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 http://www.4gamer.net/games/049/G004927/20080801052/


역사 전략게임 팬들에게도 안성맞춤 - 「파워돌2 컴플리트 박스」 개발 컨셉 인터뷰

대담 :
Guevarista(4Gamer 편집부)
橋本京子(코가도 스튜디오 마케팅실 홍보기획·섭외 담당)


NEC PC-9801 시절부터 일본제 PC게임을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깊이있는 턴제 전략게임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파워돌2」 연작. 시리즈의 모든 작품과 관련 영상물, 그리고 잡지 연재만화까지 한데 묶은 패키지 「파워돌2 컴플리트 박스(이하 PD2CB)」가 발매되었다. 이에 맞추어 본지에서는 코가도 스튜디오의 담당자와 함께 파워돌2(이하 PD2) 시리즈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PD2부터 헤아려서 이미 13년여의 세월이 지났는데, 그 동안 다른 게임들은 기종을 막론하고 '쉬운 플레이'를 중시하는 경향을 꾸준히 보였다. 덕분에 PD2 시리즈의 빡빡한 플레이 밸런스가 지금까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제대로 된 전략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본작은 여전히 과거가 아닌 살아있는 작품이다.

돌이켜 보면, PD2 시리즈의 작품들이 윈도우 95/98 이식판으로 발매되던 시기에도 본 사이트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사정도 있고 해서, PD2CB에 대해서는 '완전 신작'으로서 리뷰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PD2 시리즈를 플레이해 보지 못한 독자 여러분은, 우선 리뷰를 통해 게임의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해 두실 것을 권하는 바이다. 반대로 PC-9801이나 예전 윈도우판으로 이미 친숙한 분들은, -아마도- 여기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뒷이야기들(야오 누님의 텁수룩한 헤어스타일이라든가)을 즐기면서 읽어 주시기 바란다.


■ 사실은 10주년에 맞추어 내놓고 싶었던 컴플리트 박스

4Gamer :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발매된 PD2CB 말씀인데요, 우선은 작품의 제작취지라고 할까, 목표로 삼았던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橋本 :
이번 기획이 나오게 된 계기는 2004년도, 그러니까 초대 PD 발매 10주년 시점까지 거슬러올라갑니다. 사실은 그때 무언가 기념상품을 내놓자는 얘기가 회사 내에서도 나왔는데, 결국 방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어요. PD3부터 게임성이 크게 바뀌는 바람에 대상을 어디까지로 잡을지를 놓고 합의가 잘 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4Gamer :
PD3·4는 세미리얼타임 방식이었으니까요. 4는 4대로 좋았긴 한데….

橋本 :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때를 놓쳐버리고 지금까지 숙제로 남아있었지요. 그러다가 '아직 팬들이 많은 PD2 시리즈는 어떻게든 정리해서 내 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돼서, 제가 앞장서서 일을 추진한 끝에 이번 제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4Gamer :
역시 PD2 시리즈에는 홍보담당으로서 특별한 감정이 있으신 건가요?

橋本 :
사실은 제가 본격적으로 홍보·선전을 맡은 첫 작품이 「파워돌(POWER DoLLS)」입니다.

4Gamer :
그럼 초대 PD부터 수록한다는 선택지도 있지 않았나요? 캐릭터나 시대배경도 기본적으로는 공통이고.

橋本 :
게임 완성도와 시리즈 완결성의 문제를 고려해서 이번에는 'PD2'를 한데 묶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바에는 윈도우 비스타 환경에도 맞추고, 다양한 관련 미디어 작품들도 최대한 함께 넣고 싶다. 그 부분은 각 관련사의 협력과 허락을 구하면서 진행했어요.

4Gamer :
그렇군요. 확실히 PD1과 2는 다른 점이 꽤 많았지요. 파워로더의 포켓이라든가, 1에서는 탄수도 한정돼 있어서 강습기체를 적절히 써먹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든가.
하지만 2에 집중한다고 해도 관련상품이 100% 수록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 부분의 선별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橋本 :
실은 파워돌 시리즈 팬이었다가 저희 회사에 들어온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기준을 잡았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실제 플레이어의 목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예를 들면 『콤프틱』에 연재했던 만화를 두고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오갔답니다. 어떻게든 패키지에 넣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서요.

