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로봇물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원작을 뒤섞어 즐기는 로봇대전 시리즈. 만약 로봇대전에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설정과 캐릭터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며 본다면?

위 질문을 보고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Original Generation(OG)'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할 내용은 OG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그리고 훨씬 오래된 작품에 관한 것이다.



▷간단 소개
시기상으로 「제3차 로봇대전(이하 '3차')」과 「제4차 로봇대전」 사이에 발매된 본작은, 내용상으로도 이 두 작품 사이를 이어주는 외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게임 내에서 라 기아스, 마장기 등에 관한 세부설정이나 배경설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 요소는 후일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외전 마장기신 THE LORD OF ELEMENTAL(이하 'SFC판 마장기신')」에서 완성형을 이루게 된다.
1994년 롬 카트리지(SFC), 1999년 「로봇대전 컴플리트 박스」(PS)로 합본이, 2000년에는 단품(PS)으로 발매되었다.

배경설정이나 인물관계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형식.



▷게임 설명
3차 이후 지저세계 라 기아스(ラ·ギアス)에서 일어난 '지상인 소환사건'을 배경으로, 오리지널 캐릭터인 안도우 마사키(マサキ=アンド-), 류네 졸다크(リュ-ネ=ゾルダ-ク), 시라카와 슈우(シュウ=シラカワ)가 각자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들의 시나리오는 'XX의 장'으로 나뉘어져 각각 동일한 시간대에서 진행되며, 선택지나 ISS(후술) 이용 여부에 따라 다른 장의 전개가 달라지는 등, 서로의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마사키의 장 : 전쟁이 끝난 후 라 기아스로 돌아온 마사키는 이웃나라 슈테도니아스의 침공에 맞서 지상의 동료들과 함께 페일로드 왕자의 진영에서 싸우게 된다.
마장기신 관련 스토리의 핵심인물인 마사키의 시나리오답게 등장 캐릭터도 많고 시나리오도 가장 길다. 난이도 쉬움.

류네의 장 : 어느날 갑자기 라 기아스에 소환된 류네는 마장기신 그랑벨의 조종사인 얀롱을 만나 커크스 장군의 진영에 참가하게 된다.
ISS의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분기를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 난이도 중간.

슈우의 장 : 3차의 최종전에서 사망했다가 되살아난 슈우는, 사신(邪神) 볼크루스 부활을 위해 각지의 전투에서 암약하게 된다.
마사키나 류네의 장을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숨겨진 시나리오. 주인공인 슈우를 비롯해, 다른 시리즈에서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아군으로 삼아 조작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난이도 어려움.

그랑존을 내 손으로 몬다!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강하지만…
비기로 이녀석을 꺼내서 시작한다면 초장부터 말 그대로 대량학살.

본작부터 도입된 무기개조 시스템은 이후 시리즈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적 턴의 반격지시는 전체 또는 개별로 설정 가능. 플레이어가 행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다음 작품인 4차부터.

첫 출전인 전국마신 고쇼군과 오라배틀러 시리즈. 오라베기의 위력은 이때부터 이미 사기급.

변형 및 맵병기 발사장면도 재현. 나중에 가면 꽤 귀찮아진다….

본작의 시스템상 가장 큰 특징은 무기를 개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ISS(인터랙티브 시나리오 시스템)이다.
앞서 말했듯이 3개의 장은 동일한 시간선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ISS를 이용했을 경우 한 캐릭터의 장에서 선택한 결과가 다른 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의 장에서 전함을 얻으면 △△의 장에서는 자동적으로 다른 전함이 들어온다거나, □□의 장에서 ××와 만난 세이브 데이터를 ISS로 사용하면 ××의 장에서도 □□와 만날 수 있는 분기가 등장하는 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시나리오마다 흩어져 등장하는 4기의 마장기신이 한데 모이는 등의, 평범하게 플레이할 때는 불가능했던 특수한 진행도 가능해진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으로, 선택지나 분기가 단순한 편인 본작에서 색다른 진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한 흥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초마장기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인 페일로드와 커크스, 그리고 각자의 탑승기인 듀락실과 에우리드.
SFC판 마장기신에서는 이들에 얽힌 이야기가 스토리의 한 축을 이룬다.


▷잊혀진 그들에게 추억을…
컴플리트 박스를 끝으로 윙키소프트는 로봇대전 제작에서 손을 떼고, 알파 이후의 후속작에서 라 기아스나 마장기신 관련 내용은 흔적만 남다시피 되어버렸다. 판권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반프레스토가 이들을 흑역사로 묻어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괜한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 게 사실.
지금은 OG 시리즈가 '오리지널'의 이름을 꿰차고 한창 잘 나가고 있지만, 패미콤과 SFC를 즐기던 올드팬들로서는 OG 못지 않게 탄탄한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채워진 라 기아스 시절의 로봇대전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역사의 일부분이다. 오리지널 캐릭터 중에서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슈우의 인기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SFC판 마장기신 리메이크 요청도 이런 심리를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시대의 그늘에 묻혀가고 있는 또 하나의 오리지널 로봇대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SFC판 마장기신과 함께 플레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스터를 제외하고는 알파 외전을 끝으로 모습을 감춘 4대 마장기신과 파일럿. 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은 과연…?
바람의 사이버스터(안도우 마사키), 불의 그랑벨(후앙얀롱), 물의 가데스(튜티 노박), 땅의 잠지드(사스가 미오)


추가사항 : 오랫동안 팬들의 리메이크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SFC판 마장기신이 마침내 2010년에 NDS로 리메이크되었다. 제작은 오랜만에 윙키 소프트가 담당.
기기 성능에 맞추어 그래픽과 연출을 강화하고, 시나리오는 기존의 X차 대신 OG 시리즈와 이어지도록 변경. 그 밖에 세세한 설정이나 일부 텍스트도 달라졌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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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양군 at 2008/01/13 03:00
현재 주력이 OG인 만큼, 알파 외전에서처럼, OG 후속작에서 깜짝 등장이라도 시켜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테라다가 알파 시리즈를 돌아보면서 "과거 팬들을 위해 넣으려 하지 않았던 것을 넣었다.(알파 외전에서 등장한 것)"고 언급한 적도 있는 애들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이번에 OG 관련해서 NDS로 RPG 게임이 하나 또 나오더군요. 이번엔 얼마나 벌여놓으려 그러는지..-ㅅ-;;;

Commented by 서른즈음에 at 2008/01/13 15:37
외전에서 잠지드 연출 최고였었죠 ㅜ_-)b

Commented by 알스 at 2008/01/13 19:09
언젠가 리메이크로 마장기신이 나오길 빌어요 ;ㅁ;

Commented by ホシノ=ルリ at 2008/01/14 03:21
한때 PSP로 마장기신이 리메이크 된다는 루머가 돌았었는데 루머로 끝나서 정말 아쉬웠죠. 기종불문하고 하루빨리 리메이크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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