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상2009. 3. 12. 23:23
밤 8시면 박터지는 귀가러시도 한풀 지나고, 막차 쟁탈이 벌어지는 심야까지는 여유가 꽤 있는 시간대. 종점인 강변역에서 버스를 타면 자리에 앉아서 남양주 집까지 편안히 갈 수 있다.

버스에 올라 술술 달려서 약 1시간, 어느덧 집까지 언덕 하나를 남겨둔 고등학교 앞 정류장. 2차선 도로 중앙에는 안전등을 켜든 모범택시 기사님,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길 양편에는 잔뜩 늘어선 버스와 구름처럼 모여들어 정류장 앞을 가득 메운 인파.
상황을 확인할 틈도 없이,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삽시간에 도로를 향해 쏟아지는 그림자들. 정신없는 온갖 효과음과 함께 버스 공간을 꾸역꾸역 점령해 나가는 그들은

야간보충 끝나고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고등학생들!!


뭐 학생답게 줄은 잘 서서 타긴 하더구만... 파란불 건너온 한 그룹 다 태우는데 10분 가까이 걸리네. 신호 바뀌었는데 냅다 건너는 녀석들에, 기사아저씨는 안전등 휘두르며 통제하느라 난리 아우성. 한밤중 주택가 노인정 상점가가 떠나가는구나.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오후 5시면 고3이고 보충이고 뭐고 일체 없이 전교생이 칼퇴근이었지. 덕분에 바로 옆에 붙은 중학교 동생들이랑 담배 빼물고 사이좋게 퇴근했는데... 요즘은 전교생이 밤중까지 말뚝을 서는구나.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 중에서 제일 신나게 논 것도 고3때였다. D&D 진엔딩 보겠다며 버스 타고 이웃동네 오락실까지 쳐들어가고, 여름방학땐 강원도 놀러가서 강가 모래밭에서 교가 불러제끼고. 그렇게 실컷 놀아서 내신이 7등급이었지만 수능을 괜찮게 본 덕분에 다들 '그 내신으로는 절대 무리!!'라던 외대(서울)에 붙었고.
그 시절 여유로운 풍경은 이제 추억의 한때로다. -_-)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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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