4Gamer :
패키지 디자인은 차악 가라앉은 느낌인데요. 역시 작품의 특성을 생각해서입니까?


橋本 :
네. 패키지 디자인은 당시 파워로더 X4 계열을 디자인했던 오가사와라 토모후미(小笠原智史)씨입니다.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독립해서 다양한 아니메 작품활동으로 바쁘시지만, 특별히 부탁을 했지요. 실버 기반의 차분한 컬러링은 처음부터 생각해 두고 있었어요.
참고로 음악 담당이었던 사이토오 히로토(齋藤博人)씨도 지금은 독립하셨지만, PD2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로 13번째 보너스 트랙을 새로 작곡해 주셨습니다.

4Gamer :
부록인 OVA 두 작품도 DVD로 나온 건 처음이지요? 비디오 테잎이나 LD로 나온 건 기억하는데.

橋本 :
맞아요. 지금이야 게임 + 아니메가 미디어 믹스로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 됐지만, 당시엔 그렇게 흔하지도 않았고, 저희로서도 처음 시도하는 거였죠. PS판 PD2의 오프닝 동영상도 함께 수록했으니 보고 즐기는 면에서는 충실하다고 자부합니다.


■ 대전략을 뛰어넘을 전략게임을 모색하던 것이 계기

4Gamer :
실제로 제품을 구입했다면 부록인 아트웍(설정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단 각 작품의 대략적인 발매시기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橋本 :
초대 PD이 1994년 1월 14일, PD2가 같은 해 12월 16일. 「파워돌2 대시(POWER DoLLS 2 DASH, 이하 PD2D)」가 이듬해인 1995년 9월이고, 「어드밴스드 파워돌2(ADVANCED POWER DoLLS 2, 이하 ADPD2)」가 1996년 4월입니다.

PD1~ADPD2까지의 네 작품은 동일한 세계와 시간대를 배경으로 다룬 연작이다.

4Gamer :
애초에 PD 시리즈는 어떤 부분을 노리고 기획된 건가요? 플레이 내용은 하드하고 냉철하면서, 등장인물이 전부 여성이라는 건 꽤나 특이한데요.

橋本 :
근본은 역시 HEX/턴제 전략게임이 되겠지만, '당시 인기있던 「대전략」 시리즈같은 기존 전략게임에는 없는 요소를 넣자'는 게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4Gamer :
당시 발매된 작품 중에, 실제 역사를 다룬 정통파 전략급 게임을 제외한다면 역시 대전략 시리즈가 전략물의 대표격이 되겠군요. 그 중에는 「슈퍼대전략」같은 캠페인 형태의 작품도 있습니다. 또한 대전략에서 파생되어 나온 「블리츠크리크(Blitzkrieg)」, 「판처 카일(Panzer Keil)」이라든지 「로드 오브 판처즈(Lord of Panzers)」같은 것들도. 그런 작품들과의 차별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건가요?

橋本 :
당시의 디렉터나 프로그래머가 대전략 시리즈의 팬이어서, 거기에는 없는 요소에 +α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나갔어요.

4Gamer :
그래서 나온 게 여성… 그게 다가 아니었지요? ^^

橋本 :
그렇지요. 어떻게든 비주얼로 짜맞춰 보려고 인터미션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오퍼레이터가 교신하는 장면들을 집어넣었어요.
사실 기획 초기단계에서는 대원들을 남성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메카닉에 시커먼 사내놈들만 태우면 땡기지가 않잖아!'라고 해서 여성대원이 된 겁니다.

4Gamer :
그런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군요.

橋本 :
하지만 당초에는 파일럿이 여성이란 걸 내세우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어요. 그 부분만 눈에 띄면 곤란하다고, 그걸 내세우는 게임이 아니라고.
그래서 파워로더 조종석이 좁다든가 하는 설정을 덧붙여서 -그 결과 파일럿은 전부 여성이 됐지만- 메카닉이나 시스템, 무기같은 다른 부분도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요.


