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중반까지도 오락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인기 슈팅게임.


Taito Game Sound Music 2 - 究極Tiger

타이토에서 1987년 발매한 슈팅게임 「구극 타이거(究極タイガ-)」의 해외판으로, 두 버전은 단순히 제목만 바뀐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차이점이 있다.

구극 타이거 / 트윈 코브라
2인 플레이는 한 사람씩 교대로 / 2인 동시 플레이 가능
죽으면 지정된 위치에서 재개 / 죽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재개 → 구극 타이거가 훨씬 어렵다!
고득점시 입력할 수 있는 글자수가 다름
일부 그래픽이 다름(적기 잔해 등)

게임 방식은 졸개들을 해치우며 진행하다 보스와 대결하는 전통적인 종스크롤 슈팅.
플레이어의 헬기는 기본 샷 외에 폭탄을 장비하고 있으며, 이따금씩 등장하는 중형 기체(헬기나 전함)을 격파하면 아이템이 출현한다. 곳곳에 숨겨진 별 모양 아이템을 모으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서 보너스 점수를 얻을 수 있다.(도중에 죽으면 0으로 리셋)


아이템은 모두 세 가지로 S(파워업), B(폭탄), 무기 교체. 무기는 아이템 색깔에 따라 네 종류로 변화한다.
빨강 : 초기장비. 파워업하면 샷이 가로로 넓게 퍼지기 때문에 탄속이 느려져서 효율은 별로.
파랑 : 최대 다섯 방향으로 퍼지는 와이드 샷. 공격범위가 넓어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무기.
녹색 : 레이저. 파워는 최강이지만 공격범위가 전방으로 한정. 적 패턴을 잘 알고 있는 숙련자나 2인 동시플레이, 보스전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노랑 : 전후좌우 네 방향 샷. 오락실에서 이거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보스를 격파하고 클리어하면 모함에서 보너스 점수와 함께 잠시 휴식을.


▷다단계 파워업, 한 번 실수로 도로아미타불
파워업에 관해 어느 정도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는 「그라디우스」나 「슬랩 파이트」 등과 달리, 트윈 코브라에서는 그저 아이템을 하나씩 모아나가는 일직선 형태로 파워업이 이루어진다. 이것저것 무기를 저울질하며 고민할 필요가 없고, 점점 강력해지는 내 기체를 조종하는 재미도 상당한 반면, 아이템을 놓치거나 죽었을 경우의 위험부담 또한 크게 증가한다.
힘들여 모아놓은 아이템과 폭탄이 한순간의 실수로 전부 날아갔을 때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화력이 절실한 보스전에서라면 더더욱.

한창 신나게 두들기다 이런 꼴 당하면 그냥 스틱 놓고 싶어진다….


▷필살폭탄, 그 한방의 무게
결정적인 순간에 플레이어를 위기에서 구원해 주는 폭탄은 슈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물론 여기서 처음 도입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트윈 코브라의 폭탄에는 다른 슈팅게임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맛이 있다.

본작의 폭탄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투하하는 방식이라 버튼을 누르고 나서 폭탄이 터지기까지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총알이 코앞에까지 와서야 황급히 폭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지연시간은 '폭탄을 썼는데 뭐…'라는 방심과 맞물려 그대로 치명적인 빈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다 폭탄을 사용할 때 '투웅~' 하고 울리는 묵직한 효과음은 필살병기가 갖는 '한방'의 무게를 실감하기에 충분한 연출이었다.
강력한 만큼 허점도 많은, 그렇기에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고 정확한 타이밍을 예측해 사용해야 하는 트윈 코브라의 폭탄은 지금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필살병기이다.

버튼 꾸욱 → 당했다! → 뒤늦게 폭탄 발동
당시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눈물나는 광경.


▷초강장갑 보스
게임 진행상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와이드 샷을 애용하는데, 이녀석이 어설프게 파워업한 상태에서 스테이지 보스를 상대하려면 괴롭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첫 스테이지는 파워업 아이템 숫자가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자칫 실수로 죽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화면 구석에서 요리조리 총알을 피하며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릴 뿐. 이럴 때는 보스전에서 일정 시간을 지체하면 그냥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제작진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4스테이지 보스. 안 그래도 단단한 놈들이 둘씩 나와서 미친 듯이 뿌려댄다.
이렇게 되면 폭탄에 운을 맡기는 수밖에.


▷박진감 넘치는 음악
오락실 시절부터 트윈 코브라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음을 달달 외우고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다닌 적도 있다. 본작이 발매되고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모든 트랙을 뇌내 무한재생이 가능함.
스테이지 BGM은 모두 다섯 트랙으로, 날카로운 멜로디가 빠른 비트와 어우러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다른 네 곡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라서 이질적으로까지 느껴지는 5스테이지의 사운드는, 「닌자 워리어즈」의 1스테이지 BGM과 더불어 타이토 게임음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랙 가운데 하나이다.

귀와 몸으로 동시에 '압박'을 느낄 수 있는 2스테이지.
슈팅의 로망은 역시 함대전!

한방짜리 조무래기 적 헬기들이 회피기동(!!)을 선보이기 시작하는 5스테이지.
지옥같은 전장에 울려퍼지는 상큼한 BGM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슈팅게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파워업이나 폭탄처럼 훗날 주류 슈팅의 기본틀로 자리잡은 시스템들을 세련된 형태로 한데 모아 깔끔히 정리해 놓았고, 이런 요소들이 「라이덴」을 비롯한 후발 작품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보면 트윈 코브라는 명작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한 게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트윈 코브라'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BGM. 게임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고, 준타타를 비롯한 이쪽 세계 뮤지션들에 관해 알게 된 것도 돌이켜 보면 이녀석과의 만남이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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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C_Denton at 2007/10/20 16:41
오락의 돈먹는 괴물 -ㅅ-;; 제가 가장좋아했던 슈팅게입니다. 후에 에어로파이터니 1945니 여러가지를 해봐도 이 게임의 임팩트만큼은....

본문에서 노랑이 아이템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가끔 썼습니다... (아이템 잘못먹어서 눈물을 머금고 -_-) 파랑이 먹고 긁고 다니던 재미가.... 음악도 옛날 생각나게 만드네요~

Commented by 서른즈음에 at 2007/10/20 22:45
제겐 너무 어렵던 게임이었습니다.... OTL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7/10/21 02:17
JC_Denton /
저 역시 슈팅 중에서는 첫손에 꼽는 작품입니다. 라이덴이나 스트라이커 시리즈를 해 봐도 이녀석만큼 강렬한 느낌은 안 오더군요.

서른 /
이 시절이야 정말 총알을 '마구 뿌려대는' 시기였으니 요즘처럼 패턴화된 탄막보다도 오히려 어려울 수 있겠지요. 그래도 갖은 고생 끝에 도달한 5스테이지의 BGM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7/10/28 19:36
저 고등학교 다닐때 버파3랑 나란히(...) 현역이었으니 뭐 강력했죠.
저는 슈팅치라 오락실에선 슈팅 잘 안했으니(...순식간에 전멸이라 돈아까워요 흑) 잘 안한 작품이지만. ;;
정말 슈팅게임의 전성기는 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정도였던거 같아요. ;_;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7/10/28 20:59
스파2 이후로 격투게임이 오락실을 휩쓸던 90년대 중후반은 다른 장르 팬에게는 정말정말 힘든 시절이었지요.
격투붐이 좀 가라앉았나 싶더니 그 다음엔 붕어빵 찍어낸 듯한 사이쿄 물건들과 탄막계열이 차지한 슈팅판. 그 시절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레이 시리즈 덕분입니다.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