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나오는 이런 연출 덕분에 '돈 아깝다'는 생각이 쪼금은 덜해질 때도 있지. 이런 걸 제대로 살린 번역판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더욱 아쉽기도 하고.
'덜렁 그림 한 장 올려놓고 뭔 개소리??'라고 백스페이스 누르시기 전에
본편 내용에 대한 결정적인 까발리기가 있음. 열어보는 건 자기책임.
「CITY HUNTER」 단행본 15권 中 - '공항에서의 고백'
왕위 계승을 앞둔 해외순방 도중에 마지막 기착지인 일본에서 수행원들의 눈을 피해 탈주(?)한, 중동의 작은 나라 세리지나 공국의 알마 공주. 일본에 머무는 동안 신분을 감추기 위해 시녀인 사리나와 역할을 맞바꾸고 경호를 의뢰하는데...
(중략)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귀국편이 기다리는 공항에서
-사에바씨, 죄송해요. 지금까지 제 정체를 속였습니다...
하지만 당신 앞에서는 평범한 여자이고 싶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남자랑 평생에 단 한 번 추억을 만들고 싶었답니다...
-설령 진짜 정체가 누구이든 간에, 내 앞에선 당신은 그저 시녀 사리나요. 어디에나 있는 보통 여성인...
위 페이지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세리지나어인데, 기울임체로 되어 있어 일반 글꼴인 일본어(처음 컷의 말풍선) 대화와 구분된다. 료가 세리지나어를 알고 있다는 언급은 에피소드 도중에는 전혀 없기 때문에, 독자는 마지막에 와서야 이 한 마디 대사를 통해 료가 그녀의 정체를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료가 머나먼 중동지방 언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밝혀지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만리타향에서 용병생활을 하며 지내온 그의 과거에 대한 암시/떡밥으로도 볼 수 있겠다.
20년 묵은 고전(?)이라지만 이런 장면은 지금 봐도 참 멋있는데.
그에 비해 우려먹기 속편인 엔젤하트는... -┏)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