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일째 :
2박 3일 연수 최종일. 교육 마무리하고 나서 오후 5시에 각자 발령지 직원들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가 마중나온 선배직원과 함께 공무차량 타고 사무소로. 정식출근은 내일인데 그냥 인사 정도나 하고 집에 가겠지.
면장님 만나뵙고, 발령장 받고, 사무소 직원들한테 인사하고...
(중략)
업무시간 끝나갈 무렵, 주룩주룩 내리던 빗발이 굵어지자 팀장님들끼리 수근수근.
”뭔 비가 이렇게 와... 호우주의보 떴다면서?”
”그럼 비상근무조 돌려야지. 어디 보자, 명단이... C주사(주1) 오늘 근무조 편성이네? 첫 출근도 안 했는데 비상근무 세워도 되나?”
뭐, 뭡니까 면사무소(주2)... ⊙_⊙;;
일찍 가고 싶으면 가라고는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도 새파란 신참이 얼씨구나 칼퇴근하겠다고 나서면 좋게 보일 리가 없잖아?
그래서 얼떨결에 비상근무로 사무실 대기. 밤 9시 넘어서 비가 약해지자 같이 계시던 팀장님이 첫날(정확히는 첫 출근도 안 한 0일째...)이니 이제 그만 가라고 하셔서 적당히 빠져나왔다.(주3)
1일째 :
발령지 첫 출근일. 신입직원답게 넥타이 팍 조이고 정시보다 30분 일찍 출근. 팀장님과 행정보조 공익요원, 타지로 발령받아 떠난 선임직원에게 이런저런 지도를 받으며 가장 기초인 전산망 이용과 문서작성부터 배우기 시작. 중간중간 민원인 상대로 실무도 해 봤는데... 신입직원에게 거한 삽질은 당연히 필수. -_-
출근 첫날이니 업무시간 끝나면 적당히 퇴근할까 하고 있었더니
자치위원회 간부(= 마을 유지)들과 예정에 없던 저녁 술자리 부킹! 신입직원들도 인사 겸해 가자는 상사(사무소의 높은 분) 말씀에 꼼짝없이 회식 참석. 그리고...
고깃집에서 여럿이 모여 1차 → 다른 직원들 전부 퇴근, 나 혼자 상사 모시기 미션 떠안고 식당에서 2차 → 술에 취한 상사 모시고 댁 근처에서 3차
까지 정신줄 꽉 붙든 채 다 돌고, 술에 취한 상사 모셔다 드리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3시.
출근 첫날에 새벽 3시 귀가 달성!! 야 신난다~
2일째 :
술자리로 밤을 새더라도 출근은 무조건 정시보다 빨라야 하는 것이 신입의 미덕. 당연히 시작 30분 전 칼출근. -_-)V
결국 엊저녁에 모셔다 드렸던 상사한테 '술꾼' 칭호를 받고 말았다. 이러다가 술자리에 전담으로 끌려나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나 소주 2병이 치사량이란 말이야... T_T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이런저런 이바구. 지난 하루 반 동안 겪은 일로 이미 감은 잡고 있었지만
”공무원 됐다고 달라지는 거? 그냥 군대 왔다고 생각하면 속 편해요. -_-”
”칼퇴근? 민원부서는 일일정리 끝나면 그나마 일찍 퇴근할 수 있는데, 딴 부서는 어림도 없죠.”
책상 밑에 있는 빨간코팅 면장갑 + 비옷 + 고무장화를 보고 용도를 질문하자
”지방공무원은 사시사철 비상대기 준비해야 돼. 봄/가을은 산불, 여름은 폭우, 겨울은 폭설.”
”상황 터지면 지원활동 나가야 하니까 작업용으로 낡은 옷 한 벌쯤은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 게 좋아.”
