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친구들과의 모임자리에서 어김없이 도마에 오르는 휴가이야기. 다들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8월 끝자락에야 간신히 1박 2일로 날을 잡을 수 있었다.
여름에 가는 곳이라면 늘 그렇듯이 국립공원 휴양림. 하지만 올해는 익숙한 경기지역이 아니라 저 멀리 철원에 있는 복주산으로 가게 되었다. 중미산·유명산은 많이 가 봤으니 다른 곳도 둘러보려던 참이고, 서울과 멀어서 경쟁이 약간은 덜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휴양림 신청이 무작위 추첨으로 바뀐 다음부터는 원하는 날짜에 방을 잡는다는 자체가 거의 기적이니까, 뽑힌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시속 80km로 30분을 넘게 달려도 뒤따라오는 차도 신호등도 하나 없는 국도(!!)를 2시간 가량 달려 8시경에 복주산 도착.

방은 4인가족 기준이라는데, 실제 공간은 어른 6~7명 정도가 여유롭게 뒹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참고로 이번에 놀러온 인원은 나까지 셋.

5인분 정도로 많이 넉넉하게(??) 준비해온 먹을거리. 전부 먹어치울 수 있을까 걱정하며 일단 냉장고에 꽉꽉 밀어넣고

복분자주·머루술, 양장피, 소고기 양념볶음, 대구탕. 저녁도 안 먹고 달려왔던 터라 요리가 되는 대로 그냥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잘 먹고 한숨 돌리고 나니….
어라? 방금 전까지 그득하던 냉장고가 깨끗하네? ∑⊙_⊙

그렇게 술먹고 배 두드리며 놀다 지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햇님이 쨍쨍.
잡티 하나 없는 파란 하늘에 시원한 산바람, 서늘한 공기. 역시 국립공원 휴양림!

'한 봉지에 1200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황태라면. 북어쪼가리라도 몇 조각 들었을까 기대했더니만…. -┏
양념까지 싸악 맞춰 준비해온 쭈꾸미 볶음. 소스를 반만 넣어서 볶았는데도 역시 나한텐 너무 매워. T_T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깻잎을 더해 밥에 말아먹고 비벼먹고… 이걸로 가져온 음식 전부 처리!

배도 채웠으니 슬슬 산책코스를 돌아 볼까.

우리가 묵은 숙소. 다세대주택처럼 한 건물에 방이 따로따로. 독채도 있지만 그쪽은 경쟁률이 높아서 좀처럼 잡기 힘들다.

산책로 초입. 산길이고 조명등도 적은 편이라 밤에 돌아다니기엔 약간 불안.

산책로를 끼고 흐르는 개울. 중미산·유명산도 그냥 손으로 떠마실 수 있고 가재도 사는 1급수였지만….
복주산 개울물은 워낙에 맑고 수온이 낮아서 송사리같은 잔고기 한 마리도 없거니와, 돌에 이끼조차 끼지 않는다. 바지를 걷고 들어가 보니 한여름인데도 그야말로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움. 동상 걸린 것처럼 피부가 아려오는 통에 채 5분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상류로 더 올라가 보면 작은 폭포가 있고, 여기저기 물을 막아서 아이들이 놀기 좋게 해 놓았다. 여름 성수기때는 이 부근에서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고.
물가에 평평한 돌이 많아서 앉아 놀기에는 딱.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찰칵.


(서울 기준으로) 거리도 꽤 멀고, 산골이라 초행일 경우엔 길 찾는 것도 일이고, 요즘같은 때라면 기름값도 만만치 않고….
하지만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곳이다. 경기쪽 휴양림에 비해 사람 손도 덜 탔고, 수용인원이 적어서 시끄럽지 않아 편안히 쉴 수 있고, 공기도 물도 너무너무 깨끗하고.(겨울엔 눈이 걱정되긴 하지만)
여유와 시간이 된다면 다음엔 2~3박 정도로 잡고 와서 느긋하게 놀다 가고 싶다.


국립 자연휴양림 관리소 : http://www.huyang.go.kr/index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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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