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2007. 2. 25. 23:17
확장·수정패치판에 'EXE', OVA가 나오면서 다시
'RESOLUTION'이란 꼬리표가 붙어 이런 긴 제목이 되었다.

원작게임에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는지라 애니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은근히 기대했던 물건. 발매되고 나서 뚜껑을 열어 보니….

1부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또한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작화. 원작의 그림체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마치 저예산 18금 애니를 보는 듯한 투박하고 뭉글뭉글한 캐릭터와 뚝뚝 끊어지는 어색한 움직임. 완전히 따로 노는 CG 파트와 셀화 파트의 영상.
2부부터는 그럭저럭 평범한 TV판(!!) 수준으로 돌아오지만, 원작판 캐릭터 디자이너의 표지 일러스트에 낚여 DVD를 구매했을 대다수 원작팬들에게 1부의 작화는 말 그대로 '재앙'이다. 극장판도 도망갈 초절작화의 TV 애니가 튀어나오는 요즘 세상에, 아무리 마이너 작품이라지만 명색이 OVA인데 이건 아니잖아!
공식 사이트에 실렸던 초기 원화 러프는 곱고 깔끔했는데… 제작 도중에 갑자기 제작진이 교체된 거랑 관계가 있으려나?

오프닝 주제가는 원작판의 리믹스 버전. 이쪽의 묵직한 비트도 나쁘지 않다.
근데 어째서 오프닝·엔딩이 본편보다도 작화가 딸리는 거냐!

량이 탑승하는 붉은 슈미크람.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는 오리지널 기체이다.
오프닝의 그 컷도 그렇고… 말하자면 팬서비스?

그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PS2로 이식할 때도 초호화판이었던 성우진을 그에 못지 않은 유명 멤버들로 다시 전면교체. 원화/동화 비용을 몽땅 성우 캐스팅으로 돌렸나 싶을 정도로 호화롭다.
CG로 재현된 메카닉이나 전뇌공간, 전투신 연출도 그럭저럭. 온가족의 PS2에서도 18추로 나왔던 만큼 PC판 원작(18금)을 연상시키는 과격한 장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단, 원작의 SF적인 세계관과 6명이나 되는 히로인 루트를 20분짜리 OVA 네 편에 구겨넣다 보니 시나리오 전개에는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사전설명도 없이 마구 쏟아지는 한자·영어투성이의 전문용어라든지, 이리저리 칼질과 풀칠을 당한 채 광속으로 날아가는 스토리. 원작게임을 수십 차례 클리어하고 번역·공략페이지까지 만들었을 만큼 완전정복을 자부하고 있었는데, OVA를 처음 돌렸을 때는 대사를 챙겨듣기에도 벅차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기엔 무리라는 건 알지만, -18금치고는- 꽤 탄탄한 시나리오도 본작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기에 4부라는 짧은 분량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게임이 좀 더 많이 팔려서 인지도가 높았다면 데몬베인처럼 TV판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CG로 처리된 슈미크람. 원작 느낌이 살아있어서 마음에 든다.

히로인들과 주인공마저 가볍게 씹어버리는 발포 최강의 캐릭터! PS2판과 OVA판 성우 모두 나름대로 열연을 펼쳤지만, 원작 PC판 성우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결론 :
태생이 그러한 만큼 애니 역시 완전히 팬아이템이다. 원작게임의 세계관과 시나리오를 제대로 이해하며 즐겼고, 1부의 그림을 참고 보아 줄 수 있는 골수팬이라면… 그런 팬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파워돌도 그렇고 팬텀도 그렇고,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은 애니로 나오면 하나같이 다 이렇게 되는 거야…. OTL

OVA판 캐릭터 디자이너 미워!! 작화감독도 미워어어!!!!


관련 링크 :

PS2판 공식 홈페이지(OVA는 PS2판을 기반으로 제작)
http://www.alchemist-net.co.jp/products/bf_exe/

내 홈페이지(루트 공략 및 주요 대사 번역)
http://mine1215.cafe24.com/

'취미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정에 없던 지출이...  (0) 2008.05.08
빠, 빠르다!  (0) 2007.12.14
Dream Theater - Live at the Marquee  (0) 2007.06.17
1chip MSX  (0) 2006.12.09
극장판 은하철도 999 박스셋  (0) 2005.12.19
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