함께 근무하는 짬밥 지긋한 공익요원에게 '나중에 공무원 될 생각 있냐'고 물어보자 단호한 표정으로
”제가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공무원만은 절대 안 할 겁니다. 여기 있는 다른 공익들도 다 그래요. -┏”
저녁때가 되자, 미리 연락받은 대로 부서 책상을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배선 정리 전문가 + 가구점 담당자 + LAN선 기술자가 세트로 사무실에 모여 이리 재고 저리 조이고 뚝딱뚝딱. 한편에선 개인별 사물 정리하고 헌 책상 치우고 케이블 정리하고 완전 카오스 상태.
결국 작업에 시간이 너무 걸려 LAN과 전화선은 다음날 작업하기로 하고, 9시가 넘어 컴퓨터 선만 연결하고 퇴근.
당장 월요일부터 정상업무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말에 나와서 짐 정리해야 되잖아! T_T
업적 : 발령 0일째부터 3일간 연속 야근 + 주말 출근
을 달성하였습니다.
주1 : 9급 공무원의 정식 명칭은 '서기보'이지만, 호칭의 통일과 권위주의 해소를 위해 7~9급 직원끼리는 전부 '주사'로 부른다고.(다른 사무소도 그런지는 불명. 제보 환영)
참고로 '주사'는 6급 공무원의 정식 명칭. 6급 정도면 '팀장'처럼 직책으로 불리는 것이 보통.
주2 : 기상특보(주의보/경보 등)가 발령될 경우, 각 관공서에서는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정원의 일정 비율만큼 비상근무를 서야 한다. 특히 지방의 읍·면사무소는 인원이 적어서 근무간격도 자주 돌아온다고.
주3 : 이날 호우주의보는 다음날 새벽 6시에 해제. 그러니까 비상근무 인원들은 밤새도록 꼼짝없이 말뚝을 섰다는 소리. 그리고 다음날도 고스란히 9시~18시 동안 정상근무.
여직원? 기혼자? 철야했으니까 오전에는 쉬거나 일찍 퇴근? 평시 근무인원도 간당간당한데 당연히 그딴 거 없다. 집에도 못 가고 밤을 샜으니 초과근무수당이야 나오겠지만.
군대에서도 일직근무 서면 오전엔 취침시켜 주는데.
2박 3일 연수 최종일. 교육 마무리하고 나서 오후 5시에 각자 발령지 직원들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가 마중나온 선배직원과 함께 공무차량 타고 사무소로. 정식출근은 내일인데 그냥 인사 정도나 하고 집에 가겠지.
면장님 만나뵙고, 발령장 받고, 사무소 직원들한테 인사하고...
(중략)
업무시간 끝나갈 무렵, 주룩주룩 내리던 빗발이 굵어지자 팀장님들끼리 수근수근.
”뭔 비가 이렇게 와... 호우주의보 떴다면서?”
”그럼 비상근무조 돌려야지. 어디 보자, 명단이... C주사(주1) 오늘 근무조 편성이네? 첫 출근도 안 했는데 비상근무 세워도 되나?”
뭐, 뭡니까 면사무소(주2)... ⊙_⊙;;
일찍 가고 싶으면 가라고는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도 새파란 신참이 얼씨구나 칼퇴근하겠다고 나서면 좋게 보일 리가 없잖아?
그래서 얼떨결에 비상근무로 사무실 대기. 밤 9시 넘어서 비가 약해지자 같이 계시던 팀장님이 첫날(정확히는 첫 출근도 안 한 0일째...)이니 이제 그만 가라고 하셔서 적당히 빠져나왔다.(주3)
1일째 :
발령지 첫 출근일. 신입직원답게 넥타이 팍 조이고 정시보다 30분 일찍 출근. 팀장님과 행정보조 공익요원, 타지로 발령받아 떠난 선임직원에게 이런저런 지도를 받으며 가장 기초인 전산망 이용과 문서작성부터 배우기 시작. 중간중간 민원인 상대로 실무도 해 봤는데... 신입직원에게 거한 삽질은 당연히 필수. -_-
출근 첫날이니 업무시간 끝나면 적당히 퇴근할까 하고 있었더니
자치위원회 간부(= 마을 유지)들과 예정에 없던 저녁 술자리 부킹! 신입직원들도 인사 겸해 가자는 상사(사무소의 높은 분) 말씀에 꼼짝없이 회식 참석. 그리고...
