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사이트에 게재했던 글을 옮겨오면서 수정 및 추가.
PC 및 콘솔로 발매된 「발더 포스(이하 ‘발포’)」를 플레이하고 나서 작성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PS2판의 것을 캡처한 것입니다.
전세계가 거대한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광대한 넷 공간이 인류의 또다른 삶터가 되어 있는 가까운 미래.
넷 공간에서 인간형 전투병기 '슈미크람'을 몰며 해커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마지막 해킹을 위해 군 정보시설에 침입했다가, 군과 테러조직의 전투에 휘말려 친구를 잃고 만다.
복수를 다짐한 주인공을 기다리는 험난한 여정. 수많은 새로운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모두를 하나로 잇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시작한 싸움은, 어느덧 전뇌세계의 진실과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건 투쟁으로 바뀌어 간다.
▷간단 소개
PC게임 제작사 GIGA의 개발팀인 TEAM BALDRHEAD에서 'BALDR'라는 타이틀로 제작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으로, 메카닉 액션 + 텍스트 어드벤처의 혼합 장르물.
※일본 내 발매 연표
BALDR FORCE(PC, 18금, 2002)
BALDR FORCE EXE(PC, 18금, 2003) : 오리지널 + 패치 및 추가요소
BALDR FORCE EXE(DC, 18추, 2004) : 시나리오·CG 변경, 추가요소
BALDR FORCE EXE(PS2, 18추, 2005) : DC판 + 추가요소
BALDR FORCE EXE RESOLUTION(OVA, 2006) : 전 4부
BALDR FORCE Standard Edition(PC, 전연령, 2007) : DC판을 기반으로 추가·변경요소
전연령판(PC) 공식 사이트 : http://www.play.tgl.jp/baldrforce/
콘솔판(DC, PS2) 공식 사이트 : http://www.alchemist-net.co.jp/products/bf_exe/
내 홈페이지 : http://mine1215.cafe24.com/
루트별 공략, 주제가 및 대사 번역.
▷어드벤처 파트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문장을 읽으면서 특정 부분의 선택지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일본식 텍스트 어드벤처. 공략대상은 모두 6명으로, 엔딩을 볼 때마다 다른 인물을 공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된다.
특이사항은 '히로인의 공략 순서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정되어 있다'는 것. 마음에 드는 여성을 먼저 공략할 수 없다는 불편도 있지만, 각 캐릭터마다 복수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어 제한적이나마 플레이어의 선택이 가능하며, 시작부터 최종 엔딩까지의 전체적인 시나리오 구성을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스토리 전개 방법을 택한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의 세계관은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을 통해 친숙한 사이버펑크. ‘전뇌공간’이나 ‘전자체’같은 용어들이 등장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장르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특별히 기발하거나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발포의 스토리는 단순히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위해 적당히 집어넣은’ 출발~목적지(18금 장면) 사이에 땜질로 들어가는 무의미한 글씨뭉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간중간의 액션 파트와 어우러진 스토리는 잘 짜여진 세계관과 설정 위에서 무겁고 담담하게, 때로는 뜨겁게 흘러가면서 플레이어의 시선을 화면에 붙잡아 두고, 루트에 따라서는 동일한 사건으로부터도 전혀 다른 인과를 이끌어내며 이야기의 감추어진 뒷면을 엿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처음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던 6개의 시나리오가 마지막에 하나로 이어져 커다란 기둥 줄거리를 빚어내는 치밀한 구성은 게임 속 세계에 현실감과 설득력을 부여하며 플레이어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SF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초반부에 쏟아지는 ‘이쪽 계열’의 전문용어나 설정을 훑어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단어들이 낯설더라도 게임 속의 대화나 독백을 통해 설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다.
한창 이야기에 몰입해 있을 때 끼어드는 18금 장면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발포의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게임기로 이식되면서 18금 부분이 대량으로 삭제·수정되었어도 별로 위화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역시 기본이 되는 배경설정과 스토리가 탄탄했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 파트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다 보면 질리게 마련. 기본적으로 발포는 '노벨'이 아닌 '게임'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한몫을 했겠지만, 본작에 쏟아진 팬들의 꾸준한 성원과 인기는 시리즈를 거치며 잘 다듬어진 액션 파트 덕분일 것이다.
