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컴퓨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네에서 스타 대접을 받던 8비트 시절.


-당시 기준으로- 오락실 기판보다 한참 성능이 떨어지던 '컴퓨터 게임' 주제에 무지막지한 고속 스크롤과 까다로운 무기체계, 그리고 '스치면 죽는' 악독한 난이도로 수많은 꼬꼬마 슈터 지망생들을 좌절시킨 물건. 당시 날고 기던 오락실/컴퓨터 매장 고수들도 이거 붙들고 중반 이상 넘기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80년대 슈팅을 이야기할 때 '오락실에는 「A.S.O.」, 컴퓨터에는 「자낙」'이라고 주저없이 꼽는 시대의 명작이자, 현역시절에 끝끝내 엔딩을 보지 못한 여한거리 중에 하나 되겠다.

그렇게 20여년 세월이 지나… 신이 내리신 도구인 에뮬레이터의 힘을 빌어 한풀이에 도전!!

…근데 왜 스샷은 뜬금없는 라운드 8부터??
초반에는 썰렁하니 별 거 없고, 스샷은 화면발 잘 받는 중후반 까다로운 대목부터 노려서 찍어 볼까 했는데, 라운드 4를 지나고부터는 1초 1초가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적 패턴과 보스전 시간제한의 압박이 이어진다. 특히 라운드 5~6은 한 번만 실수하면 그대로 줄줄이 미스 연타 → 손도 못 쓰고 게임오버가 될 만큼 지옥같은 구간.
화면발이고 셔터찬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F8(강제세이브)/F7(강제세이브 불러오기)키만 정신없이 누르다가 결국 변변한 스샷 한 장 못 건지고 그대로 라운드 8까지 와 버렸다.
나중에 에뮬 폴더를 뒤져보니 라운드 5~6에서만 100개가 넘는 강제세이브 파일이… 이렇게 미친 듯이 세이브 버튼 눌러대기는 발게1, 파워돌4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군. 그것도 20년 전 게임을 하면서. T_T

어찌어찌 최종보스까지 도달. 기지 형태로 되어 있고, 총 3단계에 걸쳐 연속으로 공략해야 하는 패턴이 당시 오락실 게임이던 「A.S.O.」의 최종보스와 흡사하다.

마지막에 드러난 보스의 실체는 거대한 뇌! 단백질 덩어리(맞나??) 주제에 더럽게 단단하군.

완전히 해치우고 나면 보너스 점수가 200만! 클리어 보너스로 1000만점을 주는 게임도 있었으니 점수 자체는 놀라울 게 없지.

이 시절 게임들이 거의 다 그렇듯, 끝까지 깼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나 했더니만, 무려 엔딩이 있다! 맵 데이터 재탕이긴 해도 전용 엔딩화면에, 제작진 리스트까지. 게다가 엔딩 보면서 기체를 움직이고 총알도 쏠 수 있어!

…근데 마지막 타이틀 로고까지 보고 나니 다시 제작진 명단 처음으로.
게임은 무한루프가 아닌 대신 엔딩이 무한루프였다!! OTL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