■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현대전의 내세울 만한 요소들을 모아

4Gamer :
비행기나 전차 디자인은 뭐랄까, SF작품치고는 현대병기에 많이 가까운데요.

橋本 :
그렇지요? 시대배경을 서기 2200년대라는 미래로 설정해 놓고서 병기 디자인은 현대기체, 전술은 2차대전에 가깝게 잡은 건, 당시 제작진이 '알아보기 쉬운 있는 병기를 내세워서 현장감 넘치는 전술급 시뮬레이션을 만들자'는 목표에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항공팬』이나 『전차매거진』같은 잡지에도 광고를 실어서 '괜찮은데!'라는 평을 듣기도 했어요. 후속작으로 가면서 새롭게 등장한 현용기체 디자인을 집어넣기도 했는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가면 홍보담당인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려서. ^^
패키지는 병기 디자인에 맞춰 밀리터리풍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그쪽 분야의 대가인 타카니 요시유키(高荷義之) 화백에게 쭈욱 부탁했어요.

4Gamer :
타미야 프라모델 박스처럼요?

橋本 :
”이 메카닉은 어떻게 해서 서는 거요?”라고 궁금해하면서도 박력있는 파워로더(2족보행로봇) 그림을 그려 주셔서….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봐도 묘사되는 장면이나 파워로더의 포즈가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제작진도 모두 감동했답니다.

4Gamer :
그러고 보니, 탄약 종류라든지를 생각해 보면 2차대전 이전에 머물러 있군요. 고속도탄은 고사하고 성형작약탄도 안 나오지. 여기에다 현대전 병기를 들여놓으면 그냥 '미사일 만세~!'로 끝나겠어요.

橋本 :
2족보행로봇은 '로망'이니까 빠질 수 없지만, 어느 때는 2차대전, 어느 작전은 베트남전같은 상황을 떠올리면서 시스템과 시나리오를 짜맞추었어요. 뭐랄까, 인간이 생각해낸 작전행동이 의미가 없다면 게임으로서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최신 콘솔게임과는 달라서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렵다는 느낌을 받으시겠지만, 그 대신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취향에 맞춰서 세팅을 하고 전투에 나설 수가 있는 거지요.

4Gamer :
전략게임이니까 그 '생각한다'는 자체가 즐거움인 거지요. 미션 브리핑에 나온 작전안을 그대로 따라하면 오히려 어려워진다거나.

橋本 :
결정적인 순간에 탄창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로 작전 성패가 갈리거든요. 거기서 '양도' 명령으로 탄이 남은 대원한테서 탄약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내서 위기를 헤쳐나왔을 때의 만족감, 그런 게 파워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Gamer :
빡빡하게 내몰리는 만큼 그걸 넘어섰을 때의 카타르시스도 크다고 할까, 사실은 플레이하는 동안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심한 게임이더군요. 시스템 디자인은 정형화돼서 끼어들 구석이 없는데.

橋本 :
게임잡지에 PD1 선전을 실었을 때 '수수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대원들이 전부 미인이란 설정이긴 한데, 머리색은 검정이나 갈색, 금발 아니면 은발. 기껏해야 남색 정도잖아요. 뭐, 그것도 고집을 부린 결과지요.

4Gamer :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디자인은 피했다는 건가요?

橋本 :
맞아요. 그리고 캐릭터 설정을 너무 꼼꼼하지 않게 적당히 해 놓았더니 나중에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2차창작물을 잔뜩 만들어 주셔서, 그게 다시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답니다.

4Gamer :
팬이 만들어낸 2차창작과는 별도로, 게임의 세계관이 OVA로도 이어졌지요? 이번 컴플리트 박스에도 들어가 있고.

橋本 :
네. OVA를 보고서 제작진이 제일 기뻐했던 건 파워로더 강하신이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게임에서는 그렇게까지 공들인 연출은 불가능했으니까요.

4Gamer :
적이 있는 자리에 강하하면 거기서 바로 전투가 발생해서… 라는 플레이 요소는 재현되었지만, 확실히 비주얼적인 건 아니었지요.

橋本 :
파워로더의 강하자세라든가, 강하하기 전에는 수송기에 어떻게 격납되어 있는가 등등.