어드벤처 파트 중간중간에 삽입된 액션 파트는 슈미크람을 조종하여 적(전뇌공간에서 가시화된 바이러스나 다른 슈미크람)들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특정 전투의 결과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이나 엔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친절하게도 옵션에서 VERY EASY까지 난이도 조정이 가능(EXE 기준)하기 때문에 액션이 서툰 사람이라도 보스를 격파하고 엔딩을 보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슈미크람은 3개의 버튼에 각각 근거리 / 원거리 / 숏 대시 / 노멀 대시 상황에 맞추어 총 12가지의 무기를 장착해 사용하며(주1), 발포에서는 일정한 조건에서 발동되는 필살기 '포스크래시'가 추가되었다. 사용한 무기는 전투가 끝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더욱 강력하게 진화하며, 특정 무기의 경험치가 쌓이거나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모든 무기를 획득하고 최대 레벨까지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2회차 이상의 반복 플레이는 기본!
액션 파트의 핵심은 바로 63가지(EXE 기준)의 일반 무기 + 21가지 포스크래시로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것. 멀찍이서 치고 빠지는 원거리 사격형부터 코앞으로 파고들어 단숨에 끝장내는 근접전 한방콤보까지, 어떠한 무장을 하든 플레이어의 취향과 실력 나름이다.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무기의 발열량과 포스크래시의 속성에 신경쓰면서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
어드벤처 파트를 전부 클리어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했다면 전투를 즐기기 위해 귀찮게 스토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장비·개발했던 무기를 그대로 가진 채 서바이벌과 HELL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주2)
도전욕을 불태우는 초고난도와 무한 스테이지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고, 제작사가 주최하는 서바이벌 / 최강콤보 공식대회까지 열렸으며, 여기서 갖가지 필승패턴과 꼼수, 초절콤보와 진기록들이 쏟아져나왔다. 급기야는 전작에 이어 모 소프트의 모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서바이벌 모드가 팬디스크에 담겨 출시되기도….
전투시 등장하는 적·아군의 기체 데이터도 열람할 수 있다. HARD에서만 등장하는 기체도 있으므로 전부 다 모으려면 은근히 고생.
말 그대로 지옥을 맛볼 수 있는 HELL 모드. 맛은 직접 확인을.
주1) 버튼 하나에 복수의 무기를 배정하고 거리나 상황에 따라 공격형태를 달리하는 조작계통은 전작인 「BALDR BULLET」에서 계승한 것.
BALDR 시리즈 4작품 중에서 본인이 직접 플레이해 본 것은 이 둘뿐이므로 본문에서 '전작'이라 함은 「BALDR BULLET」을 가리킨다.
주2) 이 경우엔 본편에서 얻은 경험치 이상으로는 무기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하고 강력한 무장을 갖추려면 스토리 모드를 반복하며 사용하고 싶은 무기의 최대 능력치를 미리 성장시켜 놓아야 한다. 사전에 꼼꼼히 계획을 세워 특정 무기에 경험치를 몰아주지 않는 이상은 반복플레이가 필수라는 이야기.
▷기종별 비교
2002년 PC판이 발매된 이래 팬들 사이에서는 게임기로 컨버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고, 패치 수준의 DVD판인 「BALDR FORCE EXE」를 거쳐 이식 전문 제작사인 알케미스트에 의해 드림캐스트와 PS2판이 제작된다. 그리고 오리지널 발매로부터 5년이 흐른 2007년, DC판을 기반으로 한 전연령 대상판이 ‘Standard Edition’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시 PC판으로 발매되었다.
DC(2004) :
DVD판 「BALDR FORCE EXE」를 바탕으로 18금인 원작의 텍스트와 CG 등을 수정하여 18추로 발매. 게임 중간 동영상과 이벤트CG가 추가되었고, 옵션에서 세밀한 항목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VGA박스 지원.
PS2(2005) :
기본적으로는 DC판을 기반으로 이식되어 18추 발매. 새로운 오프닝 동영상과 오프닝․엔딩 보컬곡, 새로운 모드 추가. 주인공을 포함한 신규 성우진이 연기를 담당 + 기존 PC판 성우도 수록하여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듀얼 보이스 시스템. 옵션 지원항목 추가. 프로그레시브 지원.
Standard Edition(2007) :
조작계통은 PC판, 텍스트와 CG는 DC판을 기본으로 하면서 PS2판의 일부 요소가 추가. 오프닝 동영상과 BGM도 새로 어레인지 / 리메이크되었다.
듣고 있다 보면 무심코 'EXE!'를 따라 외치고 싶어지는 PS2판 오프닝. 보컬은 바첼러 성우가 담당.
모 소프트의 모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서바이벌 모드. 팬디스크에 담겨 별도 출시되었다가 PS2판에 함께 수록.
