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판 제목인 '로얄 블러드'보다는 해외용 영어버전인 '젬파이어(GEMFIRE)'로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코에이 초창기의 PC용 게임들을 살펴보면 작품의 성격에 따라 일정한 테두리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역사 시뮬레이션(삼국지, 수호지, 신장의 야망 등) 시리즈 외에 리코에이션(대항해시대, 이인도 타도신장, 영걸전), 그리고 본작이 속한 이미지네이션 등의 카테고리가 존재하였다. 연애물을 중심으로 한 네오 로망스(엔젤릭, 아득한 시공 속에서)라든지도 나중에 새로 추가되지만… 계속 떠들다간 곁다리로 샐 것 같으니 나머지는 생략.


인간과 요정, 마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은 섬.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땅을 '이슈메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성력 666년, 사악한 술법으로 소환된 드래곤을 신룡 파스하와 여섯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왕관에 가두고, 마법사들은 드래곤이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보석의 모습으로 바꾸어 함께 왕관에 봉인한다. 강력한 마력을 지니게 된 이 왕관은 '로얄 블러드'라고 불리우며, 이슈메리아를 다스리는 힘의 상징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로얄 블러드를 소유한 에셀레드왕은 그 힘에 취해 폭정을 일삼고 있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아파하던 공주 아벨에게, 파스하가 나타나 '지나치게 강대해진 로얄 블러드의 힘을 분산시키라'는 신탁을 내린다. 공주는 그 말에 따라 6개의 보석을 왕관에서 떼어내지만, 드래곤이 봉인된 왕관을 파괴하기 직전에 왕에게 붙잡혀 성에 유폐당하고 만다.

봉인이 풀리고, 드래곤의 힘을 얻은 에셀레드는 이슈메리아를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왕관에서 벗어난 6명의 마법사는 자신과 힘을 합쳐 에셀레드를 무찌를 제후들을 찾아 각지로 흩어진다.
로얄 블러드를 손에 넣어 이 세상에 빛을 가져다 줄 자는 누구인가. 지금, 새로운 전쟁의 막이 올랐다….

초기화면에서 시나리오와 군주, 조언자를 선택하면 게임 개시. MSX판에서는 플레이중에 ↑나 ↓키를 눌러 도움말을 들을 수 있다.(PC판에서는 조언 메뉴가 따로 있었던가??) ESC키는 시스템 메뉴.

내정은 기본적으로 삼국지 등과 거의 동일하지만, 캐릭터 능력치나 군사·민정·외교 등의 각종 명령어는 대폭 간소화되어 있다. 또한 가신 수에 관계없이 턴마다 내릴 수 있는 명령은 영토 하나에 단 1회뿐(매매 제외). 자잘한 수치에 신경쓸 필요가 줄어든 대신 명령을 내릴 때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전염병, 산불, 홍수, 화산폭발, 한파…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슈메리아의 척박한 대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선정을 베풀면 능력치나 명성이 올라가고, 수확량이 늘거나 의용병이 모여들기도 한다.(캐릭터의 능력치 상한선은 200)
선한 군주에게만 찾아온다는 신룡 파스하는 전쟁시에 막강한 전력이 되어 줄 것이다.

전쟁화면은 4각헥스로, 6각헥스가 주류이던 당시 코에이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이다. 개전시 가져가는 식량의 양에 따라 전투기간이 정해지며, 기간 내에 적을 전멸시키거나 본진을 점령하면 승리.
출진한 병력은 1~4부대에 고루 나뉘어 배치된다. 1부대(기병)는 이동력과 공격력이 뛰어나고, 3부대(궁병)는 간접공격이 가능, 2·4부대(보병)는 방책을 건설하여 적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다.
전투시에 전후좌우 방향개념이 존재하여, 정면보다는 옆이나 뒤를 잡고 공격하는 것이 더 효율적.

전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5부대. 보석마법사나 드래곤, 돈으로 고용된 용병/몬스터로 이루어지며, 정규군의 병력 규모가 작은 초·중반에는 혼자서도 전황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공격형태와 체력, 계약비용 등이 제각기 다르므로 유니트의 특성을 파악하여 전투시 알맞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
용병/몬스터는 군주의 명성이나 지역에 따라 고용 가능한 유니트가 달라지니 잘 확인해야 한다.

보석마법사와 드래곤은 게임에서 최강급의 유니트. 단, 전쟁에 한 번 출전하면 이후 3개월 동안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선한 군주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힘을 빌려주는 신룡 파스하. 1회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선정을 베풀면 계속 출현하므로 마구 써먹어도 크게 아쉬울 일은 없다.

전쟁에 이겨 적 대장을 사로잡으면 곡물이나 돈을 받고 풀어주게 된다. 상대 세력을 완전히 멸망시킨 후에는 그쪽의 가신들을 전부 등용할 수 있다.
적 군주의 보석마법사를 입수하면 아군의 5부대로 사용 가능.

왕관과 6개의 보석을 전부 모으고 모든 땅을 점령. 로얄 블러드가 다시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드래곤은 다시 봉인되고, 마법사들도 그들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왕관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파스하. 아벨 공주를 구출하러 성에 당도한 로얄 블러드의 새 주인.
새로운 평화의 왕에게 사랑을! 로얄 블러드에 빛을!


신선한 판타지 세계관,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간소해진 시스템, 아기자기하고 간편한 전투.
당시 코에이의 주류이던 역사 시뮬레이션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며 화제를 모았던 로얄 블러드. 후일 윈도우용으로 속편이 발매된 것을 보면 팬들에게도 반응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복잡한 시스템과 각종 수치들로 뒤범벅된, 하던 사람만 계속 하는 소위 '하드코어' 게임이 되어버린 요즘의 삼국지 시리즈를 보며, 간단하면서도 재미난 그 시절 게임들을 떠올리는 것은 올드팬의 사치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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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RPEDIEM