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베트남에서 나라를 위해 피땀 흘린 당신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데모 나가 깃발 흔들고 소리 좀 질렀을 뿐인 녀석들에겐 덥석 유공자 딱지 붙여주는 것 같아 억울하셨겠지. 그렇게 피값 대신 받아온 돈으로 무너진 나라 일으켜 놨더니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하면서, 해마다 그날이면 TV다 신문이다 떠들어대는 게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보신 적은 있소?
대통령을 술안주 삼고도 뒤통수 걱정 없이 집에 돌아갈 수 있고, 더러운 권력에 맞서 거리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당신이 증오와 모멸을 담아 '폭도'라고 부르는 그들의 외침이 지난 20여년 동안 어떻게 우리를 일깨우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독재자에 저항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그들이 지내왔을 고통과 원한의 시간을.
이국땅에 뿌려진 당신 전우들의 피와 금남로에 스민 그들의 피, 어느 쪽이든 그 값은 돈이나 정치 따위로 어설피 재거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당신이 그들을 끝끝내 무시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듯, 지금 이 땅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리들을 나 역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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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