PS2판에 대한 간단평 :
원작 PC판 자체가 화려한 3D 효과나 폴리곤과는 상관없는 물건인지라 기종의 차이가 실제 게임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추가모드·동영상처럼 패치나 별매 프로그램을 거쳐야 했던 다양한 요소가 DVD 한 장에 전부 수록된 것이 고맙고, 짜증을 참으며 억지로 봐야 했던 18금 장면이 대폭 삭제·수정되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플러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포스크래시나 대규모 적 증원시에 느려지는 현상. 그래픽 쪽으로는 하드웨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게임인데도 느려짐이 발생한다는 건 이식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 밖에도 콘솔판에서 새로 추가된 무기가 없고, 슬라임보다 나을 게 없는 동료기체의 인공지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새로 기용된 초호화 성우진의 연기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아쉽기는 하지만, PC판 오리지널부터 계속 플레이했던 팬으로서는 괜찮은 품질의 이식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분위기 폭삭 말아먹는 18금 장면은 차라리 이렇게 그림 한 장으로 때우는 게 훨씬 낫지.
PS2판은 아날로그 스틱이 대시로 기본 설정되어 있고, 전투 도중에 일시정지가 가능해졌다. 매우 고마운 기능.
▷총평
콘솔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본 PC게임 시장, 특히나 18금 게임들은 '복합장르'라고 해도 실제로는 텍스트 어드벤처 기반에 다른 장르의 요소는 대폭 간소화하여 양념 정도로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장르로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게임을 이것저것 섞어서 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힘있는 대규모 제작사나 작품에 웬만큼 자신이 있지 않다면 이런 모험은 피하는 것이 당연히 현실적이다.
그런 18금 PC게임 시장에서 BALDR 시리즈는 텍스트 어드벤처와 액션이라는 두 장르의 본격적인 융합을 꾸준히 시도하였고, 결국 네번째 작품인 발포에서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냈다. 모니터에 코를 박은 채 시나리오를 독파한 플레이어들은 무한의 조합과 도전을 맛볼 수 있는 서바이벌·HELL 모드에 또다시 열광했고, 보다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그들의 요구는 게임기 이식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007년에는 원점이라 할 수 있는 PC판이 전연령판으로 발매되기에 이른다.
작품 수명과 유행의 사이클이 극히 짧은 미소녀게임 장르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본작이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증거가 아닐까.
잘 짜인 스토리와 시원시원한 액션을 한꺼번에,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다양한 도전과제와 무기 조합으로 오랫동안 플레이하며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PC 및 콘솔로 발매된 「발더 포스(이하 ‘발포’)」를 플레이하고 나서 작성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PS2판의 것을 캡처한 것입니다.
전세계가 거대한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광대한 넷 공간이 인류의 또다른 삶터가 되어 있는 가까운 미래.
넷 공간에서 인간형 전투병기 '슈미크람'을 몰며 해커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마지막 해킹을 위해 군 정보시설에 침입했다가, 군과 테러조직의 전투에 휘말려 친구를 잃고 만다.
복수를 다짐한 주인공을 기다리는 험난한 여정. 수많은 새로운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모두를 하나로 잇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시작한 싸움은, 어느덧 전뇌세계의 진실과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건 투쟁으로 바뀌어 간다.
▷간단 소개
PC게임 제작사 GIGA의 개발팀인 TEAM BALDRHEAD에서 'BALDR'라는 타이틀로 제작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으로, 메카닉 액션 + 텍스트 어드벤처의 혼합 장르물.
※일본 내 발매 연표
BALDR FORCE(PC, 18금, 2002)
BALDR FORCE EXE(PC, 18금, 2003) : 오리지널 + 패치 및 추가요소
BALDR FORCE EXE(DC, 18추, 2004) : 시나리오·CG 변경, 추가요소
BALDR FORCE EXE(PS2, 18추, 2005) : DC판 + 추가요소
BALDR FORCE EXE RESOLUTION(OVA, 2006) : 전 4부
BALDR FORCE Standard Edition(PC, 전연령, 2007) : DC판을 기반으로 추가·변경요소
전연령판(PC) 공식 사이트 : http://www.play.tgl.jp/baldrforce/
콘솔판(DC, PS2) 공식 사이트 : http://www.alchemist-net.co.jp/products/bf_exe/
내 홈페이지 : http://mine1215.cafe24.com/
루트별 공략, 주제가 및 대사 번역.
▷어드벤처 파트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문장을 읽으면서 특정 부분의 선택지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일본식 텍스트 어드벤처. 공략대상은 모두 6명으로, 엔딩을 볼 때마다 다른 인물을 공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된다.
