해서."
...지금 생각해 보니 저런 대답을 해 놓고 용케도 최전방 소총수로 안 끌려갔군. 한총련이 연대에서 개박살나고, 무장공비 넘어왔다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 있던 시즌에.
주특기교육 : 육군 통신학교
시설 좋고 환경 좋고... 근데 부대가 편해서 그런지 사고가 좀 나더라. 나 교육받던 중에도 동기 하나가 탈영하는 바람에 조교가 군기교육대 끌려갔음. -_-
공수교육 : 97-1차(통산 515기)
2월 한겨울에 온수도 안 나와서 암반천연수로 샤워해야 하는 목욕탕... =_=;;
전술이 어떻고 생존율이 저떻고 해도 역시 강하는 주간에 하는 게 편해.
특전사에 뽑힌 사람이 모두 베레모를 쓰는 것은 아니다. 공수훈련으로 기본강하 4회를 채워야 공수윙 마크를 달고 자대로 갈 수
있다. 입교 전 체력검정에서 떨어지거나 훈련중에 부상(강하시 골절 등)을 당하거나 하면 퇴교처리되는데, 두 번 퇴교당하면 일반
육군부대로 가야 한다.
사실은 첫 훈련에서 퇴교를 먹는 바람에 자대에 갔다가 재입교. 훈련소에서부터 말썽이던 무릎이 훈련중에 더 악화됐지만 진통제 먹고 버티며 간신히 수료했다. 특전사 갔다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내 놓고 쫓겨나면 쪽팔리잖아...
소속부대 : 제5602부대(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
입구에는 박통께서 친필로 쓰신 '일기당천'이란 글귀가 바위에 새겨져 있고, 모 대대 연병장에는 '전두환 각하 방문기념비'가 큼지막하니 서 있었지.(특전사는 박통 때 창설, 어르신이 바로 1공수여단장 출신)
부대 바로 옆이 공항이라 시도때도 없이 비행기들 오르내리고. 야간근무 설 때는 비행기 굉음을 자장가삼아 꼬박꼬박 졸던 기억이 난다. 상황근무에 훈련까지 겹쳐 사흘 동안 군화끈도 못 풀고 말뚝근무 서다가 악성무좀 걸리는 바람에 지금도 여름이면 양말 신기가 고역.
사실은 나... 고소공포증 있다. 그래서 특전사 갔다고 했을 땐 친구들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욕 잔뜩 먹었지. 근데 낸들 어쩌겠어. 뺑뺑이 신이 가라는데.
그래도 부대생활 하면서 뛸 건 다 뛰고 까라면 다 까게 되더라. 그러니까 군대지 뭐.
통산 강하횟수 : 7회(공수교육 포함)
자대로 가면 매월 공수훈련(막타워), 분기에 1회씩 정기강하가 있는데, 경비절감 차원에서 기구강하가 대부분이라 교육때처럼 경치구경하는 맛은 그다지... 역시 강하는 비행기로 해야 제맛.
병으로 간 경우 26개월 동안 정상적으로 다 뛰었으면 11회인데, 강하 당일에 악천후로 취소된 게 많아서 자대 강하기록은 의외로 적다. 결국 매달 막타워만 지겹게 뛴 셈.
참고로 당시 강하수당은 월 4만원(분기별 강하수당 12만원을 3개월로 나누어 지급)으로, 이병 월급이 9600원, 병장이 13700원 하던 그때 물가로 치면 상당히 고액. 덕분에 군 생활 하면서
집에 용돈 달라고 손 벌린 적 없이 여유있게 지냈지만... 월급날 통장을 들춰보고 '우리 목숨값이 4만원'이라며 쓴웃음짓던 고참
얼굴이 생각난다.
사용 총기 : K-1
특전사 제식 총기인 K-1. 사정거리, 명중률, 조작성 등등 뭐 하나 K-2보다 나을 게 없지만 그놈의 개머리판 덕분에 총검술 연습 안 하고 지낸 건 유일하게 감사할 일. 아, 그 대신 특공무술이 있었군...
부대 내에서 사격은 꽤 잘하는 축에 들었다. K-1으로 3자세 사격(20발 쏘는 동안 앉아쏴-엎드려쏴-쪼그려쏴를 한 발씩 번갈아가며 해야 한다. 이 미친 짓을 처음 시작한 게 우리 여단...)을 하면
20발 중에 17~18발은 기본이고, 야간사격에서 만발도 넣어 봤다. 덕분에 육본에서 전투력 측정 할 때 선수로 끌려나가 연습한다고 한 달에 1000발씩
쏴댔더니 제대하고 난시에 귀울림으로 고생중. =_=;;
다른 부대에선 연습하고 탄 남으면 연사 놓고 갈겨댔다는데, 난 점사는커녕 맨날 단발로 딱총질이었으니. 지금이라도 연사로 한 탄창 땡겨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부대가 : '검은 베레모'야 유명하니 패스하고 여단가 1절만.
일기당천 천하제일 우리는 무적 검은 베레모
얼룩무늬 독수리는 충성과 명예 단결에 산다
펼쳐라 날아라 동서남북 가리지 말고
안되면 되게 하는 제1공수특전여단
천하를 주름잡는 제1공수특전여단
특기사항 :
훈련중에 어깨 탈골로 의무대에 갔다가 습관성 탈골증세(당시 군 면제사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역을 3개월 앞둔 말년병장때 있었던 일.
"너 군대 왜 왔냐... -_-;; 몇 달이나 남았어? 의가사 제대 시켜줄까?"
"아닙니다! 그냥 석 달 조용히 지내고 만기제대 하겠습니다." ;ㅁ;
.
.
.
써 놓고 보니 별 걸 다 기억하고 있잖아. 제대하고 10년이 다 됐는데, 군번은 둘째치고 주특기 번호에 여단가까지 전부 외우고 있는 난... IIIIIIIIOTL
총번까지 기억하고 있었으면 자신이 싫어졌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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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7/06/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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