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 ᄉ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부용 사택을 신청해서 들어가려는데, 공간 문제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까지 모아왔던 물품들을 처분하고 있다는 것.

-게임도 내다 치웠냐?

-게임은 절대 안되지! 근데 만화책이랑 일러스트집은 어쩔 수 없더라. 눈 딱 감고 내다 버리는데 피눈물 나더구만.
그게 어떻게 모은 건데... 너랑 같이 보낸 내 유년시절 증거 아니겠냐. ;_;

퉁퉁 부은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는 걸 보니 보통 아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하긴 그게 어떤 것들인데. 20년이 넘도록 한 동네에서, 그것도 같은 취미 -만화, 게임, 콜렉팅(!!)- 를 공유하며 함께 지내온 사이 아니던가. 서로의 방 배치까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어서 눈을 감고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바로 찾아낼 수 있는. 그 긴 시간 동안 피와 땀과 눈물과 돈과 추억이 듬뿍 스민, 그야말로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 존재인 것을.

이렇게 한 사람이 또 이 바닥을 떠나는구나. 그것도 제일 친한 XX친구가.
기분이 복잡하다.

-_-)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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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4/19 09:42
슬프군요...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양군 at 2008/04/19 11:24
슬픈 이야기로군요...;ㅅ;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8/04/19 15:15
남자가 결혼하면 아저씨 되는 거 순식간이더군요.
( -_-)/                        ☆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8/04/20 19:46
아아 슬프군요. ;ㅁ;
...솔로인게 다행일까요? (...그럴리가)

Commented by CARPEDIEM at 2008/04/20 21:27
게임 좋아하는 아가씨 만날 겁니다!! ;_;
(게임 가르치는 것보단 이게 빠를까? 과연...)

Commented by 서른즈음에 at 2008/04/21 01:19
가르치시는 편이 훨씬 빠르실겁니다....;;

그런데 ㅅ군님이 제가 알고 계시는 분이신가요?
그분 소식 너무 궁금하네요 ㅜ_-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8/04/22 10:56
그러고보니 제 친구 하나가 여친님에게 WOW가르쳐서 둘이 WOW삼매경이더군요 (....)
처음엔 '오빠는 맨날 게임만 해!'하고 싫어했더라는데 지금은 둘이 데이트를 PC방에서한다는게 아스트랄. (...)

그래서 가르치는게 빠르다는 쪽에 한표입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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