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사이트에 게재했던 글을 옮겨오면서 일부 수정.
이미지 출처 : 공식 사이트 + 게임을 플레이하며 캡처.




▷첫인상
차세대가 어떻고 MS가 저떻고 떠들썩한 게임기 시장에는 관심도 없이, 발더스 게이트에 푸욱 빠져 폐인지도를 걷고 있던 복학생 시절.
다운족인 친구네 집에서 이것저것 긁어온 CD 안에, 아마도 게임쇼 선전용으로 추측되는 낯선 게임의 플레이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가냘픈 아낙네가 총 한 자루 짊어지고서 뭔가 둥둥 떠다니는 스테이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정신없이 뱅뱅 돌아가는 풀3D 배경과, 5분 남짓한 동영상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고 끊임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캐릭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친구녀석도 꽤나 관심이 갔는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무슨 게임일까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건발키리'라는 제목을 알게 된 것은 그 뒤로 한참이 지난 후였다. 당시로서는 아직 생소한 엑박용 게임이라는 것과 함께.


▷만남
직장에서 번 돈을 각종 게임기와 소프트에 쏟아붓고 있던 매드 콜렉터 ㅅ군. 당시 그는 PS, DC, PS2에 이어 최신기종 엑박까지 손에 넣고는, 야금야금 타이틀 수를 늘려가며 끊임없이 나를 콘솔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었다.
놀러가서 접대용으로 나온 DOAX를 끄적이다 눈에 띈 것이 바로 판처 드라곤 오르타와 이녀석. 플레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에 동영상으로 보았던 바로 그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지독한 방향치인 본인을 위해 옆에서 실시간 내비게이션을 해 주던 ㅅ군도 결국 지쳐 잠들고, 새벽의 고독한 삽질이 시작되었다. 지도 하나를 놓고 5시간이 넘게 헤맨 끝에 간신히 스테이지 클리어…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어느샌가 훤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
건발키리의 첫 만남은 그렇게 하얀 밤으로 불타올랐다.


▷게임을 위해 게임기를 사다
PS2로 대표되는 일본제 게임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RPG가 대세이던 2000년대 초반. 일본게임에 익숙해진 대다수 유저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이른바 '양키센스'로 무장한 서양게임 위주의 타이틀 때문에 외면받던 엑박. 하지만 내가 생애 첫 게임기로 구입한 것은 PS2가 아닌 엑박이었다.
왜 PS2를 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는 군말없이 '오르타와 건발키리 때문에'라고 대답한다. 차고 넘치는 PS2 게임들보다도, MS 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보다도, 저 두 게임을 보고 한눈에 이끌렸던 게 사실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둘 다 매니악하기로 이름높은 세가 타이틀이라니.
어쨌든 엑박을 장만하고 나서 게임을 구하러 여기저기 매장을 돌아다녔는데, 흔하게 중고가 나돌던 오르타와는 달리, 건발키리는 몇 주 동안 번번이 헛걸음을 돌리게 하며 무던히도 애를 태우게 만들었다. 결국 발품을 팔다 지쳐 구매대행으로 신품을 구입. 그리고 그날부터 고행의 시작….


▷뭐하는 물건인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늘 날아다니며 해충 박멸하는 액션 슈팅'.
게임의 배경은 헬리 혜성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과학이 경이적인 발전을 이룬 19세기, 우주여행 단계를 넘어 외우주에 식민행성이 개척되고 있는 평행세계의 또다른 지구이다.
혜성 에너지 변환에 의해 지구의 번영을 주도한 장본인이자 혜성의 힘을 받은 '헬리 초인'이며, 또한 무장치안조직 「건발키리」의 창시자인 헤블 게이트 박사가 돌연 실종된다. 그리고 4년 후, 멀리 떨어진 식민행성 '티르낙'으로부터 연락이 두절. 이주민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그곳에는 거대한 곤충떼들이 창궐하고 있었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건발키리의 돌핀팀 멤버 2명이 현지로 급파되면서 게임은 시작된다.