■ 실질적인 작전입안이 가능한 점에서 획기적인 게임 디자인

4Gamer :
다시 게임으로 화제를 돌려 볼까요? 당시의 많은 캠페인형 전략게임에선 병력이 초기에 모두 배치되어 있고, 시나리오 진행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차이밖에는 없었지요. 다시 말해 작전의 대부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것.
파워돌 시리즈가 획기적이었던 건, '각 기체를 어떻게 편성하고 어느 타이밍에 투입하는가'까지도 플레이 요소로 집어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발상은 어떻게 얻은 건가요?

橋本 :
으음~ 자세한 경위는 저도 잘 모르지만, 당시 제작진들이 다양한 책과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체화한 것 같아요.

4Gamer :
시기적으로는 거꾸로지만, 「블랙호크 다운」이란 영화 있죠? 거기서 인공위성이 보낸 영상을 보며 부대를 지휘하는 장면을 보고, PD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아아, 현실세계의 군인들도 이런 지휘방법을 꿈꾸다 결국 진짜로 만들어냈구나' 하고 감탄한 기억이 있어요. 별로 기분좋은 예는 아니지만.
미션 브리핑 형식을 보면 미군 특수부대같은 곳이 모델이 아닐까 싶은데요.

橋本 :
실제로 당시 유저등록 엽서를 보면 발신지가 자위대 주둔지였던 경우도 꽤 있었어요.

4Gamer :
어느 정도 사실적인 작전을 즐길 수 있다는 거겠지요? 그러면서도 예쁜 여성들이 활약하는 게임이 파워돌. 그런데, 야오 누님(야오페이룽)의 머리모양에 숨겨진 얘기가 있다면서요?

橋本 :
네. 예전에 어떤 성우분한테서 ”일하는 여성은 모두 싸움터에 나선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사실 페이룽의 머리모양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덮밥집 여종업원의 머리모양을 모델로 한 거라고 캐릭터 디자인 담당한테 들었어요.
머리가 긴 여성은 일할 때 방해가 되지 않게 머리를 대충 묶잖아요? 그 모습이 파워로더 파일럿으로는 딱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4Gamer :
아, 그것도 일종의 리얼리티겠군요. 여객기 스튜어디스처럼 '묶는 것을 전제로 해서 머리모양을 정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필요하다 보니까 우연히 묶게 됐다는.
그리고 안경 캐릭터는 특수부대에는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특정한 캐릭터 속성이 필요했기 때문인가요?

橋本 :
지금처럼 확실하게 수요가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어요. 얼굴이랑 능력치, 특수기능만 가지고는 썰렁하니까. 매뉴얼에 실린 프로필도, 예를 들어 안경을 썼으면 공병기술 전문가로 하자, 그런 식으로 사람들끼리 이것저것 궁리해 보고….

4Gamer :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캐릭터 프로필도 양이 늘어나더군요.

매뉴얼의 캐릭터 프로필. 왼쪽이 PD2, 가운데와 오른쪽이 ADPD2.

橋本 :
당시(1994)는 아직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었지만, 유저등록 엽서 등을 통해서 평가에도 꽤 신경을 썼어요. 파마를 한 캐릭터가 평이 안 좋으면 다음 작품에서 다시 풀고 하는 식으로.

4Gamer :
맞아, 엘리올라(항공부대 리더)가 확실히 그랬어요. 잠시 곱슬곱슬 머리를 한 적이 있었죠?

橋本 :
디자이너는 열심히 그렸는데. ^^;;

4Gamer :
현실세계의 여성도 그렇지만, 게임 캐릭터는 -패션도 포함해서- 시대의 증인이란 거지요.

비디오와 LD로 발매된 파워돌 OVA 두 작품. 영어판 비디오도 있다.


■ 일부러 불리한 조건을 즐겼던 플레이어들

4Gamer :
그런데 PD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들이 파고들 요소를 찾아 보면, 일종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처음에 들었던 것처럼 초대 PD가 1994년 1월, PD2가 12월. PD2D가 1995년 9월이고 ADPD2가 이듬해 4월. 개발팀 숫자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역시 다듬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덕분에 거둔 성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橋本 :
그렇군요. 물론 세대가 지나면서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동영상도 들어가고 해서 그만큼 개발에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 한편으로 경쟁상대가 될 오락매체는 점점 늘어나지요.

