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한 교회만 다녔다는 개신교 집안 아들이 천주교 미사에 나간 이유는?

우리 교회를 비롯한 썩어빠진 개신교회들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실망감

역사의 고비마다 이 나라를 이끌었던 정의구현 사제단의 이름에 거는 기대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시가 뜨고 나서 '이젠 촛불도 끝이다'라며 비아냥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저들의 폭력과 거짓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야 할 길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미사장소인 시청앞 광장. 어떻게든 사람들 막아 보겠다고 잔머리를 굴려서는 '집회로 망가진 잔디를 교체한다'며 광장을 온통 파헤쳐 놓았다. 게다가 방송차량이 경찰에게 막히는 바람에 미사가 1시간도 넘게 지연.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지만 광장을 가득 메우고 끈기있게 기다리는 사람들. 천주교 신도가 아닌 일반인, 스님(+ 목사님)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는 정의구현 사제단. '지친 여러분들을 위로해 드리러 나왔다'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
평소같으면 엄숙하게 치러졌을 미사도 재치있게 웃음을 끌어내며 유연하게 진행하시는 모습이 멋졌다.

미사 봉헌가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래'가 깜짝 등장. 옆자리에 앉은 똘망똘망한 여섯살 꼬맹이가 노래를 술술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기분... 이 꼬마가 어른이 됐을 때 그 눈에 비치는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금 내가 아버지 세대를 바라보는 그런 눈빛만큼은 아니기를. 떳떳하게 그네들과 눈길을 나누며 웃어줄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여기 있는 거니까.

시국선언문
과 설교를 비롯한 모든 순서가 끝나고, 다함께 일어나서 거리행진에 나서는 사람들. 이전 촛불집회와는 달리 '더 이상은 대통령을 찾지 않겠다'는 신부님 말씀에 따라 남대문 쪽으로 행진 시작.
알겠냐 2MB? 너 버림받은겨.

저마다 자유롭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들. 귀가시간 때문에 우리 일행은 여기서 물러났지만, 집회는 이후로도 평화롭게 진행되었다고.


갑갑하던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습니다. 길은 멀지만 좀 더 힘을 내 봐야겠어요.
미사를 마련해 주신 사제단, 함께했던 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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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