고깃집에서 여럿이 모여 1차 → 다른 직원들 전부 퇴근, 나 혼자 상사 모시기 미션 떠안고 식당에서 2차 → 술에 취한 상사 모시고 댁 근처에서 3차
까지 정신줄 꽉 붙든 채 다 돌고, 술에 취한 상사 모셔다 드리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3시.
출근 첫날에 새벽 3시 귀가 달성!! 야 신난다~
2일째 :
술자리로 밤을 새더라도 출근은 무조건 정시보다 빨라야 하는 것이 신입의 미덕. 당연히 시작 30분 전 칼출근. -_-)V
결국 엊저녁에 모셔다 드렸던 상사한테 '술꾼' 칭호를 받고 말았다. 이러다가 술자리에 전담으로 끌려나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나 소주 2병이 치사량이란 말이야... T_T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이런저런 이바구. 지난 하루 반 동안 겪은 일로 이미 감은 잡고 있었지만
”공무원 됐다고 달라지는 거? 그냥 군대 왔다고 생각하면 속 편해요. -_-”
”칼퇴근? 민원부서는 일일정리 끝나면 그나마 일찍 퇴근할 수 있는데, 딴 부서는 어림도 없죠.”
책상 밑에 있는 빨간코팅 면장갑 + 비옷 + 고무장화를 보고 용도를 질문하자
”지방공무원은 사시사철 비상대기 준비해야 돼. 봄/가을은 산불, 여름은 폭우, 겨울은 폭설.”
”상황 터지면 지원활동 나가야 하니까 작업용으로 낡은 옷 한 벌쯤은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 게 좋아.”
함께 근무하는 짬밥 지긋한 공익요원에게 '나중에 공무원 될 생각 있냐'고 물어보자 단호한 표정으로
”제가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공무원만은 절대 안 할 겁니다. 여기 있는 다른 공익들도 다 그래요. -┏”
저녁때가 되자, 미리 연락받은 대로 부서 책상을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배선 정리 전문가 + 가구점 담당자 + LAN선 기술자가 세트로 사무실에 모여 이리 재고 저리 조이고 뚝딱뚝딱. 한편에선 개인별 사물 정리하고 헌 책상 치우고 케이블 정리하고 완전 카오스 상태.
결국 작업에 시간이 너무 걸려 LAN과 전화선은 다음날 작업하기로 하고, 9시가 넘어 컴퓨터 선만 연결하고 퇴근.
당장 월요일부터 정상업무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말에 나와서 짐 정리해야 되잖아! T_T
업적 : 발령 0일째부터 3일간 연속 야근 + 주말 출근
을 달성하였습니다.
주1 : 9급 공무원의 정식 명칭은 '서기보'이지만, 호칭의 통일과 권위주의 해소를 위해 7~9급 직원끼리는 전부 '주사'로 부른다고.(다른 사무소도 그런지는 불명. 제보 환영)
참고로 '주사'는 6급 공무원의 정식 명칭. 6급 정도면 '팀장'처럼 직책으로 불리는 것이 보통.
주2 : 기상특보(주의보/경보 등)가 발령될 경우, 각 관공서에서는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정원의 일정 비율만큼 비상근무를 서야 한다. 특히 지방의 읍·면사무소는 인원이 적어서 근무간격도 자주 돌아온다고.
주3 : 이날 호우주의보는 다음날 새벽 6시에 해제. 그러니까 비상근무 인원들은 밤새도록 꼼짝없이 말뚝을 섰다는 소리. 그리고 다음날도 고스란히 9시~18시 동안 정상근무.
여직원? 기혼자? 철야했으니까 오전에는 쉬거나 일찍 퇴근? 평시 근무인원도 간당간당한데 당연히 그딴 거 없다. 집에도 못 가고 밤을 샜으니 초과근무수당이야 나오겠지만.
군대에서도 일직근무 서면 오전엔 취침시켜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