등장 캐릭터들. 왼쪽부터
게임의 나레이터이자 주인공인 켈리 올렌메이. 스피드와 기동력이 뛰어난 초~중급자용 캐릭터.
동료? 애인? 힘 좋아 보이는 미시마 사부로타. 켈리와는 조작감이 약간 다르고 화력이 센 숙련자용 캐릭터.
헤블 박사의 친딸로, 아버지의 실험재료가 되어 현재는 머리부분만 남아있는 밀리디안 포우 중위. 임무 하달 및 도움말 담당.

첫 스테이지에서는 포우 중위가 기본 조작법을 가르쳐 주는데, 방향키 + 오른손 엄지로 조작하는 버튼 4개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건발키리의 액션은 99%가 좌우 아날로그 스틱 + 좌우 트리거를 동시에 조작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사용하는 키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점프로부터 시작하는 각종 액션을 위해서는 스테이지 내내 손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며, 플레이의 핵심인 부스트 콤보와 록온 공격에 능숙해질 때까지는 초반 스테이지를 반복하며 수련을 쌓을 필요가 있다. 조작에 관해서 일본 웹을 뒤져 보니 「버닝레인저」 느낌이 난다고들 하던데, 이건 내가 안 해 봤으니 비교할 거리가 없군….
또한 엑박 본체의 언어설정에 따라 게임에서 사용되는 언어도 바뀌는데, 언어설정이
일본어 → 일본어 텍스트 + 영어 음성(+ 일본어 자막)
영어 / 한국어 → 영어 텍스트 + 영어 음성(자막 없음)
이 적용된다.

제작사 소개 페이지 : http://sega.jp/x/gunvalky/

플레이 동영상(YouTube)


▷콩깍지를 덮어쓰고 말한다
방향치 + 고소공포증 + 리얼타임에 취약
이라는 난감한 속성을 한몸에 갖춘 본인이 제일 손대기 싫어하는 3D 액션. 거기에다 게임 컨셉은 '무한체공의 상쾌함!' 실로 완벽한 조합이 아닌가!
이 모든 난관을 뿌리치고 엔딩까지 손을 뗄 수 없도록 날 붙잡아 둔 이녀석의 매력은 무엇일까.

-간결한 조작체계
무기 교체를 위한 버튼 3개를 제외하면 모든 조작은 좌우 아날로그 스틱(+ 클릭) + 트리거만으로 이루어진다. 필살기도 좌우스틱을 동시에 꾸욱 눌러주면 그걸로 끝. '○버튼을 누른 다음 0.5초 후에 방향키를 한 바퀴 돌리면서 ×버튼을 어쩌고~' 하는식의 복잡한 조합은 일체 없다.
조작법을 차근차근 익혀 캐릭터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버튼 4개로 온갖 폼을 잡으며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한 난이도와 게임성
건발키리는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은 강력한 적도 까다로운 지형도 아닌 게임 플레이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PS2판 시노비 이후로 유명해진 대사를 인용하면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게임'이라고 할까?(본작은 시노비보다 먼저 출시)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테크닉과 손가락의 근력이 허락하는 한- 무한히 하늘을 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스테이지에서 지형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적의 패턴 역시 익숙해지기 나름.

게임의 기본이자 핵심은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작하는 부스트 콤보인데, 이는 첫 스테이지부터 충분히, 그리고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싫어도 꾸준히 반복 연습하게 된다. 기본적인 조작에 더해, 각종액션에 맞추어 적절히 디자인된 스테이지를 헤쳐나가는 동안 고급스러운 응용동작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반복된 플레이로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로봇대전의 무개조 플레이처럼 각종 강화파츠 없이 진행하면서 체감 난이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일일이 적을 상대하기 귀찮다면 챌린지 모드에서 최강장비를 달고 나가 대량학살의 쾌감을 만끽해도 좋고.
처음 시작하자마자 S등급을 받겠다고 바둥거릴 필요는 없다. 정형화된 스테이지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액션게임의 묘미니까.

로딩화면 맨 위의 램프는 개별 스테이지에서 기록한 순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왼쪽의 커다란 램프 3개는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점등.


