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30주년 기념 인터뷰 1/2

원문 출처 : http://media.yucasee.jp/posts/index/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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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30년 히트의 비밀 2 -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에게 묻는다



민주주의와 기술이 히트를 가로막는다?
아니메 「기동전사 건담」이 오랫동안 히트할 수 있었던 배경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하 '토미노')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재능과 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인간 대 인간', '모빌슈트(MS)'라는 새로운 로봇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등의 참신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존재는 누가 있는가?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다. 건담이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자.

- 한 가지 불행한 사실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나머지 다들 CG 작업에 치우치고 있지요. 해가 갈수록 아니메가 재미없어지는 건 디지털 기술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헐리우드도 일본도 디지털의 위험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스튜디오 작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다'기보다는 '기계와 기술이 만든다'는 이미지일까. 역시 어딘가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CG 작업이 활발하다. 픽사를 비롯한 여러 제작사에서 수많은 CG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미노는 또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예술작품과 히트작은 민주주의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다수결이 옳으냐고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이지만, 전체주의가 개인의 재능을 묻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컴퓨터는 잘 짜여진 관료 시스템이랄까요. 잘 만들어진 시스템은 존속을 요구하게 마련이고, 우리들은 그 시스템 안에 갇힌 구도가 됩니다.

기술 편중, 경제성 우선. 이른바 '효율경영'에만 사로잡히게 되면 히트작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어째서 히트를 쳤는지에 대해 토미노는 결국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적어도 그가 있던 환경은 기술에 치우치거나 경제성만을 우선하지는 않았다. 스튜디오에서 독립하고 프리랜서가 되어 창작한 원안이 건담이었다.

그래도 새싹은 돋아난다
토미노는 '지금과 같은 교육 시스템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자라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전 세계의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도 디지털의 파도가 밀어닥쳐 위기에 처했다'는 논리를 펴는 그가, 일본의 차세대 아니메 제작을 담당할 인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머릿속을 아니메나 만화로만 꽉 채우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아니메가 좋아서 스튜디오에 들어온 사람들은 결국 스테레오 타입이 되고 말지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보고 있는 지금의 아니메는 반드시 풍부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이른바 '자기 전문밖에 모르는 바보'를 걱정하는 발언이지만, 실제로도 '아니메만 보며 자란 사람은 건담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토미노는 새로운 세대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

- 앞으로 2~3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사람들이 전혀 다른 형태의 예술이나 예능 스타일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잭슨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데뷔한 지 벌써 20년 이상이나 지났는데. 그러니까 반드시 나올 겁니다. 새 세대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빛을 보기까지 앞으로 2~3년. 새로운 형태,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문화론이나 컬처론, 예술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건담을 뛰어넘는 히트작의 출현을 기다려 보자. 그와 동시에, 건담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아남을까. 어디까지 롱 히트를 기록할 것인가.

100년을 히트하는? 건담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 건담을 조종하는 소년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엄격한 훈련을 받지도 않은 어린 소년이 처음 보는 로봇을 조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토미노는 '뉴타입'이라는 정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은, 이 단어의 뜻은 제작자인 본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어떻게 아이가 건담을 보자마자 바로 조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초능력자'라고 설정해 두었어요. 하지만 초능력자라는 개념은 SF 세계에서는 이미 낡아빠진 것이라서, 주인공인 아무로는 뉴타입이라는 설정을 했습니다. 이 '뉴타입'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어려워서 당시에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와서야 겨우 가능하게 됐어요.

최근 오다이바에 세워진 거대 건담을 토미노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단순한 병기의 모습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건담 프로젝트는 푸른 자연에 의한 도시 재생이 테마이다. 30년 전에 국가간 전쟁용 병기로 탄생한 건담이, 지금은 평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 지금 우리는 환경문제와 에너지 부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나왔던 인류의 능력론이나 경제론만으로는, 앞으로 1000년이라는 시간을 지구에서 살 수 없어요. 그런 문제를 인식했을 때,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인이라도 먼저 뉴타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의 캐릭터인 아무로를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정의내리고 있지요. 우리는 현재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해야 합니다. 아무로는 건담밖에 조종할 줄 몰랐지만, 우리는 에너지가 바닥난 지구에서도 1만년을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뉴타입이란 '인간에게는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가 바라는 대로 조금씩 그 모습을 바꾸어 온 건담. 토미노는 같은 세대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자신을 대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미야자키 감독은 작가로서 작품론을 말하고 있지만, 건담은 '작품'으로서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닙니다. 건담에서 정의가 된 것은 개념뿐이고, 사실은 아직 완전한 작품에 이르지 못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야자키 감독에게 패배감을 느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사람이 말하는 작품론과 건담은 맞지 않으니까요.

건담은 작품 안에서만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바라는 형태로, 개념으로서 진화를 거듭하며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담은 지금까지 계속되는 히트작이 되었던 것이다.

(끝)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