특이사항은 '히로인의 공략 순서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정되어 있다'는 것. 마음에 드는 여성을 먼저 공략할 수 없다는 불편도 있지만, 각 캐릭터마다 복수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어 제한적이나마 플레이어의 선택이 가능하며, 시작부터 최종 엔딩까지의 전체적인 시나리오 구성을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스토리 전개 방법을 택한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의 세계관은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을 통해 친숙한 사이버펑크. ‘전뇌공간’이나 ‘전자체’같은 용어들이 등장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장르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특별히 기발하거나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발포의 스토리는 단순히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위해 적당히 집어넣은’ 출발~목적지(18금 장면) 사이에 땜질로 들어가는 무의미한 글씨뭉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간중간의 액션 파트와 어우러진 스토리는 잘 짜여진 세계관과 설정 위에서 무겁고 담담하게, 때로는 뜨겁게 흘러가면서 플레이어의 시선을 화면에 붙잡아 두고, 루트에 따라서는 동일한 사건으로부터도 전혀 다른 인과를 이끌어내며 이야기의 감추어진 뒷면을 엿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처음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던 6개의 시나리오가 마지막에 하나로 이어져 커다란 기둥 줄거리를 빚어내는 치밀한 구성은 게임 속 세계에 현실감과 설득력을 부여하며 플레이어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SF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초반부에 쏟아지는 ‘이쪽 계열’의 전문용어나 설정을 훑어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단어들이 낯설더라도 게임 속의 대화나 독백을 통해 설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다.
한창 이야기에 몰입해 있을 때 끼어드는 18금 장면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발포의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게임기로 이식되면서 18금 부분이 대량으로 삭제·수정되었어도 별로 위화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역시 기본이 되는 배경설정과 스토리가 탄탄했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 파트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다 보면 질리게 마련. 기본적으로 발포는 '노벨'이 아닌 '게임'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한몫을 했겠지만, 본작에 쏟아진 팬들의 꾸준한 성원과 인기는 시리즈를 거치며 잘 다듬어진 액션 파트 덕분일 것이다.
어드벤처 파트 중간중간에 삽입된 액션 파트는 슈미크람을 조종하여 적(전뇌공간에서 가시화된 바이러스나 다른 슈미크람)들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특정 전투의 결과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이나 엔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친절하게도 옵션에서 VERY EASY까지 난이도 조정이 가능(EXE 기준)하기 때문에 액션이 서툰 사람이라도 보스를 격파하고 엔딩을 보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슈미크람은 3개의 버튼에 각각 근거리 / 원거리 / 숏 대시 / 노멀 대시 상황에 맞추어 총 12가지의 무기를 장착해 사용하며(주1), 발포에서는 일정한 조건에서 발동되는 필살기 '포스크래시'가 추가되었다. 사용한 무기는 전투가 끝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더욱 강력하게 진화하며, 특정 무기의 경험치가 쌓이거나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모든 무기를 획득하고 최대 레벨까지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2회차 이상의 반복 플레이는 기본!
액션 파트의 핵심은 바로 63가지(EXE 기준)의 일반 무기 + 21가지 포스크래시로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것. 멀찍이서 치고 빠지는 원거리 사격형부터 코앞으로 파고들어 단숨에 끝장내는 근접전 한방콤보까지, 어떠한 무장을 하든 플레이어의 취향과 실력 나름이다.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무기의 발열량과 포스크래시의 속성에 신경쓰면서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
한번에 장비할 수 있는 무기는 포스크래시까지 모두 13개. 장착한 무기 패턴은 10종류까지 저장해 놓고 장비화면에서 불러올 수 있다.
어드벤처 파트를 전부 클리어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했다면 전투를 즐기기 위해 귀찮게 스토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장비·개발했던 무기를 그대로 가진 채 서바이벌과 HELL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주2)
도전욕을 불태우는 초고난도와 무한 스테이지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고, 제작사가 주최하는 서바이벌 / 최강콤보 공식대회까지 열렸으며, 여기서 갖가지 필승패턴과 꼼수, 초절콤보와 진기록들이 쏟아져나왔다. 급기야는 전작에 이어 모 소프트의 모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서바이벌 모드가 팬디스크에 담겨 출시되기도….
말 그대로 지옥을 맛볼 수 있는 HELL 모드. 맛은 직접 확인을.
주1) 버튼 하나에 복수의 무기를 배정하고 거리나 상황에 따라 공격형태를 달리하는 조작계통은 전작인 「BALDR BULLET」에서 계승한 것.
BALDR 시리즈 4작품 중에서 본인이 직접 플레이해 본 것은 이 둘뿐이므로 본문에서 '전작'이라 함은 「BALDR BULLET」을 가리킨다.