▷그러나 콩깍지로 하늘을 덮을 수는 없다…
건발키리를 알고 있는 주변의 극소수 지인들은 이녀석에 관한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엑박의 초창기 작품인데다 많이 알려진 물건도 아니고, 그나마 구입했던 사람들도 중간에 포기하고 중고매장에 팔아버렸다는 경우가 대다수.
플레이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여기저기 있었던지라 힌트라도 없을까 하여 인터넷을 돌아다녀 봤는데, 'ガンヴァルキ'를 검색어로 일본 웹에서 찾아낸 공략 사이트가 단 2개뿐이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이었다. 애시당초 밀봉 신품이 환율비 환산가격도 안 되는 헐값에 한국에서 팔린다는 자체가 작품의 인기나 인지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게임은 열심히 잘 만들어 놓고 정작 흥행에선 죽을 쑤는 세가의 징크스는 본작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문제였을까?

-까다롭고 복잡한 액션, 단조로운 스테이지
버튼 4개로 모든 액션이 가능하다는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버튼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동작이 그만큼 많고 복잡하다는 뜻이다. 민감한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이면서 엉뚱한 동작이 나오지 않도록 손가락의 힘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고, 부스트 콤보 + 방향전환 + 록온 등의 복합동작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행하려면 네 손가락이 아프고 저리도록 끊임없이 버튼을 휘젓고 눌러대야 한다.
마찬가지로 '액션에 맞추어 잘 디자인된 스테이지'란, 그곳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동작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클리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첫 스테이지조차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움직임'에 관련된 조작이 까다롭고 다양한 대신, 공격에 관한 조작은 썰렁할 정도로 단순. 화려한 공중동작에 비해 공격 패턴이라고 할 만한 것은 끊임없이 트리거를 당기거나 록온을 위해 잠시 누르고 있는 것, 그리고 양쪽 스틱을 동시에 눌러 사용하는 필살기 외에는 없다. '시원하게 적을 때려잡는 것이 액션게임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시끄럽게 앵앵대는 벌떼를 향해 연신 트리거를 딸깍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질지도.

다채로운 외양에 비해 내용은 비슷비슷한 스테이지가 이어지는 단조로운 구성도 아쉬운 부분이다. 일부나마 스테이지 순서를 골라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거의 모든 미션에서 목표가 '적 전멸'이기 때문에, 결국 플레이어가 할 일은 지도를 샅샅이 뒤져 적을 남김없이 청소하는 게 전부.
배경설정을 살려 기계장치나 자연재해같은 이벤트, 또는 '○분 안에 클리어하면 A, ×지점의 적이 남아있으면 B' 하는 식으로 진행에 따른 분기를 넣었어도 좋았을 텐데.

-불친절한 설명, 알 수 없는 스토리
매체 용량에 비해 게임 규모가 작고, 그러면서도 줄거리 이해를 위한 자연스러운 연결이 부족하다.
프롤로그나 설명서의 뭔가 있어 보이는 도입부 스토리는 게임을 진행해 나갈수록 뒷전으로 밀려나 흐지부지되고 만다. 게임 본편에서도 포우 중위의 브리핑이나 이따금 입수되는 메모를 제외하면, 진행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행성 하나를 무대로 하면서 겨우 14스테이지에 불과한 짧은 분량에, 종이쪽지 몇 장만 가지고 나머지 내용을 유추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작업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가서도 몇 가지 의문이나 복선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엔딩을 보면서도 석연찮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찜찜한 내용이라면 차라리 '우주의 악당을 처치하라!' 식으로 단순호쾌하게 나가는 건 어땠을까.

-DVD에 서플이 없다고?
게임 본편 이외의 부가요소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같은 제작팀의 다음 작품인 오르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액션게임이면서 난이도 설정 항목도 없는 썰렁한 옵션화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상하시점 조작(보통 ↔ 반전) 선택은 기본으로 넣었어야지.

