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길거리 지름

CARPEDIEM 2009. 6. 27. 23:54
회사에서 가까운 건대로 복사물 처리하러 가던 길. 사람들 바삐 지나치는 건대역 복도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에쿠아도르에서 왔다는 3인조 악단. 구청에서 허가를 받았는지 스피커에 앰프까지 갖추고, 앞에는 모금함을 놓아둔 채 전통악기를 꺼내들고 열심히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실력도 꽤 괜찮은 편이라 지나가다 멈추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더군.
공연모습을 좀 더 찍고 싶었지만 이 사진을 끝으로 휴대폰 배터리 방전. OTL

이 사람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건대역에서 나온 게 3시쯤이고 다시 들어온 게 5시, 공연 시작한 건 그보다 더 일찍이었겠지.
한참 구경하다 가방춤에 CD를 놓아두고 있는 게 보여서 물어봤더니, 자기네가 한국 와서 녹음한 CD를 파는 거라고. 노래도 1시간 가까이 들었고, 라틴쪽 음악도 은근히 좋아하는지라 하나 사들고 왔다.
CD값+공연료로 치면 15000원이란 가격은 비싼 건 아니지.


발매사는 한국의 이름모를 영세(??) 음반사. 수록곡은 총 12곡으로, 「El Condor pasa」같은 유명곡들 + 밴드 자작곡으로 구성. 쿠바의 혁명영웅 체 게바라를 기리는 곡도 있다.
노랫말들이 인덱스에 전부 나와 있기는 한데 원어(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영역본이라도 같이 실어줬으면 정말 고마웠을 텐데. 판매량도 얼마 안 될 이런 음반에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건 역시 무리였을까.

중남미 전통악기의 깔끔담백한 음색. 그윽하게 울리는 처연한 멜로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보컬.
온갖 전자악기와 이펙트에 찌든 주류시장 음악들 속에서, 가끔은 이런 소박한 음악으로 귀를 씻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