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도 없던 설명회가 있다고 해서 난생 처음 캐나다 대사관(1층만) 구경.
일본취업반이면서 왜 저런 델 갔냐고? 원장님이 내빈으로 초청받았는데 혼자 가면 폼이 안 난다고 머릿수 채우러. -_-

그리 넓지 않은 대사관 로비는 행사용 의자로 꽈악. 안내책자 나눠주고 방명록 적고 몹시 어수선.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라는 곳에서 PNP인지 하는 인력공급 프로그램을 짜서 한국사람들 뽑으러 왔다고. 직종은 IT, 토목/미장, 간호, 서비스업 등등. 기본 자격요건은 관련학과 전공 + 경력 3년 이상 + 기초 이상의 영어회화능력.
삐딱한 시선에서 한 마디로 정리하면 '땅 넓고 자원 빵빵하고 기후도 좋고 소득까지 높아 살기는 좋은데 인구는 얼마 안 되는 캐나다 모모 주에서 이것저것 사업 좀 벌여 보겠다고 일꾼 구하러 납시었다'고 할까.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니 지금쯤은 한창 일손이 모자랄 만도 하겠지.

한국 주최측은 이번이 첫 행사라는데, 역시 처음 하는 티가 팍팍 나는군. 'XX씨의 최측근~ / 모모 단체에서 무슨 감투~'를 연발하며 어떻게든 뭔가 있어 보이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양이 차라리 귀엽기까지. 시간배정도 잘못해서 통역은 두리뭉실 머리 몸통 꼬리 뭉텅뭉텅.
그래도 캐나다쪽 책임자 아저씨의 프리젠테이션은 멋지더라. 빵빵한 자료, 간단명료한 설명, 자신감 넘치는 태도. 해외를 넘나들려면 저만한 포스는 있어야지.

도중에 찬조연설인지 축사인지 서너 명 나왔는데 별 내용은 없었고. 그래도 뭐시기 당 총재시라던 머리 희끗희끗 영감님의 한 마디는 가슴에 팍 꽂히더군.

"한국인은 정이 많아서 외국 나갈 때도 한국을 가슴에 품고 가더군요. 그래서는 성공 못합니다.
가슴에서 한국을 버리십시오. 완전히 그 나라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살아남으세요.
성공한 다음에 뒤돌아봐도 한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때 다시 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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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죠타로 at 2008/09/29 23:55
글하곤 좀 상관없지만 예전에 아는 영감님은 "독하게 맘을 먹어야 성공하지만 너무 독하면 곱게 못 죽는다"란 소릴...

Commented by 별소리 at 2008/09/30 00:49
멋진 말씀이군요. 성공할 때까진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달려나가라는 의미처럼 들리는군요.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8/09/30 08:23
죠타로 /
독하게 성공하고 나서 느긋하게 살라는 말이겠지요.

별소리 /
살이 잔뜩 쪄서 제대로 달려나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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