주2) 이 경우엔 본편에서 얻은 경험치 이상으로는 무기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하고 강력한 무장을 갖추려면 스토리 모드를 반복하며 사용하고 싶은 무기의 최대 능력치를 미리 성장시켜 놓아야 한다. 사전에 꼼꼼히 계획을 세워 특정 무기에 경험치를 몰아주지 않는 이상은 반복플레이가 필수라는 이야기.
▷기종별 비교
2002년 PC판이 발매된 이래 팬들 사이에서는 게임기로 컨버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고, 패치 수준의 DVD판인 「BALDR FORCE EXE」를 거쳐 이식 전문 제작사인 알케미스트에 의해 드림캐스트와 PS2판이 제작된다. 그리고 오리지널 발매로부터 5년이 흐른 2007년, DC판을 기반으로 한 전연령 대상판이 ‘Standard Edition’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시 PC판으로 발매되었다.
DC(2004) :
DVD판 「BALDR FORCE EXE」를 바탕으로 18금인 원작의 텍스트와 CG 등을 수정하여 18추로 발매. 게임 중간 동영상과 이벤트CG가 추가되었고, 옵션에서 세밀한 항목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VGA박스 지원.
PS2(2005) :
기본적으로는 DC판을 기반으로 이식되어 18추 발매. 새로운 오프닝 동영상과 오프닝․엔딩 보컬곡, 새로운 모드 추가. 주인공을 포함한 신규 성우진이 연기를 담당 + 기존 PC판 성우도 수록하여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듀얼 보이스 시스템. 옵션 지원항목 추가. 프로그레시브 지원.
Standard Edition(2007) :
조작계통은 PC판, 텍스트와 CG는 DC판을 기본으로 하면서 PS2판의 일부 요소가 추가. 오프닝 동영상과 BGM도 새로 어레인지 / 리메이크되었다.
모 소프트의 모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서바이벌 모드. 팬디스크에 담겨 별도 출시되었다가 PS2판에 함께 수록.
PS2판에 대한 간단평 :
원작 PC판 자체가 화려한 3D 효과나 폴리곤과는 상관없는 물건인지라 기종의 차이가 실제 게임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추가모드·동영상처럼 패치나 별매 프로그램을 거쳐야 했던 다양한 요소가 DVD 한 장에 전부 수록된 것이 고맙고, 짜증을 참으며 억지로 봐야 했던 18금 장면이 대폭 삭제·수정되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플러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포스크래시나 대규모 적 증원시에 느려지는 현상. 그래픽 쪽으로는 하드웨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게임인데도 느려짐이 발생한다는 건 이식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 밖에도 콘솔판에서 새로 추가된 무기가 없고, 슬라임보다 나을 게 없는 동료기체의 인공지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새로 기용된 초호화 성우진의 연기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아쉽기는 하지만, PC판 오리지널부터 계속 플레이했던 팬으로서는 괜찮은 품질의 이식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PS2판은 아날로그 스틱이 대시로 기본 설정되어 있고, 전투 도중에 일시정지가 가능해졌다. 매우 고마운 기능.
▷총평
콘솔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본 PC게임 시장, 특히나 18금 게임들은 '복합장르'라고 해도 실제로는 텍스트 어드벤처 기반에 다른 장르의 요소는 대폭 간소화하여 양념 정도로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장르로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게임을 이것저것 섞어서 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힘있는 대규모 제작사나 작품에 웬만큼 자신이 있지 않다면 이런 모험은 피하는 것이 당연히 현실적이다.
그런 18금 PC게임 시장에서 BALDR 시리즈는 텍스트 어드벤처와 액션이라는 두 장르의 본격적인 융합을 꾸준히 시도하였고, 결국 네번째 작품인 발포에서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냈다. 모니터에 코를 박은 채 시나리오를 독파한 플레이어들은 무한의 조합과 도전을 맛볼 수 있는 서바이벌·HELL 모드에 또다시 열광했고, 보다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그들의 요구는 게임기 이식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007년에는 원점이라 할 수 있는 PC판이 전연령판으로 발매되기에 이른다.
작품 수명과 유행의 사이클이 극히 짧은 미소녀게임 장르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본작이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증거가 아닐까.
잘 짜인 스토리와 시원시원한 액션을 한꺼번에,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다양한 도전과제와 무기 조합으로 오랫동안 플레이하며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기종별 자켓 이미지. 왼쪽부터 PC, DC, PS2(통상판), PC 전연령판.
PC 전연령판만 지르면 이것도 기종별 완전제패가…. OTL
PC 전연령판만 지르면 이것도 기종별 완전제패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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