옵션화면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음악·효과음의 볼륨과 진동 ON/OFF가 전부. 그 흔한 CG갤러리나 동영상, 사운드 모드도 제공되지 않고, 엔딩을 본 다음에 추가되는 것은 타임어택용 챌린지 모드 달랑 하나. 고생고생 본편을 클리어하고 나서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맥이 빠져버리는 순간이다.
엔딩을 볼 때마다 각종 특전을 끄집어내며 몇(십) 번이고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최근작들의 경향을 생각해 보면, 힘들여 클리어한 다음에도 딱히 눈을 잡아끌 추가요소가 없다는 것은 게임의 수명이나 소장가치를 깎아내릴 결정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인용만 가능한 스토리 모드가 아쉬웠던지라 다른 플레이어와 1:1, 또는 태그매치로 싸울 수 있는 VS모드가 추가되기를 바랐는데… 2002년 시점에서 헤일로처럼 멋진 통신대전을 일본게임에 기대한 것은 사치였을까.

오르타의 부록인 판도라 박스. 일정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미니게임, 설정자료 등이 계속 추가되어 볼륨이 엄청나다.
그에 비해 이쪽은… 챌린지 모드 한 줄 생기고 끝.

하다못해 이런 로딩/클리어 화면을 모아서 갤러리라도 꾸며 줬으면 어때?

-할 수 있겠어? 못 해? 그래도 닥치고 해 봐!
이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은 '플레이' 자체라고 위에서 적었다. 다시 말해 '익숙할수록 쉬워지고 서투르면 어려워지는' 게임 플레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건발키리는 아예 이것을 전면에 앞세워 플레이어의 도전욕구를 자극하고 나섰다.
각 스테이지 브리핑 화면에서는 주인공의 각종 능력을 올려주는 강화파츠를 구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얻는 보너스 포인트를 이용하게 된다. 포인트 계산에는 클리어까지의 소요시간, 적 격파수, 부스트 콤보 등이 반영되는데, 이들 요소는 해당 액션의 숙련도나 스테이지 경험 여부에 따라 그 편차가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조작에 익숙해지거나 적 위치 등의 정보를 숙지하고 있다면

화려한 액션 + 적을 많이 해치운다 + 빠른 시간에 클리어 = 많은 보너스 → 강력한 장비 → 더욱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

를 즐기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반대로 조작이 서툴거나 스테이지에 적응하지 못해 실수를 거듭한다면 플레이하는 내내 빈약한 장비로 고생하며 힘들게 고비를 넘겨야 한다.
게다가 스토리 모드에서는 일단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재도전이 불가능하고,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해당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포인트는 그대로 리셋되어 버리므로, 로○대전처럼 게임오버를 되풀이하며 포인트(= 자금)를 모으는 '근성과 열혈의 반복노동'도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포인트와 등급의 압박을 받으며, 플레이어는 최단루트와 최단시간에 목을 맨 채 획일적인 패턴을 답습해 나간다. 게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요소가 오히려 사용자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끈기있게 노력하면 누구라도 틀림없이 공식 사이트의 플레이 동영상처럼 현란한 액션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 성장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는 법. 건발키리 제작진은 이 전제를 무시하고 처음부터 모든 플레이어에게 자신들과 동일한 기준을 강요했다.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같은 출발선상에 세우고 100m 달리기를 시키는 것처럼.
결국 일부 열광팬들의 입소문에 끌려 본작을 구입한 대다수 구매자들은 손가락 꼬이는 조작과 정신없는 시점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극초반 2~3스테이지에서 좌절한 채 중고매장을 찾고 말았다. 실제로 수개월 후에 본인이 엔딩을 보았을 무렵, 일판 소프트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꽤 많은 건발키리 중고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보자나 개성 강한 플레이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러한 불친절함은 '내 눈높이에 맞춰 내 마음대로 만들었으니, 너희들도 나처럼 할 수 있으면 따라서 해 봐~'라고 우쭐대는 듯한 제작진의 오만한 모습으로 느껴져서, 게임을 끝내고 나서도 오랫동안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총평
첫 게임기를 엑박으로 구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취향에 맞았으며 또한 수작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조작에 익숙해지고 제대로 즐기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고 간편한 요즘 게임에 길들여진 유저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재미있고 신선하지만 다양한 플레이어의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게임성, 일반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매니악한 시스템.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좋든 나쁘든 '역시 세가 타이틀'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다.
3D 화면과 시점 변화에 거부감이 없고, 닌자 가이덴이나 PS2판 시노비를 플레이하며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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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