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상

믿음이라는 이름의 폭력

CARPEDIEM 2015. 9. 21. 01:51

화창한 일요일, 버스 타고 사무실 나가는 길.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두 할머니의 대화.


- 옆자리 좀 실례합니다.

- 네, 앉으세요.


(이하 얼마간 잡담)


- 근데 일요일에 교회 안 가세요?

- 난 절에 다녀요.

- 에이, 예수 믿으셔야지.

- 각자 종교가 다른데 알아서 잘 믿으면 되지.

- 그래도 그게 다르다니까요.

- 글쎄 난 절에 다닌대도.

- 그게 아니라 예수 믿으셔야지.

- 그러니까 각자...(이하생략) 더 이상 종교 얘기 하지 마쇼.

- 그러니까 예수 믿으...(이하생략)


(이후 약 5분 정도 반복, 그리고 침묵)

.

.

.

돌아서서 한소리 할까 하다가 예의가 아닌 거 같아 꾹 참았다만...

버스에서 마주친 생판 모르는 남한테 대뜸 자기 종교를 들이대는 시점에서 저쪽도 이미 예의는 쌈싸먹었다고 보는데.


안그래도 우울한 휴일 출근길이 더더욱 꿀꿀해졌다. -┏)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