4Gamer :
PD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플레이 밸런스 이전에 기획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쪽으로 게임업계가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橋本 :
각 개발단위가 밀고 당기면서 한 가지 계획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풍요로워졌는지도 모릅니다. 사장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디버깅을 하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지요.

4Gamer :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우수한 전략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참 어려운 문제네요.

橋本 :
게임 전개 자체에도 어느 정도 폭이 있지요. 사내에서 팀을 나누어 디버깅을 하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달랐으니까요.

4Gamer :
그 부분은 오히려 정통 역사물이 아니라는 게 이점으로 작용한 경우군요. 역사에서 모티브를 따왔더라도 일종의 사회 시뮬레이터같은 거라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만.

橋本 :
발연탄을 즐겨 쓴다/쓰지 않는다거나, 일부러 능력치가 낮은 대원만으로 부대를 짜서 자기 나름의 난도를 설정한다든가.

4Gamer :
리니어캐논을 안 쓰거나.

橋本 :
그런가 하면 무기를 너무 많이 탑재해서 AP가 부족해지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는 전투보다도 오히려 준비단계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게임입니다.

4Gamer :
PD의 독창성은 오히려 그 부분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상품의 성격상 시리즈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는데, 이후 신작 예정은 어떻게 되나요?

橋本 :
코가도의 간판작품인 만큼, 직원들도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긴 한데 다음에는 어떤 스타일로 낼 것인가를 놓고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이유로 올해는 신작이 없을 것 같지만,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는 있습니다.

4Gamer :
역시… 브랜드를 살리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과 맞춘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PD2CB와 동시에 「트윈 팩」이 발매된 「블루 플로우」와 「블루 블래스터」도 유저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파워돌과 동일했지만, 이쪽은 전략성을 충실히 계승한 편은 아니잖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오래된 파워돌 팬들 및 「컴플리트 박스」로 새로이 작품을 알게 된 유저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橋本 :
NEC PC-9801 시절부터 플레이해 주신 분들께는 감격의 눈물이 쏟아지는 제품일 겁니다. 비스타에서도 잘 돌아가는 이번 패키지를 많이 성원해 주세요.
새로이 파워돌을 접한 분들께는, 처음에는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도 좀 있겠지만, '이게 바로 전술급 시뮬레이션'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 틀림없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한번 플레이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4Gamer :
인터뷰에 도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PC-9801판 파워돌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정통 역사 전략게임의 골수팬이었기 때문에, 백지도에 자원산출량을 적어놓고 전시경제 유지에 필요한 민간선박의 총톤수를 전자계산기로 뽑아내는(사실 그런 반복입력작업은 컴퓨터를 돌려서 해결했지만) 작업은 별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지만, '두근두근! 여자들만 나오는 가상전쟁'이 괜찮은 전략게임이라고 믿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윈도우판을 접하고 나서 인식을 크게 바꿨던 기억이 있다. 기본적인 흐름은 역사 전략물과 같이하면서 플레이 폭을 넓히기 위해 SF 설정을 넣는 것도 괜찮구나, SF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추상적으로 흐르지는 않는구나, 하고.

리뷰에서도 적었듯이, 아마도 파워돌 시리즈의 뿌리에는 미국산 보드 전략게임의 역사가 큰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가상설정을 기반으로 한 로봇들의 전투는 보병전과 전차전도 겸하고 있으므로, 이는 유효한 접근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서 확인한 대로, PD에는 '현대병기의 비주얼, 베트남전의 전술원칙, 2차대전의 병기체계'라는, 다양한 소재의 장점만을 뽑아서 한데 버무릴 줄 아는 지혜가 담겨 있었다. 아, 물론 여성대원도. ^^

이렇게 정리한 인터뷰를 보면 파워돌 시리즈가 우수한 게임으로 완성된 한 가지 이유로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지?
100% 찬성까진 아니더라도, 독자 이러분이 PD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흥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라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